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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의 다음 시즌 고민, 왼쪽 측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게 유로 2012는 반갑지 않은 존재일지 모릅니다. 맨유의 일부 주력 선수들이 유로 2012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웨인 루니는 본선 2경기를 결장했고, 3차전 우크라이나전에서는 골을 넣었으나 경기 내용에서 미흡했으며 8강 이탈리아전에서 부진했습니다. 리오 퍼디난드는 잉글랜드 대표팀 제외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죠. 대니 웰백은 스웨덴전에서 결승골을 넣었지만 프랑스-이탈리아전 부진이 찜찜합니다. 반면 루이스 나니는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으로 보였던 포르투갈의 4강 진출을 기여했습니다.

에브라-애슐리 영, 다음 시즌 주전 위태롭다

그리고 맨유의 왼쪽 측면을 담당하는 파트리스 에브라(프랑스) 애슐리 영(잉글랜드)에게 유로 2012는 좋지 않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에브라는 가엘 클리시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본선 1차전 잉글랜드전에서 풀타임 출전했으나 그 이후 3경기에서는 벤치만 지켰습니다. 딱히 부상이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로랑 블랑 감독이 에브라보다는 클리시의 폼이 더 좋다고 인정한 것이죠. 그동안 프랑스 대표팀 주전 왼쪽 풀백으로 활약했던 에브라에게는 유로 2012 도중에 주전 경쟁에서 탈락한 것을 불쾌하게 여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에브라 기량이 떨어지는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왼쪽 수비수로 활약했지만 지난 1~2시즌 동안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예전에 비해 수비 가담이 늦으며 대인마크가 느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30대 초반이지만 지난 몇시즌 동안 맨유에서 거의 매 경기 선발 출전하면서 과부하에 시달렸습니다. 맨유는 게리 네빌 이후 꾸준히 잘했던 오른쪽 풀백이 없었습니다. 하파엘 다 실바는 여전히 기복이 심합니다. 전술적으로 에브라의 엄청난 활동량이 요구되었지만 근래에 실수가 늘어났습니다.

맨유가 최근 레이턴 베인스(에버턴) 영입에 관심을 나타낸 것은 에브라 경쟁자이자 대체자를 영입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에버턴이 베인스 이적료로 2000만 파운드(약 361억원)의 거액을 원하면서 최근에는 맨유의 영입 작업이 소강 상태를 나타냈습니다.(유로 2012 영향 때문일수도) 만약 맨유가 에버턴이 원하는 금액에 베인스를 데려오면 에브라 백업 멤버로 활용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두둑한 이적료를 기록한 선수를 당장 벤치에 앉힐수는 없는 노릇이죠. 에브라가 폼을 되찾으면 다음 시즌에도 주전으로 뛰겠지만, 베인스 맨유 입성이 에브라에게는 좋은 시나리오가 아닙니다.

과연 베인스가 맨유 유니폼을 입을지는 모르겠지만 에브라 출전 시간을 덜어줄 선수가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한때는 파비우 다 실바 임대가 거론되었지만, 에브라의 최근 행보를 봐선 파비우 임대가 과연 필요할지 의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베인스 이적료가 맨유 입장에서 비싼 것도 아직은 그의 영입을 확정적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조심스럽죠.

애슐리 영은 유로 2012에서 잉글랜드 대표팀 주전으로 뛰었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이 좋지 않았습니다. 유로 2012 본선 이전까지는 잘했으나 정작 본선에서 부진하면서 큰 경기에 약한 단점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특히 8강 이탈리아전에서는 측면 미드필더 특유의 왕성한 기동력과 날카로운 돌파가 살아나지 못했습니다. 후반전에는 이탈리아 오른쪽 풀백 이그나치오 아바테 오버래핑을 차단하지 못하면서 수비력이 약한 문제점까지 노출되었죠. 그리고 승부차기 3번째 키커로서 실축했고 잉글랜드는 탈락했습니다. 자신의 내면에서 이탈리아전 악몽이 지속될 경우 심리적 위축을 받을 것 같습니다.

2011/12시즌에는 애슐리 영이 박지성을 제치고 맨유의 주전 왼쪽 윙어로 활약했습니다. 하지만 애슐리 영은 실력으로 박지성을 밀어냈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두 번의 부상을 감안해도 많은 경기에 선발 출전했지만 기복이 심한 약점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직선적인 돌파를 선호하는 단순한 공격 패턴은 개선되지 못했습니다. 큰 경기에 약한 면모는 유로 2012에서도 재발했습니다. 박지성과의 주전 경쟁에서 이긴 것은 실력보다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에 의해 빅 클럽 적응 차원에서 출전 시간이 늘었을 뿐입니다. 나니도 맨유 입성 초창기에는 못했지만 지속적인 출전 시간 확보에 의해서 기량 향상의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반면 애슐리 영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죠.

애슐리 영이 큰 경기에 약한 면모가 지속되면 맨유의 다음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명예회복에 걸림돌이 될 것 같습니다. 유럽 대항전에서는 애슐리 영 보다는 박지성이 더 필요한 대회죠. 일각에서는 박지성이 맨유를 떠나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맨유 같은 로테이션이 활발한 클럽에서는 박지성에게 어떤 형식으로든 출전 기회가 다가옵니다. 지난 시즌 막판에 결장을 거듭한 것은 맨유가 유로파리그-FA컵 동시 탈락하면서 어쩔 수 없었지만요. 애슐리 영의 한계를 놓고 보면 박지성에게 다음 시즌은 팀 내 입지를 회복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맨유 왼쪽 측면의 또 다른 고민은 카가와 신지 입니다. 카가와가 4-4-2 왼쪽 윙어로 뛸지, 아니면 웨인 루니와 투톱을 형성하거나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할지는 아직 누구도 모릅니다. 다만, 중앙에 있을때에 비해 왼쪽 측면에서의 공격력은 만족스럽지 못했죠. 상대팀 수비가 불안할때는 왼쪽 측면에서 뛰어난 공격력을 과시했지만 프리미어리그 수비는 다를 수 있습니다. 카가와는 다부진 체격과 파워, 순발력까지 갖춘 프리미어리그 수비수들과 싸워야 하니까요. 그런 카가와가 퍼거슨 감독에게 왼쪽 윙어로 활용되면 맨유의 왼쪽 측면 미드필더가 포화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맨유는 다음 시즌 우승을 위해서 왼쪽 측면 문제를 풀을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