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이 지휘하는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이 잉글랜드와의 승부차기 접전 끝에 4강에 합류했습니다. 25일 새벽 3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12 8강 잉글랜드전에서 0-0으로 비겼으나 승부차기 끝에 4-2로 이겼습니다. 두번째 키커였던 리카르도 몬톨리보가 실축했으나 잉글랜드의 세번째 키커를 맡은 애슐리 영-애슐리 콜이 동시에 실축하면서 이탈리아에게 행운이 따랐습니다. 이탈리아는 4강에서 독일과 맞붙습니다. 반면 잉글랜드는 메이저 대회 승부차기 1승6패의 불운에 빠졌습니다.
'잉글랜드 방패vs이탈리아 창'으로 기울어지다
두 팀의 선발 라인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잉글랜드(4-4-2) : 하트/애슐리 콜-레스콧-테리-존슨/애슐리 영-파커-제라드-밀너/웰백-루니
이탈리아(4-1-3-2) : 부폰/발자레티-보누치-바르찰리-아바테/피를로/데 로시-몬톨리보-마르키시오/카사노-발로텔리
양팀은 경기 시작 5분 이전에 한 번씩 결정적인 골 기회를 연출했습니다. 전반 2분 데 로시 왼발 중거리 슈팅이 잉글랜드 골대를 맞추면서 기선 제압을 하는 듯 싶었습니다. 그러자 전반 4분에는 존슨이 골문 가까이에서 오른발로 가볍게 날린 슈팅을 부폰이 왼손으로 막아냈습니다. 부폰은 전반 12분에도 잉글랜드 왼쪽 크로스를 두 손으로 펀칭하면서 또 한 번의 실점 위기를 넘겼습니다. 전반 초반에는 두 팀 모두 공격을 주고 받는 접전을 펼쳤습니다. 본선 3경기에서 수비적인 경기를 펼쳤던 잉글랜드가 공격 점유율을 늘린 것이 의외입니다.
전반 중반에는 이탈리아가 볼을 소유한 시간이 많았습니다. 전반 24분 점유율에서 58-42(%)로 앞섰습니다. 잉글랜드가 오른쪽 측면을 위주로 빠르게 볼을 처리했다면, 이탈리아는 미드필더들과 공격수들이 볼을 주고 받으면서 잉글랜드 수비의 빈 공간을 찾았습니다. 카사노가 종종 2선으로 내려왔으며, 이탈리아의 지공이 계속 될 때는 포백라인이 윗쪽으로 올라오면서 후방까지 패스 경로를 넓혔습니다. 전반 31분에는 발로텔리가 잉글랜드 박스 부근에서 몬톨리보의 로빙패스를 중거리 슈팅으로 받아냈습니다. 이렇게 이탈리아는 짧은 패스로 공격을 풀어가면서 템포를 늦췄다가 상대팀 수비가 방심할 때 한 번에 결정적인 슈팅을 연출했습니다.
반면 잉글랜드는 전반 25분 이후부터 수비에 비중을 두었습니다. 이탈리아의 점유율이 많아지면서 어쩔 수 없이 수비에 치중하는 흐름 이었습니다. 그 이전까지 공격에 의욕을 나타낸 것은 이른 시간에 이탈리아에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전반 33분 패스 숫자에서는 110-220(개) 점유율 40-60(%)의 열세를 보였습니다. 이탈리아처럼 패스를 늘리지 않았지만 상대 공격을 막느라 분주했습니다. 그러나 역습 속도는 떨어졌습니다. 일부 선수만 공격에 참여하다보니 이탈리아 선수들의 수비 가담이 빨라졌고 압박의 틀을 형성하면서 상대팀 포백을 뚫기 힘들었습니다. 좌우 윙어를 맡는 애슐리 영-밀너의 기동력이 눈에 띄지 못하면서 루니의 에너지 소모가 많았습니다.
전반전은 0-0으로 끝났습니다. 이탈리아가 슈팅 12-4(유효 슈팅 6-1, 개) 점유율 61-39(%) 이동거리 58.70-57.72(Km) 패스 299-152(개) 패스 정확도 79-64(%)로 앞섰지만 무득점에 그쳤습니다. 전반 막판에는 발로텔리 슈팅 2개가 잉글랜드 골대 바깥을 스치는 장면도 있었죠. 잉글랜드의 무실점 전략은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전반 초반 존슨의 슈팅을 빼면 이탈리아를 위협하는 공격 장면이 딱히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후반전에 공격 전술 변화가 절실합니다.
소강 상태였던 후반전, 승부는 연장전으로
후반 초반에는 전반전과 비슷한 흐름입니다. 이탈리아가 피를로를 중심으로 패스를 전개했다면 잉글랜드는 수비에 집중했습니다. 후반 6분에는 이탈리아에게 세 번의 위협적인 공격 장면이 찾아왔습니다. 2선에서 누군가 빨랫줄 같은 중거리 슈팅을 날린 볼을 잉글랜드 골키퍼 하트가 처냈고, 발로텔리의 오른발 슈팅도 하트가 막았습니다. 몬톨리보가 근처에서 강하게 찼던 슈팅은 허공으로 뜨고 말았습니다.
잉글랜드가 수비에 많은 공을 들였지만 전반전에 이어 많은 슈팅을 허용한 것이 아쉽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수비에 가담한 것에 비해서 피를로를 향한 압박이 느슨합니다. 파커-제라드는 몬톨리보-카사노와 매치업하는 상황이었지만 피를로는 마크맨이 없었습니다. 4-2-3-1이었다면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는 선수(박지성이 2년 전 피를로를 막았을 때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죠.)가 피를로와 경합했겠지만 4-4-2를 활용하면서 수비적인 약점이 노출됐습니다. 후반 초반에 아바테가 잉글랜드 진영으로 넘어올 때는 측면 협력 수비가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상대팀의 오른쪽 공격을 허용했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중앙 수비에 치중하느라 아바테 견제를 소홀히 했습니다.
공격력이 지지부진했던 잉글랜드는 후반 15분 웰백-밀너를 빼고 캐롤-월컷을 교체 투입했습니다. 캐롤의 공중볼과 파워, 월컷의 스피드를 통해서 공격의 쐐기를 박겠다는 전략입니다. 하지만 후반 30분까지는 소강 상태가 지속 됐습니다. 이탈리아는 전반전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후반 중반부터 페이스가 떨어진 끝에 슈팅까지 뜸해졌습니다. 잉글랜드는 공격에 의욕적이지 않았습니다. 교체 투입 이전과 변함없이 수비에 전념했습니다. 루니의 활약도 후반전에는 종적을 감췄죠. 후반 31분에는 제라드 왼쪽 프리킥을 루니가 백헤딩 슈팅으로 밀어넣을 뻔 했지만 머리가 볼에 닿지 못하면서 골 기회를 놓쳤습니다.
이탈리아는 후반 32분 디아만티(out 카사노) 34분 노체리노(out 데 로시)를 조커로 내세웠습니다. 후반 36분에는 이탈리아가 슈팅 숫자에서 23-6(유효 슈팅 14-2, 개)로 앞섰으나 여전히 무득점 침묵을 이어갔습니다. 잉글랜드 골키퍼 하트가 슈퍼 세이브 6개를 기록하면서 이탈리아의 골을 막았습니다. 불과 2년전까지의 잉글랜드 같았으면 실점을 허용했을 것입니다. 지난 몇년간 메이저 대회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잉글랜드 골키퍼들이 있었죠. 후반 43분에는 노체리노가 문전 침투 과정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볼이 존슨의 몸을 맞추면서 코너킥이 됐습니다. 운이 좋았다면 골이 될 수 있었죠. 45분에는 아바테 대신에 마지오가 투입했지만 두 팀의 경기는 0-0으로 끝나면서 연장전에 돌입했습니다.
소득 없었던 연장전
연장전에서는 잉글랜드와 이탈리아 선수들의 페이스가 떨어졌습니다. 전후반 90분에 연장 30분까지 추가되면서 몸이 무거웠습니다. 달라진 변화가 하나 있다면 잉글랜드의 공격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연장 전반 3분이 되자 파커를 빼고 헨더슨을 세번째 조커로 내세웠으며, 미드필더 라인이 윗쪽으로 올라갔고 캐롤이 공중볼을 따내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공격에 신경을 썼습니다.
연장 전반 10분 이후에는 이탈리아가 다시 점유율을 되찾았지만 카사노가 빠지면서 박스 부근에서의 연계 플레이 정확도가 떨어졌습니다. 연장 후반 9분에는 노체리노의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었고 경기는 승부차기로 접어 들었습니다.
승부차기
이탈리아 : 발로텔리(O) 몬톨리보(X) 피를로(O) 노체리노(O) 디아만티(O)
잉글랜드 : 제라드(O) 루니(O) 애슐리 영(X) 애슐리 콜(X)
*이탈리아 4강 진출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