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본선 2차전 덴마크전까지 골 침묵에 빠지면서 큰 경기에 약한 징크스를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본선 3차전 네덜란드전 2골, 8강 체코전 1골 넣으면서 자신을 향한 외부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꾸었습니다. 특히 체코전에서는 결승골을 비롯해서 상대팀 좌우 풀백을 맡은 림베르스키-셀라시에를 농락하는 돌파력과 발재간을 과시하며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체코전은 호날두를 위한 경기였습니다.
그렇다고 호날두가 큰 경기에 약한 문제점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 없습니다. 만약 4강이나 결승전에서 무득점에 빠지고 포르투갈까지 패하면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소리를 또 들을 겁니다. 2011/12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바이에른 뮌헨 원정 무득점(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1:2 패배)에 빠졌을 때가 대표적인 예 입니다. 그러나 8강까지는 대회 8골을 넣으며 레알 마드리드의 4강 진출을 주도했습니다. 호날두가 유로 2012 잔여 경기에서 쓴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4강, 결승전에서 모두 골을 넣어야 할 운명입니다.
호날두가 유로 2012 최근 2경기에서 슈퍼스타의 기질을 내뿜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당시 상대팀은 네덜란드-체코 같은 수비 조직력이 약한 팀들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네덜란드는 그동안 판 메르베이크 체제에서 강력한 수비력을 자랑했지만 본선에서 선수단 내분에 휩싸이면서 구성원들의 팀 워크가 깨졌습니다. 유독 이번 대회에서는 중앙 수비가 불안했으며 오른쪽 풀백을 맡은 그레고리 판 데르 비엘까지 부진했습니다. 체코는 왼쪽 풀백을 맡는 림베르스키가 대회 내내 수비력 약점을 드러냈습니다. 본선에서 잘했던 셀라시에는 호날두라는 강력한 상대를 제어하지 못했습니다. 역시 호날두는 약한 팀들에게 잘했습니다.(네덜란드가 3전 전패임을 잊지 말것!)
그런 호날두가 유로 2012 영웅으로 떠오를지 여부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검증이 시작됐습니다. 4강, 결승전에서는 네덜란드-체코와 차원이 다른 강팀과 격돌할 테니까요. 포르투갈은 4강에서 스페인-프랑스와 맞붙습니다. 스페인은 의심의 여지 없는 대회 우승 후보이며 프랑스는 본선 2차전 우크라이나전까지 A매치 23경기 연속 무패를 달렸습니다. 스페인 오른쪽 풀백 알바로 아르벨로아는 호날두의 레알 마드리드 동료이며, 프랑스 오른쪽 풀백 마티유 드뷔시는 잉글랜드전에서 알렉스 옥슬레이드-챔벌레인을 봉쇄했던 인물입니다. 둘 다 호날두를 막을만한 역량이 있습니다.
포르투갈 4강 상대팀은 현재까지 스페인이 유력합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프랑스를 앞섭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에서는 포르투갈을 1-0으로 이겼던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호날두는 스페인 오른쪽 풀백을 맡았던 세르히오 라모스에게 막히면서 제 역할을 못했죠. 라모스는 호날두의 레알 마드리드 동료이기도 합니다. 스페인 수비력을 무시 못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미드필더들이 공격과 수비에 걸쳐서 활동 폭을 넓히면서 강력한 압박을 펼칩니다. 호날두-나니를 향한 집중 견제가 가능합니다. 사비-이니에스타 같은 출중한 패싱력을 자랑하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없는 포르투갈의 호날두-나니 의존증이 스페인전에서 한계를 드러낼 여지가 있습니다.
반면 프랑스가 4강에 진출하면 포르투갈의 결승 진출 과정이 조금 수월할 것입니다. 프랑스는 센터백 아딜 라미가 본선에서 대인 마크에 허점을 드러낸 것이 약점으로 꼽힙니다. 오른쪽 인사이드 미드필더를 맡는 사미르 나스리가 평소처럼 공격에 집중하면 라미-드뷔시가 적잖은 수비 부담을 떠맡게 됩니다. 왼쪽 측면에서 중앙으로 치고 드는 호날두 골 생산이 힘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프랑스 4강 진출은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호날두에게 또 하나 골치 아픈 상대는 '결승에서 만날지 모를' 독일입니다. 유로 2008 8강 독일전 부진 및 포르투갈 탈락, 2011/12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골 침묵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 패배가 대표적 사례죠. 4강 2차전에서는 2골 넣으며 명예회복에 성공하는 듯 했으나 승부차기 실축으로 고개를 떨궜습니다. 팀은 결승 진출이 좌절되었죠. 유로 2012 본선 1차전 독일전에서도 골을 넣지 못하면서 포르투갈이 0-1로 패했습니다. 그 이전인 2006년 독일 월드컵 3~4위전 독일전에서도 풀타임 출전했으나 팀은 1-3으로 졌죠. 독일 징크스가 있는 선수임에 분명합니다. 호날두가 유로 2012에서 영웅이 되려면 독일의 8강 또는 4강 탈락이라는 시나리오가 탄생해야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유로 2012 최우수 선수는 연말에 선정되는 2012 FIFA-발롱도르상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3년 연속 상을 수상했던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가 올 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없었죠. 메시와 더불어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고배를 마셨던 호날두에게 유로 2012는 4년 만에 세계 최고의 선수를 되찾을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 꿈을 성취하려면 4강과 결승전에서 골 넣는 활약을 펼치면서 포르투갈에게 메이저 대회 통산 첫 우승을 안겨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