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2 8강 대진이 결정됐습니다. 체코-포르투갈, 독일-그리스, 스페인-프랑스, 잉글랜드-이탈리아가 22~25일에 걸쳐서 4강 진출을 놓고 격돌합니다. 지금까지 조별 본선에서 8강 진출팀을 가리는 단계였다면 이제부터는 치열한 우승 경쟁에 돌입합니다. 반면 8강 진출팀에 밀려 고국 비행기에 탑승하거나 집으로 돌아갈 8팀이 있습니다. 그 팀의 선수들은 다른 나라의 토너먼트 경기를 집에서 TV로 시청해야 합니다. 8강에서 볼 수 없는 스타들을 소개합니다.
1.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폴란드, 도르트문트)
레반도프스키는 개최국 폴란드의 돌풍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올 시즌 도르트문트의 더블을 이끌었으며(분데스리가, DFB 포칼컵) 맨유의 영입 관심으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본선 1차전 그리스전에서는 대회 첫 골을 기록하며 무난한 순항을 알렸습니다. 하지만 2차전 러시아전, 3차전 체코전에서 거듭 부진하면서 폴란드 1승을 챙겨주지 못했습니다. 폴란드 미드필더진의 지원이 부족한 영향도 없지 않았지만 이름값을 감안하면 러시아-체코전에서 상대 수비에게 고립당한 것이 아쉽습니다. 골 결정력 부족까지 겹치면서 킬러의 면목을 보여주지 못했고 폴란드는 2무1패로 탈락했습니다.
2. 알란 자고예프(러시아, CSKA 모스크바)
자고예프는 유로 2012를 빛낸 22세 영건입니다. 체코전 2골, 폴란드전 1골로 본선 2차전까지 3골을 터뜨렸습니다. 불운하게도 3차전 그리스전에서는 골 침묵에 빠진 것과 동시에 러시아가 탈락했습니다. 8강에서 볼 수 없어서 아쉬운 스타입니다. 그럼에도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체코전 두 번째 골 상황에서는 상대 수비수 2명을 따돌리고 볼을 터치하면서 팀 승리의 쐐기를 박는 골을 넣었습니다. 자신의 유로 본선 첫 경기에서 2골 넣은 활약상은 22세 선수 답지 않았습니다. 최근 아스널 영입 관심을 받고 있으며 빅 클럽 이적은 시간 문제입니다.
3. 네덜란드 대표팀 선수들
우승후보 네덜란드가 3전 전패를 당할줄은 누구도 몰랐습니다. 올 시즌 유럽리그 득점왕이 2명(판 페르시, 훈텔라르) 포진했고, 로번-카위트-스네이더르-판 데르 파르트-판 보멀 등 좋은 선수들이 넘쳐납니다. 대회 이전까지는 2010 남아공 월드컵 준우승때의 전력이 꾸준히 유지됐습니다. 하지만 1차전 덴마크전 0-1 패배 이후 선수단 내분이 벌어졌습니다. 훈텔라르와 판 데르 파르트는 자신이 후보 선수인 것에 불만을 나타냈고, 판 마르베이크 감독의 사위인 판 보멀 주전 기용을 안좋게 바라보는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로번은 판 마르베이크 감독의 지시를 거부하는 등 선수단 잡음이 끊이지 않은 끝에 독일-포르투갈전에서 패했습니다.
4. 니클라스 벤트너(덴마크, 아스널/선덜랜드)
벤트너는 아스널에서 미완의 대기였지만 덴마크 대표팀에서는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습니다. 유로 2012 본선 2차전 포르투갈전에서 팀의 2-3 패배 속에서도 2골 넣었습니다. 덴마크가 0-2로 뒤졌던 전반 41분과 후반 35분에 만회골과 동점골을 기록했죠. 2011년 6월 9일 A매치 노르웨이전 이후 1년만에 2골을 작렬했으며, 클럽팀까지 포함하면 2011년 3월 2일 FA컵 레이튼 오리엔트(당시 3부리그)전 해트트릭 이후 1년 3개월 만에 두 번이나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는 2009년 5월 2일 포츠머스전 이후 3년 넘게 2골 이상 넣은 경기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벤트너의 포텐 폭발은 덴마크 탈락에 의해 토너먼트에서 볼 수 없습니다.
5.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 토트넘)
모드리치는 본선 3차전 스페인전에서 팀의 패배 속에서도 날카롭고 정확한 패스, 부드러운 기교, 적극적인 움직임을 펼치며 강팀에 주늑들지 않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후반 13분 하프라인에서 스페인 선수 2명을 제치고 전방으로 질주하면서 또 한 명을 페인팅으로 따돌리고 오른발 크로스를 밀어준 장면이 압권 이었습니다. 개인 기량만을 놓고 보면 '많은 팀들이 부러워할' 스페인 미드필더들에게 뒤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크로아티아의 일원으로서 유로 2012 8강에 도전하기에는 역부족 이었습니다.
6. 아일랜드 응원단(12번째 선수)
아일랜드는 유로 2012 본선에서 3전 전패로 탈락했습니다. 선수들의 개인 역량까지 고려하면 대회 최약체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지만 아일랜드 응원단 만큼은 박수 받을 자격이 충분했습니다. 3차전 이탈리아전은 자국의 탈락이 확정된 상황임에도 끝까지 선수들을 위하여 목청 높여 응원했습니다. 경기 도중에는 많은 관중들이 그라운드를 뒤돌아보고 어깨동무를 하면서 서포팅을 했습니다. 본선에서 탈락한 팀의 응원단 같지 않았으며 관중 난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러시아 응원단과 대조됩니다. 일부 러시아팬들이 폴란드전에서 난동을 벌이면서 러시아 대표팀은 유로 2016 예선에서 승점 6점이 삭감됐습니다. 크로아티아 응원단은 경기 도중 홍염을 터뜨리면서 경기가 중단된 경우가 있었고, 인종차별까지 맞물리면서 벌금 징계를 받게 됐습니다.
7.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스웨덴, AC밀란)
즐라탄에게 유로 2012 본선은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1차전 우크라이나전, 3차전 프랑스전에서 한 골씩 넣었으나 동료 선수와 불화에 시달렸습니다. 어떤 선수에게는 언론을 통해서 직접적인 쓴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본선 3경기에서는 타겟맨이 아닌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으면서 경기 조율을 맡았습니다. 플레이메이커가 마땅치 않은 스웨덴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최전방을 비우는 경우가 많았지만 자기 포지션에서 경기를 펼치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2골 넣은 것은 대단했으며 3경기 모두 열심히 뛰었지만 팀의 탈락이라는 불운을 겪었습니다.
8. 안드리 셉첸코(우크라이나, 디나모 키예프)
우크라이나는 탈락했지만 셉첸코는 박수 받을 자격이 충분했습니다. 1차전 스웨덴전에서 두 번의 헤딩골로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한때 유럽 최고의 골잡이로 각광받았던 영웅의 해결사 기질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과시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이번 대회에서 거둔 유일한 1승이 셉첸코 머리에서 빚어졌습니다. 그런 셉첸코는 우크라이나가 본선에서 탈락한 뒤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올해 나이 36세로써 대표팀과 클럽팀을 동시에 병행하기에는 체력적으로 무리였습니다. 자신의 화려한 커리어(첼시 이적 전까지는)에 비해서 대표팀에서는 2006년 독일 월드컵 8강 진출 이외에는 메이저 대회와의 좋은 인연이 부족했습니다. 축구 강국에서 성장했다면 유럽 축구의 역사가 조금이나마 바뀌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