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토레스보다 더 주목해야 할 파브레가스

 

스페인은 유로 2012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힙니다. 유로 2008과 2010 남아공 월드컵을 제패했으며 그때의 핵심 멤버 중에 적지 않은 선수들이 유로 2012에 임하고 있습니다. 다비드 비야, 카를레스 푸욜의 공백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그들의 공백을 메울 선수층이 두껍습니다. 비야 공백은 페르난도 토레스, 푸욜은 라모스-피케 센터백 조합으로 대신하면서 아르벨로아를 오른쪽 풀백으로 활용했습니다. 특히 토레스는 이번 대회에서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대표적 인물로 꼽힙니다.

토레스는 한국 시간으로 19일 새벽에 열릴 스페인-크로아티아전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선수입니다. C조 본선 1차전 이탈리아전에서는 후반 중반에 교체 투입하면서 2개의 결정적인 슈팅을 놓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2차전 아일랜드전에서 2골 넣으며 골잡이의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3차전 크로아티아전에서 골을 터뜨리면 2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대회 득점왕 후보로 떠오를 수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첼시에서의 극심한 부진을 유로 2012 맹활약으로 해소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2011/12시즌 막판에 소속팀 첼시에서 과시했던 민첩한 몸놀림, 유로 2012 활약상을 놓고 보면 크로아티아전, 토너먼트 무대에서 일취월장한 경기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스페인 우승은 토레스의 골 여부에 달렸습니다. 이탈리아전과 아일랜드전을 봐도 토레스의 골이 스페인 경기 결과를 좌우했습니다. 지금까지 유로 대회 2연패 팀이 없었다는 점에서 스페인 미래가 마냥 밝지 않지만, 어느 팀도 이루지 못했던 유로 대회 2연패 달성을 위해서 토레스 활약이 막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스페인에게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유로 2012 우승을 위한 플랜A와 플랜B가 갖춰졌습니다. 유로 2012 본선 2경기에서 토레스를 원톱으로 활용하는 전술, 토레스 대신에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미드필더 앞쪽으로 배치하는 전술을 모두 활용했습니다. 후자의 전술은 이탈리아전에서 먼저 활용했기 때문에 플랜A라고 볼 수 있지만, 오히려 전자의 전술이 아일랜드전에서 득점 창출의 효과를 봤다는 점에서 '플랜A 변경' 또는 '강력한 플랜B'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경기 중에 특정 전술이 실패하면 교체 작전을 통해서 또 다른 공격 전술을 활용하는 이점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토레스 등번호 9번을 두고 '진짜 9번'이라는 키워드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토레스는 전문적인 공격 자원이니까요. 토레스가 빠지고 스페인이 제로톱을 쓸때는 '가짜 9번(False 9)'이라는 말이 주로 온라인에서 쓰였습니다. 가짜 9번은 파브레가스 입니다. 파브레가스는 올 시즌 FC 바르셀로나의 몇몇 경기에서 제로톱 역할을 맡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전 소속팀 아스널 시절부터 걸출한 득점력을 자랑했던 미들라이커로써 스페인 대표팀에서도 공격수로 배치됐습니다. 기본적으로 4-3-3 최전방 공격수지만 실질적으로는 4-6-0 포메이션의 제로톱입니다.

아일랜드전은 스페인이 토레스 득점에 많은 기대를 거는 팀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던 경기였습니다. 토레스는 전반 4분과 후반 25분에 걸쳐 상대팀 골망을 두번이나 흔들었으며 후반 29분에는 파브레가스와 교체 됐습니다. 제로톱을 맡은 파브레가스는 후반 38분에 골을 터뜨리면서 스페인 4-0 승리의 쐐기를 박았습니다. 이탈리아전에 이어 2경기 연속골을 날렸죠. 2경기 출전 시간은 총 90분이며 넉넉하지 않은 기회를 효율적으로 활용했습니다.

파브레가스의 활용 가치는 지금도 무궁무진합니다. 스페인 입장에서는 토레스가 봉쇄 당했을 때의 대안으로 파브레가스를 투입시킬 수 있죠. 토레스는 최근 폼이 좋아졌지만 중앙 수비가 강한 팀과 상대할 때는 고립 되기 쉬운 타입입니다. 문전 침투에 이은 슈팅에 특화되었을 뿐이죠. 3백을 쓰는 이탈리아전에서 선발 제외된 이유와 일치합니다. 지난해 2월 리버풀전에서는 상대팀의 3백 변형 작전에 시달린 끝에 부진했었죠. 그런 현상이 유로 2012의 앞으로 남은 일정에서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파브레가스 출전 시간을 늘려야 합니다.

그런 파브레가스는 3차전 크로아티아전에서 스페인이 일찌감치 우세를 점할 때 이니에스타-사비-실바 같은 윙 포워드와 공격형 미드필더의 체력 안배 차원에서 교체로 뛸 수 있습니다. 본래 공격형 미드필더니까요. 바르셀로나에서는 왼쪽 측면 공격수로 꽤 활약했습니다. 스페인이 토너먼트 무대에서 우승급 경기력을 보여주려면 주축 선수의 체력 관리는 꼭 필요합니다. 크로아티아전이 최적의 타이밍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토레스의 일희일비를 주목합니다. 지난해 1월 첼시 이적 당시 역대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 5000만 파운드(약 909억원)를 기록한 이후부터 유난히 다른 동료 선수들보다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파브레가스도 토레스 못지 않게 주목해야 할 선수입니다. 토레스가 안풀릴 때는 파브레가스가 스페인 우승을 위해서 강력한 임펙트를 노릴 것임이 분명하니까요. 또는 미드필더 1명을 교체해서 토레스와 파브레가스의 공존이 가능합니다. 그와 동시에 3차전 크로아티아전은 진짜 9번과 가짜 9번 중에서 누구의 활약상이 빛날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