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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러시아 4-1 승리, 유로 2012 돌풍 예약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 축구 대표팀이 유로 2012 본선 첫 경기에서 체코를 상대로 대량 득점 승리했습니다. 유로 2008 4강 돌풍에 이어 유로 2012에서도 돌풍을 예약했습니다.

러시아는 한국 시간으로 9일 새벽 3시 45분 폴란드 브로츠와프 시립 경기장에서 진행된 UEFA 유로 2012 A조 1차전에서 4-1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15분 알란 자고예프가 선제골을 넣었으며 전반 24분에는 로만 시르코프가 추가골을 넣었습니다. 후반 7분에는 바클라프 필라르에게 만회골을 내줬으나 후반 34분 자고예프가 팀의 세번째 골을 터뜨렸습니다. 후반 37분에는 로만 파블류첸코가 골망을 가르면서 대회 첫 경기에서 4골을 퍼부었습니다. 개최국 폴란드는 그리스에 1-1로 비기면서 러시아가 A조 1위로 앞서갔습니다.

러시아 선 수비-후 역습, 체코 수비 약화 초래했다

러시아와 체코의 희비가 엇갈린 순간은 전반 15분 자고예프 골 상황입니다. 러시아가 중앙에서 체코 미드필더들의 패스를 끊은 뒤 아르샤빈이 앞쪽으로 패스를 찔러주면서 역습이 시작됐습니다. 이때 체코 좌우 풀백들이 측면 뒷공간을 비우면서 러시아가 옆쪽 공격을 활용하게 됐습니다. 지랴노프의 오른쪽 크로스에 이은 케르자코프 헤딩이 골포스트를 맞춘 뒤 자고예프가 근처에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후브닉을 비롯한 체코 수비수들은 자고예프를 놓치면서 실점의 빌미를 초래했습니다.

자고예프가 골 넣기 전까지는 체코가 공격을 주도했습니다. 오른쪽 측면을 위주로 점유율을 늘리면서 공격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러시아 선수들이 수비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체코 선수들의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쏠리게 됩니다. 이것이 체코의 단점 이었습니다. 러시아는 한 번의 결정적인 역습에 의해 체코의 측면 수비를 무너뜨렸고, 후브닉이 자고예프를 놓치는 실수까지 더해지면서 한 방으로 일격을 가했습니다.

전반 24분 시르코프의 골 장면 또한 체코 공격을 끊으며 역습을 시도했던 결과였습니다. 아르샤빈이 박스 왼쪽 바깥에서 대각선 쪽으로 길게 밀어준 패스가 시르코프의 오른발 골로 이어졌습니다. 상대팀에 비해서 공격 기회가 적었지만 단번에 효과적인 공격을 연출했습니다. 반면 체코는 공격 위주의 경기를 펼쳤음에도 수비 집중력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두번째 실점 장면에서는 누구도 아르샤빈-시르코프를 막지 못했고 수비수들이 볼을 차단하려는 의욕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 팀의 차이는 전반전 통계에서 드러납니다. 체코는 이동거리에서 59.52-57.03(Km)로 러시아보다 더 많이 뛰었으나 0-2로 밀렸습니다. 상대팀보다 비효율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많은 공격 시도에 비해서 원톱 바로스에게 볼이 자주 연결되지 못했으며 2선 미드필더들의 연계 플레이가 체계적이지 못했습니다. 러시아 박스 바깥쪽 공격에 치중했을 뿐 안쪽을 활용하지 못하면서 득점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지공시에는 러시아 공격 옵션들의 포어 체킹을 받아 선수들 간격이 측면 바깥쪽으로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잦은 패스미스로 공격이 끊기면서 점유율이 48-52(%)로 밀렸습니다.

후반 7분에는 러시아가 체코에게 실점을 허용했습니다. 체코 수비형 미드필더 클라실이 러시아 진영 한 가운데서 최전방쪽으로 스루 패스를 밀어준 뒤, 필라프가 러시아 수비수들을 제치고 문전으로 침투하여 오른발 슈팅으로 만회골을 넣었습니다. 러시아는 한 동안 소강 상태를 보낸 뒤 후반 28분 케르자코프를 빼고 파블류첸코를 투입하며 공격을 강화합니다.

후반 34분에는 자고예프가 러시아의 세번째 골을 넣었습니다. 러시아가 미드필드진에서 볼을 돌릴 때 혼자서 체코 수비수 카를레츠-시보크 사이를 비집으며 빈 공간을 마련했고, 파블류첸코의 스루패스를 받은 뒤 오른발 슈팅으로 자신의 두번째 골을 터뜨렸습니다. 후반 37분에는 파블류첸코가 러시아 승리의 쐐기를 박았습니다. 아르샤빈이 러시아 진영에서 로시츠키가 소유한 볼을 빼앗아 전방쪽으로 질주했고 왼쪽 측면에서 함께 돌파했던 파블류첸코에게 패스가 이어졌습니다. 파블류첸코는 중앙으로 접근하면서 상대 수비 마크에 흔들리지 않고 박스 왼쪽 안에서 오른발로 네번째 골을 넣었습니다.

러시아의 4골 중 3골은 역습 상황에서 연출됐습니다. 아르샤빈의 패스가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선수들의 손발이 잘 맞았습니다. 앞으로 체코처럼 수비가 불안한 팀을 상대로 골 넣는 재미를 볼 것 같습니다. 2골 넣은 자고예프의 등장은 신선합니다. CSKA 모스크바와 러시아 대표팀에서 화려한 기교와 빠른 발로 오른쪽 공격을 빛냈던 22세 신예입니다. 유로 2012 예선 8경기에서 4골 넣을 정도로 득점력까지 겸비했습니다. 유로 2008에서 아르샤빈이 러시아 4강 돌풍을 주도했듯 유로 2012에서는 자고예프가 있었습니다. 체코전에서는 아르샤빈의 이타적인 기질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에서 러시아 공격력이 앞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