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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EPL 8위 리버풀, 강팀의 기질 어디로?

 

리버풀이 2일 새벽 2011/12시즌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풀럼전에서 0-1로 패했습니다. 전반 5분 마르틴 스크르텔이 자책골을 범했으며, 홈에서 풀럼에게 패한 것은 1992년 프리미어리그 창설 이후 처음입니다. 이날 경기 패배로 리그 8위를 유지했으며 9위 풀럼과 승점 49점 동률을 이루었습니다. 풀럼보다 골득실에서 7골 앞서면서 8위를 기록했지만 남은 2경기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9위로 시즌을 마감할지 모릅니다.

[사진=케니 달글리시 감독 (C)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liverpoolfc.tv)]

경기 흐름만을 놓고 보면 풀럼전에서 이겼어야 했습니다. 슈팅 21-10(유효 슈팅 4-4, 개) 점유율 60-40(%)의 공격 지향적인 경기를 펼쳤음에도 단 1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슈팅 21개 중에서 유효 슈팅이 4개에 그친 것이 득점력 빈곤을 초래했습니다. 원톱으로 뛰었던 앤디 캐롤은 슈팅 7개를 날렸으나 유효 슈팅이 1개에 불과했으며 골이 없었습니다. 상대팀보다 골을 넣을 기회는 많았지만 효율성이 부족했던 풀럼전 이었습니다.

리버풀은 풀럼전에서 루이스 수아레스, 스티븐 제라드를 비롯한 일부 주축 선수를 18인 엔트리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말 첼시와의 FA컵 결승전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말입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FA컵 우승을 위해 풀럼전을 포기했을지 모르지만, 프리미어리그 8위로 뒤처진 성적과 홈에서 경기가 열렸던 특성을 놓고 보면 적어도 풀럼전은 패하지 말았어야 합니다. 올 시즌 8위로 추락했지만 시즌 마지막이라도 강팀의 체면을 조금이나마 되찾았어야 했습니다. 입장료를 지불하고 경기장에 입장한 홈팬들에게 보답하는 차원에서 말입니다.

특히 수비수들과 측면 옵션들이 볼을 띄우는데 급급했던 경기 운영이 아쉬웠습니다. 풀럼 선수들의 포어체킹을 받으면서 빌드업이 어려워지더니 나중에는 전방쪽으로 볼을 올리며 공격을 풀어갔습니다. 몇몇 장면에서는 캐롤이 볼을 따냈지만 그럼에도 롱볼에 의지하는 것은 경기 운영이 미숙하다는 뜻입니다. 상대 수비 사이를 가르는 스루패스들이 더 많이 연결되었어야 합니다. 패스를 주고 받는 선수와의 약속된 플레이도 꾸준히 이루어져야 하지만 몇몇 장면에서 패스가 끊기거나 적절하지 못한 지점에서 슈팅을 남발하는 문제점이 노출됐습니다.

리버풀은 중앙 공격의 퀄리티가 약했습니다. 제라드 결장, 루카스 부상 공백을 감안해도 팀 공격을 조율할 적임자가 뚜렷하지 못했습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존조 쉘비,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았던 조던 헨더슨과 제이 스피어링은 좁은 공간에서 볼을 지키면서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는 움직임이 미흡했습니다. 풀럼이 수비적인 경기를 펼쳤다는 점에서 세 선수에게 양질의 패스가 요구되었지만 결단력이 부족했습니다. 상대 미드필더들의 압박을 받을때는 옆쪽, 뒷쪽으로 패스가 연결되면서 불필요한 지공을 펼치게 됐습니다.

어쩌면 리버풀은 동기부여가 꺾인 상태에서 풀럼전을 맞이했을지 모릅니다. 칼링컵 우승 이후 프리미어리그 11경기에서 3승1무7패로 부진했습니다.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출전권을 획득했지만 프리미어리그 5~6위권 진입을 목표로 하기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이 어려워집니다. 시즌 내내 4위권 진입에 어려움을 겪었으니까요.

현실적으로 리버풀의 6위권 진입은 불가능합니다. 6위 첼시와의 승점 차이가 12점입니다. 9일 첼시전, 13일 스완지전을 모두 이겨도 잘해야 7위로 시즌을 마감합니다. 하지만 2012년이 되면서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2연승을 거둔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6위권 클럽과의 승점 격차가 크다는 점에서 올 시즌은 사실상 중위권으로 밀린 것이 맞습니다. 더욱 서글픈 것은, 지역 라이벌 에버턴이 7위라는 사실입니다. 지난 몇시즌 동안 에버턴보다 프리미어리그 성적이 더 좋았지만 올 시즌에는 이웃팀보다 부족한 결과를 거둘지 모릅니다. 컵대회 성적을 논외하면 말입니다.

문제는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경기력이 더 이상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FA컵 결승 첼시전에서는 우승을 위한 투혼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지만 남은 프리미어리그 2경기에서 의욕적인 경기를 펼칠지 의문입니다. 풀럼전에서의 맥 빠진 경기 운영이 잔여 경기에서도 계속되면 프리미어리그 강팀이라는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합니다. 7위든 8위든 리버풀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순위입니다. 강팀으로 대접받으려면 기본적으로 프리미어리그 성적이 좋아야 합니다. 지금의 리버풀에게는 강팀의 기질이 보이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