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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체스터 더비, 맨시티 승리는 당연했다

 

역시 축구는 모릅니다. 맨유가 4월 8일 퀸즈 파크 레인전스전에서 2-0으로 승리했을때는 2위 맨시티를 승점 8점 차이로 따돌렸습니다. 그때까지 최근 5경기에서는 맨유가 모두 이겼고 맨시티는 1승2무2패로 부진했습니다.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통산 20번째 우승은 시간문제로 여겼습니다. 시즌 내내 잘나갔던 맨시티가 갑작스럽게 무너지면서 올드 트래포드가 우승으로 흥분의 도가니를 연출할 것 같았습니다.

[사진=맨유전 1-0 승리를 발표한 맨시티 공식 홈페이지 (C) mcfc.co.uk]

그랬던 두 팀의 입장이 맨체스터 더비를 계기로 바뀌었습니다. 맨시티가 맨유를 1-0으로 제압하면서 다시 선두를 되찾았습니다. 승점 83점 동률을 이루었지만 골득실에서 8골 앞서면서 50여일만에 다시 1위로 올라섰습니다. 4월초까지 부진을 면치 못했으나 최근 4경기에서 모두 이기면서 13골 1실점으로 선전했습니다. 반면 맨유는 최근 4경기에서 1승1무2패에 그쳤습니다. 11일 위건전 0-1 패배, 22일 에버턴전 4-4 무승부, 그리고 맨시티전 0-1 패배로 이웃팀에게 선두를 내줬습니다. 맨시티전 패배는 둘째치고 위건전에서 최소한 비겼거나 에버턴전에서 방심하지 않았다면 여전히 1위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맨시티 오름세, 맨유 내림세'는 맨체스터 더비에서 충분히 반영됐습니다. 맨시티는 슈팅 15-5(유효 슈팅 3-0, 개) 점유율 53-47(%)로 앞섰습니다. 홈에서 공격적인 경기를 펼칠 것은 당연했습니다. 문제는 맨유였습니다. 팀의 우승이 달려있는 중요한 경기에서 단 1개의 유효 슈팅도 날리지 못했습니다. 원톱 루니는 고립되었고, 긱스-나니 측면 조합은 실패했으며, 최근 7경기 연속 결장했던 박지성 공격형 미드필더 전환도 마땅한 결실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퍼거슨 감독의 두 가지 패착(발렌시아 선발 제외, 뒤늦은 교체 타이밍)도 한 몫을 했죠. 서로의 공격 조합이 어긋나면서 경기 내내 이렇다할 반격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맨시티 승리 원동력은 경기 운영에서 상대팀을 압도했습니다. 박지성을 통해서 중앙 압박을 강화했던 맨유의 작전을 알아챘습니다. 전반 중반부터 측면으로 벌리는 패스를 늘리며 맨유의 옆쪽을 파고 들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긱스-나니가 아무런 구실을 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맨시티 공격 템포가 빨라지고 정확한 패스들이 많아지면서 경기 흐름을 잡았습니다. 그 사이에 야야 투레는 맨유 허리와의 피지컬 싸움에서 이겼고 배리는 근처 공간에서 커버 플레이를 펼쳤습니다. 전반 46분에는 콤파니가 코너킥 상황에서 골을 넣으면서 맨시티가 승리의 쐐기를 박았죠.

사실, '아르헨티나 듀오' 아궤로-테베스는 기대만큼 잘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못한 것은 아니지만 맨체스터 더비 이전까지는 서로 3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는 파괴적인 공격력을 발휘했죠.(아궤로 : 5골 2도움, 테베스 : 4골 2도움) 그럼에도 맨시티는 두 선수 공격력에 의존하지 않았습니다. 실바도 무게감 넘치는 활약을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맨시티 승리는 모든 선수들이 조직력으로 뭉친 결과입니다. 공격 전개 과정에서 누군가 홀로 빛났기 보다는 서로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맨유 수비의 허를 찌를 장면을 연출하는데 여념 없었습니다. 약속된 플레이가 짜임새있게 전개되면서 전반 30분 이전까지 고립된 아궤로 슈팅이 늘어나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맨유 선수들이 역습을 펼치지 못하도록 미드필더진에서 압박을 강화한 것도 주효했습니다. 수비수와 미드필더 간격을 좁히면서 2선에 있는 선수들이 부지런히 수비에 가담하면서 상대팀에게 역습 기회를 내주지 않으려했죠. 후방을 강화했던 맨유보다 오히려 수비가 더 강했습니다.

4월초로 되돌아가면 맨시티 우승은 힘들 것 같았습니다. 그때는 맨유에게 승점 8점 차이로 밀렸습니다. 6개월 동안 1위를 질주했던 팀이 봄에 접어들면서 승점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때까지는 누구나 맨유 우승을 예상했을 겁니다. 하지만 맨시티는 우승 의지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11일 웨스트 브로미치전 4-0, 14일 노리치전 6-1, 22일 울버햄턴 2-0 승리로 3연승을 내달렸고 마침내 맨유를 1-0으로 제압하면서 다시 선두를 되찾았습니다. 맨체스터 더비에서 탄탄한 팀워크를 발휘한 것은 우승에 자신있음을 실력으로 과시한 것입니다.

맨시티 승리가 의미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발로텔리 없이 시즌 막판 4연승을 달성했습니다. 발로텔리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22경기에서 13골 넣었지만 온갖 구설수로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가장 최근에 출전했던 지난 8일 아스널전에서는 몇차례 위험한 동작을 범하면서 끝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고 팀은 0-1로 졌습니다. 경기 종료 후에는 만치니 감독이 현지 언론을 통해서 발로텔리에게 실망감을 나타냈었죠. 발로텔리는 3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맨유전에서는 투입을 기다렸지만 오히려 맨시티가 4경기에서 모두 이겼습니다. 발로텔리 없이도 목표 달성이 가능함을 알렸습니다. 발로텔리라는 22세 영건의 축구 재능은 대단했지만 그동안 팀에 많은 해를 끼쳤습니다.

아무튼 맨시티 승리는 당연했습니다. 지난해 10월말 맨유 원정에서 6-1 대승을 거두었고, 사실상 프리미어리그 우승 결정전이나 다름없는 이번 경기에서도 1-0으로 웃었습니다. 불과 지난 시즌까지는 맨유에 가려졌지만 이제는 맨체스터 No.1으로 떠오르게 됐습니다. 앞으로 남은 뉴캐슬전, 퀸즈 파크 레인저스전을 모두 이기면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할 것입니다. 최근 4경기를 소홀히했던 맨유처럼 방심하지만 않으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