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2011/12시즌 종료 후 새로운 미드필더를 영입할 것으로 보입니다. 잉글랜드 일간지 <텔레그라프>는 지난 16일 "맨유가 벤피카 미드필더 니콜라스 가이탄(24) 계약에 합의했다. 파비우 다 실바, 페데리코 마케다는 벤피카로 팀을 옮긴다"고 보도했습니다. 가이탄은 아르헨티나 출신 왼쪽 윙어이며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맡을 수 있습니다. 올 시즌 벤피카의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진출 멤버로 활약했으며 32강 본선 맨유전 2경기에서 인상깊은 공격력을 과시했던 인물입니다. 당시 맨유는 32강에서 탈락했죠.
아직까지는 맨유가 가이탄 영입을 공식 발표하지 않은 단계입니다. 그럼에도 가이탄 맨유 이적설은 현실성이 높습니다. 맨유는 폴 스콜스처럼 공격력이 뛰어난 중앙 미드필더 영입이 필요합니다. 얼마전에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다음 시즌 파비우를 임대보낼 것이라고 밝혔죠. 벤피카는 포르투갈 클럽이며, 포르투갈어가 공용어인 브라질 출신 파비우가 적응하는데 큰 문제 없습니다. 마케다는 삼프도리아(이탈리아) 퀸즈 파크 레인저스(잉글랜드) 임대를 전전하면서 사실상 맨유에서 자리잡는데 실패했습니다. 텔레그라프에 따르면 마케다는 완전 이적 형태로 맨유를 떠난다고 합니다.
[사진=니콜라스 가이탄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텔레그라프는 가이탄 이적료를 2000만 파운드(약 360억원)라고 언급했습니다. 벤피카가 책정한 바이아웃이 3800만 파운드(약 685억원)였으나 맨유로부터 파비우, 마케다를 넘겨받으면서 이적료가 완화됐습니다. 만약 해당 기사가 사실이라면 재정 적자가 많은 맨유는 현실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3800만 파운드는 역대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 2위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유럽축구연맹(UEFA)이 발표한 'UEFA 파이낸셜 페어 플레이 룰(FFP)'에 제한을 받지 않으려면 선수 영입에 과다한 이적료를 지출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파비우-마케다를 벤피카에 넘기면서 이적료 지출을 줄이게 됐죠.
맨유의 가이탄 영입은 로테이션 멤버를 보강하는 목적이 강합니다. 가이탄은 체력이 좋은 선수가 아닌 것 같습니다. 4월초까지 31경기 출전했으며 그 중에 5경기만 풀타임 뛰었습니다. 지난 시즌 31경기 투입했을때는 14경기만 90분을 채웠죠. 대부분의 경기에서 선발 출전했지만 많은 경기에서 90분을 뛸 수 있는 체력을 겸비한 선수가 아닌 것으로 파악됩니다. 지난 3월말에는 첼시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첼시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두 경기에서는 부진했죠. 국내 여론에서 과대평가를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가이탄이 올드 트래포드에 입성하면 왼쪽 윙어로서 애슐리 영-박지성, 중앙 미드필더로서 캐릭-긱스-안데르손-클레버리-플래쳐(다음 시즌 복귀?) 같은 선수들과 경쟁해야 합니다.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을 틈이 없습니다. 올 시즌 종료 후 긱스가 은퇴하거나 안데르손이 팀을 떠날지라도 클레버리와의 역할이 중복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맨유는 4-4-2를 주로 활용하는 팀입니다. 중앙 미드필더에게 수비력이 강조되는 팀입니다. 가이탄의 수비력이 크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173cm의 테크니션이 과연 프리미어리그 중원에서 버텨낼 역량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측면보다는 중앙에서 몸싸움이 거친 곳입니다.
가이탄이 맨유 유니폼을 입는다면 아마도 왼쪽 윙어로서의 출전 시간이 많을 것 같은 예감입니다. 중앙 미드필더로 뛰기에는 상대팀 선수와의 몸싸움이 부담스럽습니다. 중앙보다 압박이 덜한 측면에서 잉글랜드 무대 적응 시간을 늘릴 수 있죠. 애슐리 영-박지성과의 경쟁이 불가피하지만 두 명의 윙어는 올 시즌 최상의 활약을 펼쳤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애슐리 영은 부상 복귀 이후 출전 횟수가 많아졌지만 기복이 심한 약점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박지성은 올 시즌 여러차례 중앙 미드필더로 투입되면서 오히려 팀에서 확고한 콘셉트를 보여주지 못한 단점이 있습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경기력 저하는 개인적으로 공감하지 않지만, 중앙 미드필더를 겸한 것이 오히려 왼쪽에서 경쟁력이 약화된 계기가 됐죠. 중원에서도 꾸준히 임펙트 강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다만, 왼쪽 윙어로 뛰었을때 공격 본능이 살아났습니다. 포지션 변화에 어려움이 있는 것일 뿐 실력 저하와 무관합니다.
문제는 박지성이 최근 6경기 연속 결장했습니다. 맨유의 유럽 대항전 일정이 끝난 이후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한 것은 애슐리 영과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습니다.(인정하기 싫지만) 지난 16일 애스턴 빌라전 명단 제외가 이를 뒷받침하죠. 그런 상황에서 가이탄 맨유 이적설이 제기된 것은 '과연 맨유가 다음 시즌 박지성을 활용할 의지가 있느냐?'는 의구심을 갖게 합니다. 박지성 계약 기간은 2012/13시즌까지 이며, 맨유가 박지성을 다른 팀에 넘기면서 이적료를 받으려면 올해 여름에 이적시켜야 합니다. 또는 박지성의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우면서 추가 계약 여부를 판단하겠죠.
박지성은 올해 31세 입니다. 맨유는 30세 이상의 선수는 1년 단위로 계약 연장을 맺으며 박지성의 다년 계약은 어렵다고 봐야 합니다. 무릎 보호 차원에서 앞으로도 로테이션 활용이 불가피합니다. 39세 윙어 긱스도 많은 경기를 뛸 선수는 아니죠. 맨유가 팀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 가이탄을 영입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박지성의 출전 기회는 줄어듭니다. 만약 맨유가 가이탄을 중앙 미드필더로 투입하면 박지성은 왼쪽 윙어 자원으로 분류되겠죠. 그런데 왼쪽에는 애슐리 영이 버티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입니다.
현재까지는 맨유가 박지성을 이적시킬려는 구체적인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현지 언론에서 박지성이 다른 팀으로 떠난다는 기사를 내보낼지라도, 박지성 본인은 맨유에서 오랫동안 뛰는 것을 원합니다. 그 의사를 맨유가 받아들이면 적어도 계약 기간을 채우지 않을까 싶습니다. 박지성은 맨유 롱런을 위해서 다음 시즌 승부수를 띄워야 합니다. 가이탄 거취를 떠나서 다음 시즌 활약상이 맨유에서의 계약 기간을 늘리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그 이전에는 경기 출전이 필요하지만 틀림없이 기회는 올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