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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구자철 친정 복수극, 그리고 손흥민 4호골

 

그동안 주말이 되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축구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박지성이 2005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한 것을 계기로 프리미어리그는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에 소속된 유럽파들의 활약상이 꾸준하지 못하거나 장기간 부상 당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한국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환호했던 시간보다는 결장되는 순간을 더 많이 봤거나 들었겠죠. 태극 전사들을 주목하며 유럽 축구를 보는 축구팬들에게는 올 시즌이 재미없었을지 모릅니다.

사람들이 프리미어리그에 주목했던 흐름이 최근에는 달라졌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한 한국인 선수들의 위상이 점진적으로 좋아졌습니다.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손흥민(함부르크)이 독일 무대에서 우수한 실력과 무궁한 잠재력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국내 축구팬들의 관심을 얻게 됐습니다. 아직까지는 카가와 신지(도르트문트) 하세베 마코토(볼프스부르크)를 필두로 내세운 일본 선수들 영향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분데스리가 소속팀에서 자리잡은 일본인 선수들이 여럿 있죠. 하지만 구자철-손흥민은 본격적으로 비상하기 시작했습니다.

구자철 팀 내 활동량 1위, 손흥민 결승골...윤주태를 아시나요?

구자철과 손흥민이 2011/12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31라운드에서 동반 선발 출전하며 소속팀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구자철은 친정팀 볼프스부르크 원정에서 아우크스부르크의 2:1 승리를 공헌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팀 내 활동량 1위(11.83Km)를 기록하며 여전히 부지런한 몸 놀림을 뽐냈습니다. 손흥민은 하노버와의 홈 경기에서 전반 12분에 골을 터뜨렸습니다. 자신의 시즌 4호골이자 팀의 1-0 승리를 이끈 결승골입니다. 지난해 10월 16일 프라이부르크전 이후 181일만에 골맛을 봤습니다.

볼프스부르크-아우크스부르크 경기부터 살펴보면, 구자철은 친정팀 선수들에게 집중 견제를 받으면서 평소보다 힘겨운 모습을 보였습니다. 전반전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활약상이 눈에 띄지 않았죠. 후반전에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가면서 볼 배급을 지원하거나 직접 파울을 얻어냈습니다. 그 이전까지 볼프스부르크에게 끌려다녔던 아우크스부르크의 공격력이 일정 부분 회복된 계기가 됐습니다. 그럼에도 구자철 활약상은 국내 축구팬들이 기대했던 맹활약까지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구자철이 볼프스부르크의 집중 견제 대상이 된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마가트 감독과 볼프스부르크로부터 자신의 축구 실력을 인정 받았다는 뜻입니다. 원 소속팀 시절에는 중앙 미드필더 경쟁에서 밀리면서 자신에게 생소했던 측면 미드필더와 공격수로 뛰어야 했습니다. 임대 직전에는 다른 포지션에서의 출전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이후에는 패스-시야-퍼스트 터치-활동량을 기반으로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우수한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4골까지 넣었습니다. 최근 경기력이 한 마디로 물이 올랐죠. 마가트 감독과 볼프스부르크가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구자철의 '친정 복수극'은 성공했습니다. 아우크스부르크가 볼프스부르크를 2-1로 제압했으니까요. 자신의 활약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지만 다른 동료 선수들이 복수극을 도와줬습니다. 팀은 여전히 15위를 지켰지만 승점 3점을 추가하며 16위 FC 쾰른을 승점 4점 차이로 따돌리며 1부리그 잔류의 명분을 얻었습니다. 볼프스부르크는 뼈아픈 패배를 당했습니다. 구자철이 풀타임 출전한 팀에 패하여 리그 10위로 추락했습니다.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출전이 어렵게 됐습니다.

함부르크의 손흥민은 하노버전에서 시즌 4호골을 넣었습니다. 전반 12분 후방에서 올라온 롱볼을 왼쪽 측면에서 터치하면서 상대 수비수 한 명을 달고 박스 안쪽으로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습니다. 볼을 몰고 다니는 과정에서 주변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밀어줄 것으로 보였지만 오히려 골을 노렸습니다. 능숙한 볼 키핑과 번뜩이는 재치로 박스 중앙까지 접근하면서 오른발 슈팅을 날린 볼이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철저한 개인 기량을 만들어낸 골 장면입니다. 이 골은 팀의 1-0 승리를 기여한 결승골이 됐죠.

손흥민은 시즌 초반에는 잘했습니다. 지난해 8월 14일 헤르타 베를린전, 8월 27일 FC 쾰른전에서 골을 넣으면서 함부르크의 대표적인 유망주로 부각됐습니다. 지난해 10월 13일 토르스텐 핑크 감독이 부임한 3일 뒤 프라이부르크전에서는 시즌 3호골을 터뜨렸습니다.(당시 경기는 아르네센 단장이 감독대행 자격으로 지휘) 하지만 강등권에 빠진 팀 성적이 오히려 팀 내 입지 약화의 원인이 됐습니다. 핑크 감독은 부진한 팀 성적을 회복하기 위해 베테랑 선수들을 중용했고 손흥민은 벤치를 지킨 시간이 많았습니다. 후반전에 교체 투입하거나 결장 횟수가 빈번했습니다. 지난 12일 호펜하임전에서 팀이 0-4로 패했을때도 못나왔습니다.

손흥민은 그동안 핑크 감독에게 외면을 받았지만 팀이 14위에 빠지면서 마침내 하노버전에서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습니다. 적어도 핑크 감독에게 과소평가 되었던 자신의 축구 재능을 경기 시작한지 12분 만에 득점으로 보여줬습니다. 20세 선수 답지 않게 하노버 선수의 견제를 받으면서 상대 골문쪽으로 드리블 돌파하여 골을 터뜨렸죠. 함부르크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떠오르면서 앞으로 출전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적어도 잠재력만을 놓고 보면 구자철처럼 소속팀에서 붙박이 주전 선수로 활약할 수 있습니다. 지난 6개월 동안 감독 운이 없었을 뿐이죠. 손흥민을 향한 핑크 감독의 마음이 긍정적으로 달라지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독일에서 활약중인 또 한 명의 한국인 선수를 소개하고 글을 마칩니다.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프랑크푸르트에 소속된 21세 미드필더 윤주태가 14일 새벽(한국시간) 한자 로스토크전에서 데뷔골 포함 2골 1도움 기록했습니다. 팀의 5-0 승리를 이끌었죠. 지난해 5월말 프랑크푸르트에 입단했던 연세대 출신 선수이며 2010년에는 연세대 U리그(대학 축구리그) 우승 멤버로 활약했습니다. 프랑크푸르트는 2부리그 11위(7승12무12패)를 기록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