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유럽축구 여름 이적시장 최고의 블루칩은 로빈 판 페르시(29, 아스널)가 아닐까 싶습니다. 적어도 소속팀과 재계약을 맺기 전까지 현지 언론에서 이적설로 꾸준한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32경기 26골)를 기록중이며 PFA(프리미어리그 선수협회) 올해의 선수상 수상이 유력합니다. 오는 6월에는 네덜란드 대표팀 일원으로 유로 2012에 참가합니다. 이적시장을 통해서 몸값 가치가 커질지 모릅니다. 올해 여름 아스널과 재계약을 맺지 않고 다른 팀으로 떠날 확률이 존재합니다.
[사진=로빈 판 페르시 (C)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arsenal.com)]
판 페르시의 이적은 결코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내년이면 30대에 접어들면서 큰 돈을 얻을 시간적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높은 주급을 제시하는 팀의 유혹을 쉽게 뿌리칠지 의문입니다. 아스널 잔류를 강력하게 희망하면 돈 걱정을 할 필요는 없겠지만요. 하지만 아스널은 다른 빅 클럽과 달리 주급이 약합니다. 판 페르시가 올 시즌 다사다난했던 아스널의 프리미어리그 3위 도약에 있어서 엄청난 공헌을 해낸 것은 분명합니다. 그에따른 막대한 보상을 아스널에게 받을 자격이 있죠. 그럼에도 아스널과 금전적인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다른 팀 이적으로 눈을 돌릴 수 있습니다.
특히 판 페르시의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 이적설은 지난해 가을부터 끊이지 않았던 루머였습니다. 당시 맨시티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막강한 공격력을 과시했음에도 카를로스 테베스가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과의 불화로 장기간 결장한 상태였죠. 지금은 마리오 발로텔리의 잔류가 불투명합니다. 테베스 잔류도 확신 못합니다. 올 시즌 무관이 유력하면서 틀림없이 올해 여름에도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쏟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 중에 한 명이 판 페르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판 페르시는 맨시티 이적으로 두 가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많은 주급 확보와 더불어 우승의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아스널은 사실상 7시즌 연속 무관이 확정되면서 우승 DNA가 약화됐지만 맨시티는 스쿼드만큼은 우승급입니다.(BUT 맨시티가 근래 우승한 경험은 2010/11시즌 FA컵 뿐입니다.)
하지만 판 페르시의 맨시티 이적은 옳지 않습니다. 지난 4년 동안 맨시티에서 실패했거나 기대 이하에 그쳤던 공격수들이 여럿 있다는 점이 걸림돌입니다. 호비뉴(AC밀란) 조(인터나시오날) 로케 산타 크루스(레알 베티스) 엠마뉘엘 아데바요르(토트넘 임대)가 대표적인 실패작입니다. 이들은 맨시티로부터 엄청난 이적료를 기록하고 하늘색 유니폼을 입었지만 돈에 어울리는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맨시티 현 공격수 4명 중에 3명도 흠집이 있습니다. 에딘 제코(27경기 13골) 발로텔리(22경기 13골)는 맨시티 공격력에 적잖은 기여를했지만 각각 기복이 심했거나 구설수가 잦았습니다. 특히 발로텔리는 맨시티에서 쫓겨날 상황에 처했죠. 테베스는 충분히 이적료 값을 했지만 구설수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들과 견주어보면 세르히오 아궤로는 모범적인(?) 시즌을 보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을 성공적으로 소화했고 딱히 구설수가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맨시티는 항상 공격수와 관련된 약점에 시달렸습니다. 판 페르시의 맨시티 이적은 자칫 자신의 커리어에 오점으로 남을 공산이 없지 않습니다.
만약 판 페르시가 맨시티로 떠나면 아스널과의 관계가 틀어집니다. 아스널과 맨시티는 프리미어리그 우승 내지는 상위권을 다투는 관계입니다. 그런데 맨시티는 지난 3년 동안 아데바요르를 비롯해서 콜로 투레, 사미르 나스리, 가엘 클리시 같은 아스널 주력 선수를 영입해서 전력을 보강했습니다. 아스널 입장에서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스널은 판 페르시의 맨시티 이적을 반대할 겁니다. 그럼에도 맨시티가 엄청난 자금 공세를 펼치면 이야기가 달라질지 모릅니다. 판 페르시 이적이 성사되면 아데바요르-나스리가 그랬듯 아스널 원정에서 옛 홈팬들에게 야유 세례를 받겠죠.
그렇다고 야유 때문에 맨시티 이적에 부정적인 시선을 갖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2004년 5월 아스널에 입단했던 선수였습니다. 올 시즌까지 포함하면 8년 동안 아스널과 함께했습니다. 충분히 다른 팀으로 떠날 수 있지만 그 대상이 맨시티라면 아스널은 싫어할겁니다. '아스널의 킹' 티에리 앙리는 2007년 여름 FC 바르셀로나로 떠났지만 여전히 아스널과 좋은 인연을 이어갔습니다. 앙리가 아스널에서 이룬 업적이 많지만, 그 이전에는 바르셀로나와 아스널은 서로 다른 정규리그에 속했습니다. 만약 앙리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또는 첼시로 떠났다면 지금처럼 아스널과의 관계가 원만했을지 의문입니다.
판 페르시는 아스널을 떠날지라도 현 소속팀과의 이별에서 잡음이 없어야 합니다. 앞으로 맨시티에게만 영입 관심을 받지는 않을 겁니다. 프리미어리그 종료 전후 그리고 유로 2012 활약상을 통해서 다른 리그 빅 클럽의 러브콜을 받을지 모릅니다. 아스널 입장에서는 판 페르시가 오랫동안 머물러주기를 바라겠지만, 특이하게도 아스널 핵심 멤버들은 다른 팀으로 떠난 경우가 많았습니다. 근래 아스널 주장을 맡았던 앙리-갈라스-파브레가스도 결국 팀을 떠났습니다. 판 페르시 앞날이 어찌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맨시티 이적은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닌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