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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제는 현실적인 맨유의 EPL 20번째 우승

 

맨체스터 두 팀의 명암이 엇갈렸던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2라운드 였습니다. 맨유는 퀸즈 파크 레인저스전 2-0 승리로 선두를 굳혔지만 맨시티는 아스널 원정에서 0-1로 패했습니다. 두 팀의 승점 차는 8점. 불과 한 달전까지는 맨시티가 오랫동안 프리미어리그 1위를 달렸지만 이제는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맨시티가 최근 리그 5경기에서 1승2무2패로 부진했던 기간에 맨유는 5경기 모두 무실점 승리를 기록하며 지역 라이벌을 승점 8점 차이로 따돌렸습니다.

[사진=퀸즈 파크 레인저스전 2-0 승리를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이제는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통산 20번째 우승이 현실적이라고 판단됩니다. 앞으로 6경기 남았음을 감안해도 맨시티 막판 행보가 안좋습니다. 마치 2007/08시즌의 아스널을 보는 것 같습니다. 당시의 아스널은 시즌 중반까지 맨유와 선두 다툼을 벌이면서 1위에 올랐던 기간이 결코 짧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08년 2월말 버밍엄 시티전 2-2 무승부 이후 끝없는 추락을 거듭하면서 맨유의 리그 우승을 허용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우승 전력의 팀이라도 시즌 막판 승점 관리가 안되면 목표 달성이 힘들다는 교훈을 던져줬습니다. 지금의 맨시티는 뒷심이 부족합니다. 우승 경험이 많은 맨유에게 뒤질 수 밖에 없는 이유죠.

맨유와 맨시티의 가장 큰 차이점은 32라운드에서 드러났습니다. 스쿼드에서 무게를 잡아줄 선수의 존재감이 달랐습니다. 맨유는 퀸즈 파크 레인저스전에서 2-0으로 승리했지만 경기 내용은 2% 부족했습니다. 많은 슈팅에 비해서 골 운이 따라주지 못했습니다. 정상적인 경기력이라면 대량득점으로 이겼을지 모릅니다.

유일한 필드 골은 후반 23분 폴 스콜스의 중거리 골 입니다. 젊은 선수들이 번번이 슈팅을 놓쳤을 때 스콜스가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면서 맨유가 승리를 굳혔고, 1명 퇴장 당했던 상대팀에게 패색이 짙어졌습니다. 만약 스콜스 골이 없었다면 경기가 어떻게 끝났을지 아무도 모릅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후반 17분 애슐리 영을 빼고 라이언 긱스를 교체 투입한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반면 맨시티는 스콜스 같은 선수가 없었습니다. 그동안 혹사에 시달렸던 다비드 실바가 18인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고, 야야 투레가 전반 17분에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미드필더진의 공격 전개가 평소보다 위력이 반감됐습니다. 누구도 공격의 중심을 잡아주지 못했거나 결정적인 한 방을 날려줄 선수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맨유도 스콜스 비중이 크지만 맨시티는 그럴 만한 선수가 없습니다. 실바를 거론하며 반론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평소 실바 의존도가 높았던 맨시티 전략이 문제였죠. 실바의 시즌 막판 경기력 부진은 맨시티의 로테이션 실패를 뜻합니다. 그동안 대형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투자했음에도 우승을 보장해줄 선수가 없다는 것이 맨시티 문제점입니다.

맨시티의 아스널전 0-1 패배는 치명적입니다. 아스널 원정이라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위해서는 상대팀을 확실하게 제압하는 맛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0-0으로 팽팽히 맞섰던 후반 중반부터 아스널에게 여러차례 골 기회를 내주거나 공격권을 허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수비 숫자를 늘리면서 아스널 공세를 막았던 작전까지는 성공했지만 국면이 전환되면서 공격의 맥이 계속 끊어졌습니다. 상대팀에 비해서 승리욕이 부족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승을 위해서라면 상대팀보다 더욱 공격적이면서, 수비에 치중할 때는 상대팀 허를 찌르는 날카로운 역습 전개가 필요했습니다. 끝내 후반 42분 미켈 아르테타에게 결승골을 허용했습니다.

후반 44분에는 마리오 발로텔리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했습니다. 두 번의 경고 뿐만 아니라 몇차례 위험한 행동을 남발하더군요. 맨시티가 맨유를 따라잡으려면 골을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카드 관리도 잘해야 합니다. 발로텔리가 퇴장 당할때는 맨시티가 0-1로 밀렸던 상황이지만, 파울에 엄격한 심판이 경기를 진행했다면 발로텔리는 실제보다 이른 시간에 퇴장 당했을지 모릅니다. 발로텔리의 문제점은 팀에 손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사례를 굳이 자세하게 언급하지 않아도(많은 분들이 알고 있지만) 팀에 안좋은 영향을 끼치는 행동은 문제가 있습니다. 축구 선수로서 뛰어난 재주가 있으나 앞으로 맨시티와 함께해야 할 선수인지 의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 맨유의 남은 6경기 전망은 좋습니다. 6경기 상대팀 중에 맨시티를 제외한 5팀 전력이 약합니다. 최근 약팀과의 경기에서 무실점 승리를 거둔 경우가 많았던 경험이라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주력 선수들이 부상을 조심하거나 방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죠. 유럽 대항전에서 탈락한 상황이라 체력적인 어려움도 없습니다. 클레버리-존스 같은 부상으로 신음했던 영건들도 돌아오면서 스쿼드가 두꺼워졌습니다.

다만, 맨유가 약팀과 자주 경기하면서 공격적인 선수 기용을 하느라 박지성 출전 시간이 줄어든 것은 다수의 국내 축구팬 입장에서 아쉽게 받아들일 수 있죠. 혹시 '박지성 위기론'이 다시 등장할지 모르겠지만, 저는 전술적 선택이라고 간단하게 표현합니다. 이 글의 주제와 큰 연관 없지만요.

맨유와 맨시티는 한국 시간으로 5월 1일 새벽 4시에 맞붙습니다.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일정이죠. 지금까지는 그 경기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결정지을 포인트로 작용했습니다. 그런데 '맨유 오름세, 맨시티 내림세'가 계속되는 흐름이라면 맨체스터 더비 이전에 맨유의 우승이 사실상 결정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 맨유가 맨시티를 승점 8점 차이로 앞서면서 우승 분위기를 얻었지만요. 맨유가 방심하지 않으면 프리미어리그 통산 20번째 우승은 시간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