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파드' 구자철(23, 아우크스부르크)이 7일 저녁 독일 최고의 클럽으로 손꼽히는 바이에른 뮌헨(이하 뮌헨) 원정에서 시즌 4호골을 터뜨렸습니다. 전반 23분 박스 중앙에서 악셀 벨링하우젠이 왼쪽 측면에서 밀어준 패스를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자신이 슈팅을 날렸던 볼은 뮌헨 골키퍼이자 독일의 최정상급 수문장으로 손꼽히는 마누엘 노이어도 막지 못했습니다. 팀이 0-1로 뒤진 상황에서 동점골을 넣었지만, 후반 15분 마리오 고메즈에게 실점을 헌납하면서 1-2로 패했습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14위(6승12무11패)를 기록했습니다.
[사진=구자철 (C) 아우크스부르크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fcaugsburg.de)]
구자철은 뮌헨전을 통해서 3가지 소득을 얻었습니다. 첫째는 미들라이커로 도약했습니다.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이후 10경기에서 4골 기록했습니다. 지난 주말 FC 쾰른전까지 포함해서 2경기 연속골을 터뜨렸죠. 팀 내 최다 득점자 샤샤 묄더스(28경기 5골)보다 1골 부족하지만 출전 경기에 비하면 아우크스부르크 선수 중에서 골 감각이 가장 좋다고 봐야 합니다. 미드필더로 뛰고 있음에도 물 오른 득점력을 과시하며 아우크스부르크의 에이스로 떠올랐습니다. 임대 선수로 들어온지 70여일 되었지만 이렇게까지 팀의 중심이 되었을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둘째는 뮌헨 원정에서 골을 터뜨린 것 자체가 의미있습니다. 뮌헨은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15번의 홈 경기를 치르면서 단 6실점만 허용했습니다. 분데스리가 18개 구단 중에서 유일하게 홈에서 한 자릿수 실점을 기록할 정도로 알리안츠 아레나에 강했습니다. 6실점 중에 하나가 구자철 득점입니다. 또 뮌헨은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진출하면서 6번의 홈 경기를 모두 이겼습니다. 16강 FC 바젤전, 8강 마르세유전에서는 무실점을 기록했죠. 그만큼 안방에서 쉽게 골을 내주는 팀은 아닙니다. 뮌헨이라는 독일 최고의 클럽이라는 상징성을 놓고 볼때 현지에서 구자철을 많이 주목하리라 짐작됩니다.
그동안 구자철에게는 독일 현지의 대중적인 관심이 필요했습니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놀라운 공격력을 과시했지만 다른 관점에서는 하위권팀 선수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는 경우가 쉽지 않습니다. 하위권보다는 상위권팀의 미디어 노출이 많으니까요. 구자철의 뮌헨전 골은 상징성이 큽니다. 또 4-1-4-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정확한 패싱력과 상대 공격을 적극적으로 차단하는 근면한 활약, 11.02Km를 뛰었던 많은 이동량(팀 내 2위, 양팀 포함 5위)을 기록하며 후반전에는 최전방 공격수로 자리를 옮기면서 고립되는 아쉬움이 있었음을 감안해도 전반 23분 동점골을 통하여 경기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쳤습니다.
세번째 소득은 올 시즌 종료 후에 벌어질 상황이 긍정적입니다. 원칙적으로는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기간이 만료되면서 원 소속팀 볼프스부르크로 돌아가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아우크스부르크는 구자철의 볼프스부르크 복귀를 내심 원하지 않을 겁니다. 만약 2부리그로 강등되면 어쩔 수 없이 보내야겠지만 1부리그 잔류에 성공하면 다음 시즌 선전을 위해 구자철의 힘을 필요로 할 겁니다. 그래서 구자철 완전 이적을 위해 볼프스부르크와 협상하면서 만만치 않은 이적료를 지불해야 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구자철이 볼프스부르크 복귀 이후 팀의 붙박이 주전으로 자리잡지 못하면 예전처럼 경기 감각이 떨어질지 모릅니다. 볼프스부르크는 최근 이적시장에서 공격적인 선수 영입을 단행했습니다. 특이사항이 없으면 올해 여름에도 미드필더를 보강할지 모릅니다.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로 돌아가면 다시 주전 경쟁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구자철이 펠릭스 마가트 감독에게 아우크스부르크에서의 활약상을 인정받으면 팀 내 경쟁에서 유리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시즌이 5경기 남았지만 구자철 임대는 성공작입니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독일 분데스리가에 성공적으로 적응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은 볼프스부르크에게 이득입니다. 팀의 잠재적인 주력 선수를 얻은 것과 마찬가지죠. 비록 다른 팀에서 실전 감각을 쌓았지만 원 소속은 볼프스부르크입니다. 마가트 감독은 구자철의 임대 활약상을 과소평가할 수 없는 입장이 됐습니다.
만약 구자철이 지금도 볼프스부르크에 소속되었다면 지금과 같은 활약상을 보여주지 못했을 것입니다. 볼프스부르크에서는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태에서 측면과 중앙, 공격수를 오가는 역할 변화가 잦았습니다.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기에는 볼프스부르크와 어울리지 못했습니다. 정확히는 마가트 감독과 궁합이 안맞았죠. 현실적으로 볼프스부르크 복귀가 유력하겠지만 마가트 감독 의중은 누구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구자철은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활약을 통해서 향후 분데스리가를 빛낼 주역임을 실력으로 과시했습니다. 다음 시즌에는 23세에서 24세가 되는 만큼 이제는 유망주 레벨에서 벗어났습니다. 마가트 감독은 구자철 활약상을 주목해야 합니다.
또는 제3의 클럽이 구자철에 관심을 나타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해 여름에 손흥민이 활약중인 함부르크가 영입을 추진했던 것 처럼 말입니다. 구자철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는 올 시즌 종료 후 자신에게 충분한 출전 시간을 제공하는 팀을 만나는 것입니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의 경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그럴 명분을 얻기가 쉽지 않았죠.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볼프스부르크가 구자철 지키기를 고민할 입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럴수록 구자철의 이적시장 가치가 커지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