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 대표팀 에이스 카가와 신지(23, 도르트문트)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독일 일간지 빌트지에 의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첼시가 카가와에 눈독을 들였으며 이적료로 1500만 유로(약 223억원)를 책정했다고 합니다. 특히 맨유 이적설은 지난 시즌부터 줄곧 제기됐습니다. 한때는 일본 언론에서 카가와 이적설을 보도하는 경우가 잦았지만 이제는 유럽 현지 언론에서 카가와 차기 행선지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사진=카가와 신지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카가와의 맨유 또는 첼시 이적 가능성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빅 클럽 이적설로 주목을 받는 영건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유럽 언론이 제기하는 이적설 중에서도 틀린 것이 많습니다. 아무리 카가와가 맨유 이적설이 잦았지만 올드 트래포드로 떠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포르투갈 출신의 제노아 미드필더 미구엘 벨로소는 스포르팅 리스본 시절 맨유를 비롯한 여러 빅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았던 전례가 있습니다. 카가와 미래와 관련된 보도는 더 지켜볼 사안입니다.
그럼에도 카가와 이적설은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카가와가 도르트문트의 에이스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 분데스리가 우승을 공헌했고 올 시즌에도 팀의 1위 도약을 이끌고 있습니다. 만약 팀이 바이에른 뮌헨을 물리치고 우승할 경우 자신의 이적시장 가치가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는 12골 9도움을 기록하며 미들라이커로서 엄청난 공격 포인트를 달성했습니다. 현지 언론으로부터 맨유와 첼시를 비롯한 또 다른 빅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다만, 카가와가 맨유 또는 첼시 이적을 희망하면 로테이션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도르트문트에서는 붙박이 주전으로 활약했지만 맨유와 첼시는 다른 환경입니다. 어쩌면 맨유에게는 카가와 같은 득점력이 뛰어난 미드필더가 필요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맨유는 4-2-3-1을 쓰는 도르트문트와 달리 오랫동안 4-4-2를 고수했습니다. 때때로 원톱으로 변형했을 뿐이죠. 카가와가 맨유에서 성공하려면 중앙 미드필더로서 수비력이 뛰어나야 합니다. 활동량이 많은 것은 분명하지만 상대 공격을 악착같이 끊어내는 수비력이 발달된 선수인지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합니다.
첼시에서는 후안 마타와 포지션이 겹칩니다. 만약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이 다음 시즌에도 지휘봉을 잡으면 마타의 공격형 미드필더 배치는 변함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마타의 왼쪽 윙어 전환도 가능하지만 첼시에게 가장 필요한 포지션은 골을 잘 넣는 최전방 공격수입니다.
맨유와 첼시 이적설을 떠나서, 과연 카가와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는 선수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일본인 선수의 프리미어리그 성공 사례는 없었습니다. 그나마 미야이치 료가 최근 볼턴의 임대 선수(원 소속 : 아스널)로서 두각을 나타냈을 뿐입니다. 카가와는 프리미어리그에서 통하기에는 몸싸움이 딱히 강하지 않지만, 분데스리가에서 성공했던 이유는 거구의 수비수들을 무너뜨리는 뛰어난 볼 기술과 풍부한 활동량을 자랑했습니다. 이청용의 볼턴 성공 사례를 봐도 몸싸움이 약한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실패한다는 공식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카가와는 이청용과 달리 중앙에서 뛰는 선수입니다. 그것도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말입니다. 프리미어리그의 특징은 중앙 압박이 촘촘합니다. 플레이메이커가 좁은 공간에서 상대 수비와 경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몸이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빠른 템포를 맞추지 못하면 플레이메이커로서 팀 공격을 전개하기 어렵습니다. 다수의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4-4-2를 주 포메이션으로 활용하는 것과 맥락을 같이 합니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카가와가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를 잡으려면 수비력이 받쳐줘야 합니다. 오히려 자신의 강점이었던 공격력이 반감 될 여지가 있습니다.
루카 모드리치(토트넘) 사미르 나스리(맨체스터 시티) 후안 마타(첼시)는 전형적인 플레이메이커 입니다. 하지만 세 선수는 프리미어리그 입성 초기에 왼쪽 윙어로 활약했습니다. 나스리는 아스널 시절에 세스크 파브레가스(FC 바르셀로나)와 공존하는 과정에서 측면 미드필더로 적응했죠. 이들의 사례를 놓고 보면 카가와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왼쪽 윙어 전환을 요구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만약 카가와가 잉글랜드 진출을 희망하면 모드리치가 좋은 전례라고 봅니다. 모드리치는 베일이 등장하기 전까지 왼쪽 윙어로서 준수한 공격력을 발휘했습니다. 중앙 미드필더 전환 이후에는 수비력에 눈을 뜨면서 일취월장한 기량을 과시했죠. 카가와처럼 체격이 큰 선수도 아닙니다.(모드리치 : 173cm/65kg, 카가와 : 172cm/63kg)
반면 카가와의 도르트문트 잔류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아무리 도르트문트가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에서 탈락했지만 분데스리가는 이탈리아 세리에A를 밀어내고 유럽 3대리그에 등극했습니다. 만약 도르트문트가 우승하면 분데스리가 2연패를 달성합니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나타났던 경험 부족을 다음 시즌에 만회할 기회가 있습니다. 카가와 본인이 프리미어리그라는 험난한 도전을 택할지 알 수 없지만, 만약 그 도전을 받아들이면 프리미어리그 빅 클럽을 원할지 모릅니다. 프리미어리그 중위권 또는 하위권 클럽에 안착하기에는 도르트문트가 더 좋은 여건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