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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 토레스, 상처로 남은 맨시티전 부진

 

'엘 니뇨' 페르난도 토레스(28, 첼시)는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전에서 후반 27분에 교체 됐습니다. 후반 중반 승부처에서 디디에 드록바와 교체된 것은 이날 경기력이 안좋았음을 뜻합니다. 만약 폼이 좋았다면 드록바와 투톱을 형성했을지 모를 일이죠. 물론 드록바와의 투톱은 힘들 겁니다. 지금까지 공존에 실패했으니까요. 그런 토레스는 교체가 결정되는 순간에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첼시 벤치로 들어갔습니다. 먹튀에서 탈출할 기회를 살리지 못했으니까요.

[사진=페르난도 토레스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토레스의 맨시티전 선발 투입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로베르토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의 잘못된 작전입니다. 정상적인 로테이션이라면 레스터 시티전에 결장했던 드록바 선발 투입이 옳았습니다. 첼시의 앞날 일정이 빡빡함을 감안하면 토레스 맨시티전 투입은 무리였습니다. 물론 토레스의 선발 투입 필요성은 있었습니다. 지난 주말 FA컵 8강 레스터 시티전 2골 2도움의 기세를 맨시티전에서 이어갈 것으로 기대를 모았죠. 하지만 맨시티전에 선발 투입되기에는 엄청난 역량이 필요했습니다. 맨시티는 챔피언십에 소속된 레스터 시티와 달리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노리는 클럽입니다. 토레스는 레스터 시티전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터라 3일 뒤에 열린 맨시티전에 뛰기가 벅찼죠.

그럼에도 토레스는 디 마테오 감독 대행의 믿음에 부응했어야 합니다. 빅 매치에서 선발 투입된 것은 지도자가 신뢰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그러나 맨시티 센터백으로 자리를 옮긴 마이카 리차즈에게 봉쇄당하면서 맨시티 골망을 흔들지 못했습니다. 리차즈의 분주한 움직임에 의한 밀착 견제를 받으면서 레스터 시티전보다 힘든 경기를 펼쳤습니다. 몸싸움과 제공권에서도 리차즈에게 밀렸죠. 때때로 2선으로 내려가 볼을 받았지만 그 이후의 첼시 공격이 더디게 진행됐습니다.

토레스의 문제점은 퍼스트 터치가 불안했습니다. 볼을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면서 리차즈 방어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죠. 1년 넘게 첼시에서 부진에 빠진 대표적 모습입니다. 중앙에서 상대 수비를 제끼기에는 볼 관리가 잘 안됩니다. 더욱이 상대 수비 공간이 열릴 때 돌파를 즐기는 성향이라 특급 킬러들에 비해서 공격 패턴이 단순합니다. 토레스와 겨루는 상대팀 수비수들은 높은 집중력을 유지하며 첼시의 9번 공격수를 괴롭혔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토레스는 리차즈의 끈질긴 방어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 여파는 첼시 공격 과정에 안좋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마타-메이렐레스-하미레스 같은 2선 미드필더들이 박스 안쪽으로 침투해서 골을 넣을 기회로 이어지지 못했죠. 토레스가 리차즈를 뚫어야 맨시티의 수비 부담이 커질 것이고 첼시 2선 미드필더들에게 공간이 넓게 생깁니다. 그러나 박스 안쪽을 활용한 공격이 드물었죠. 후반 16분 세트 피스 상황에서 케이힐이 선제골을 넣은 것 이외에는 특별한 장면이 떠오르지 못했습니다. 첼시가 맨시티에 비해서 수비에 초점을 맞췄던 만큼, 토레스가 리차즈를 비롯한 맨시티 수비의 활동 반경을 흐트러 놓을 필요가 있었습니다. 끝내 공략에 실패했지만요.

토레스의 맨시티전 부진은 아직 먹튀에서 탈출하지 못했음을 말합니다. 그의 고질적인 문제점은 여전했으니까요. 레스터 시티전에서 2골 2도움 기록했지만 그때의 활약이 맨시티에게 공략의 빌미가 됐습니다. 리차즈를 오른쪽 풀백에서 센터백으로 변신시키면서 토레스 맞춤 수비 전술을 가동했습니다. 평상시 선수 기용이었다면 리차즈가 아닌 '수비 실수가 잦은' 사비치가 선발 출전했을 겁니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FA컵에서 맹활약 펼친 토레스를 경계하고 있었다는 뜻이죠.

그런 토레스는 지난해 9월 24일 스완지전 이후 무려 6개월 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골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경기에 출전하면서 먹튀 탈출을 노렸지만 골망을 가르지 못했습니다. 한때는 경쾌한 몸놀림을 되찾으면서 첼시의 팀 플레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움직임으로는 부족합니다. 공격수의 기본은 골이니까요. 아무리 개인의 경기 내용이 좋았지만 킬러로서 골이 없으면 무용지물입니다. 토레스는 그것이 없었습니다.

먹튀 탈출에 실패한 토레스 위기론은 계속 될 전망입니다. 레스터 시티전에서 2골 2도움 기록했지만 맨시티전을 통해서 반짝임이 드러났죠. 지금 이대로의 폼이라면 유로 2012 스페인 대표팀 명단에 포함될지, 다음 시즌 첼시에서 뛰게 될지 의문입니다. 맨시티전 부진이 뼈아프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