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의 4위권 진입 의욕보다는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우승 의욕이 더 강했습니다. 후반 막판 승부처에서 명암이 엇갈렸습니다. 맨시티의 끈질긴 공격이 두 번의 골을 통해서 결실을 봤습니다.
맨시티는 22일 오전 4시 45분 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1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 첼시전에서 2-1로 이겼습니다. 후반 16분 게리 케이힐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32분 세르히오 아궤로가 페널티킥 동점골을 넣었고 후반 41분에는 사미르 나스리가 역전골을 터뜨렸습니다. 오랜만에 복귀한 카를로스 테베스는 나스리 골을 도우며 팀 승리를 공헌했습니다. 2위 맨시티는 승점 69점을 획득하며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1점 차이로 추격했습니다. 5위 첼시는 4위로 떨어진 토트넘과의 승점 차이가 4점이 됐습니다.
맨시티vs첼시, 두 팀의 팽팽했던 빅 매치
맨시티와 첼시의 선발 라인업은 이렇습니다.
맨시티(4-2-3-1) 하트/클리시-K.투레-리차즈-사발레타/Y.투레-데 용/나스리-아궤로-실바/발로텔리
첼시(4-2-3-1) 체흐/애슐리 콜-루이스-케이힐-이바노비치/램퍼드-미켈/마타-메이렐레스-하미레스/토레스
양팀 모두 만족스러운 전반전은 아니었습니다. 4-2-3-1을 활용했지만 원톱이 상대 수비수에게 봉쇄 당했던 공통점이 있습니다. 발로텔리는 루이스에게, 토레스는 리차즈에게 꽁꽁 묶였죠. 원톱과 2선 미드필더와의 공존도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맨시티는 최전방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몇차례 패스미스가 연출되었고, 아궤로는 주변 미드필더와의 연계 플레이에 초점을 맞추면서 발로텔리가 첼시 수비에게 받는 압박을 분산시키지 못했습니다. 첼시는 토레스와 메이렐레스의 공존이 풀리지 않았죠. 지난 주말 FA컵 8강 레스터 시티전에서는 메이렐레스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하면서 토레스에게 질 좋은 패스를 연결했습니다. 하지만 첼시전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왔지만 맨시티의 빨라진 중앙 공격에 대처하느라 토레스와 간격을 좁히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전반전에는 맨시티의 공격 기회가 많았습니다. 전반전 점유율 65-35(%), 슈팅 6-2(유효 슈팅 1-1, 개)로 앞섰습니다. 전반 12분 점유율에서는 78-22(%)로 앞서면서 경기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았습니다. 그럼에도 전반전에 골을 넣지 못했죠. 첼시의 수비 라인을 뚫기에는 박스 안에서 활발히 활동할 선수가 부족했습니다. 루이스에게 막혔던 발로텔리 한 명으로는 역부족입니다. 팀의 빌드업이 빨라지면서 미드필더끼리 활발히 패스를 주고 받았기에 첼시보다 많은 공격을 시도했었죠. 그럼에도 골을 결정짓지 못했습니다. 공격 과정에서 임펙트가 부족했다는 뜻입니다.
다만, 리차즈의 센터백 전환은 성공적입니다. FA컵 8강 레스터 시티전에서 2골 2도움 기록했던 토레스를 묶어두는 목적입니다. 첼시의 당시 전술이 '토레스 중심의 공격'임을 맨시티가 알아챘습니다. 리차즈는 순발력과 피지컬이 좋은 수비수입니다. 수비 실수가 잦았던 사비치보다 안정감이 넘치면서 그동안 실전에서 많은 공격수들을 상대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후반 6분에는 토레스와의 공중볼 다툼 과정에서 헤딩으로 볼을 따냈죠. 여기에 토레스가 퍼스트 터치 불안에 시달리면서 어렵지 않게 수비를 했습니다. 첼시의 공격이 안풀렸던 이유이자 맨시티의 위안거리 였습니다.
[사진=첼시전 역전승의 주인공. 사미르 나스리 (C) 맨시티 공식 홈페이지(mcfc.co.kr)]
후반 초반에는 맨시티가 공격, 첼시가 수비에 집중하는 구도였습니다. 맨시티는 미드필더들의 무게 중심을 앞쪽으로 당기하면서 파상공세를 펼쳤습니다. 후반 시작 전에는 발로텔리를 빼고 배리를 투입하면서 아궤로를 원톱으로 올렸습니다. 팀의 불안 요소를 줄이겠다는 뜻이죠. 첼시가 수비에 집중한 것은 적절한 시간에 반격을 노리겠다는 뜻입니다. 맨시티가 공격에 집중할 때 역습을 노리겠다는 심산이죠. 실제로 토레스를 활용한 역습이 진행됐지만 그 이상의 공격이 전개되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후반 12분에는 에시엔이 메이렐레스를 대신해서 교체 투입했습니다.
마침내 첫 골은 첼시에서 터졌습니다. 후반 16분 케이힐이 선제골을 넣었습니다.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루이스와 배리가 박스 오른쪽에서 볼 다툼을 펼칠 때 볼이 앞쪽으로 굴절되었고, 근처에서 케이힐이 오른발 슈팅을 날린 것이 차례로 K.투레-Y.투레 몸을 맞고 골이 됐습니다.(케이힐 득점으로 인정) 첼시는 맨시티에 비해서 소극적인 경기를 펼쳤지만 세트 피스 상황에서 골을 넣으면서 전세를 바꿨습니다. 후반 22분 슈팅 숫자에서 3-12(개)로 밀렸지만 오히려 1-0으로 앞섰습니다. 이에 맨시티는 후반 20분 데 용을 빼고 테베스를 투입하면서 4-4-2로 전환했습니다.
첼시는 후반 27분 드록바(out 토레스), 맨시티는 후반 30분 제코(out 실바)를 교체 투입시키는 맞불을 놓았습니다. 특히 첼시는 토레스 선발 투입이 실패작 이었습니다. 레스터 시티전에 결장했던 드록바의 체력이 더 좋았다고 판단됩니다. 리차즈와 당당히 맞설 수 있는 파워와 포스트플레이가 있었으니까요. 후반 32분에는 아궤로가 페널티킥 동점골을 넣었습니다. 사발레타가 박스 오른쪽에서 슈팅을 날릴 때 볼이 에시엔 팔을 맞고 페널티킥이 되면서 아궤로가 스코어를 1-1로 돌렸습니다. 맨시티는 많은 공격 시도에 비해서 결정력이 약했던 아쉬움을 페널티킥 골로 만회했습니다.
맨시티는 후반 41분 나스리가 역전골을 넣으면서 2-1로 앞섰습니다. 나스리는 박스 왼쪽 바깥에서 안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테베스와 원투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램퍼드 마크를 뿌리치고 골을 터뜨렸습니다. 그리고 맨시티가 승리했습니다. 팀이 0-1로 뒤질때 클리시-사발레타의 오버래핑을 통해서 공격 의지를 키운 것이 파상공세를 펼쳤던 원동력이 됐습니다. 후반 중반과 막판에 접어들때는 첼시 선수들보다 움직임이 더 많았습니다. 첼시가 주말 FA컵 경기를 치르느라 맨시티가 체력적으로 우세였습니다. 에시엔 핸드볼 파울은 맨시티에게 행운으로 작용했죠.
반면 첼시의 패배는 소극적인 공격에서 비롯됐습니다. 케이힐이 선제골을 넣었을 때 추가골을 염두하는 역습이 필요했지만 오히려 수비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토레스가 잘 보이지 않았죠. 이날 경기에서는 2선 미드필더들의 공격력이 떨어졌습니다. 마타-메이렐레스의 폼은 레스터 시티전보다 안좋았고, 하미레스는 클리시를 뚫지 못했고 오른쪽 공간에서 볼 배급이 투박했습니다. 스터리지 같은 공격 포인트에 탐욕적인 선수가 필요했습니다. 그럼에도 스터리지가 결장했고 주력 선수들이 FA컵 출전 여파로 체력이 떨어지면서 맨시티의 끈질긴 공격을 당해내지 못했습니다. 4위권 진입의 분수령이었던 맨시티전에서 아쉽게 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