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상대국이 결정됐습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조추첨에 의해 이란, 우즈베키스탄, 카타르, 레바논과 함께 A조에 편성됐습니다. B조에서는 호주, 일본, 이라크, 오만, 요르단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각조 1~2위 팀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며, A조 3위와 B조 3위 플레이오프의 승자는 남미 5위팀과 격돌한 뒤 승리팀이 본선행 티켓을 받습니다. A조에 있는 국가들의 면면을 놓고 보면 한국의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이 큽니다. 한국의 최종예선 일정은 이렇습니다.
[사진=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조편성을 공개한 아시아 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왼쪽이 B조, 오른쪽이 A조 입니다. (C) the-afc.com]
2012년 : 6월 8일 카타르(원정) 6월 12일 레바논(홈) 9월 11일 우즈베키스탄(원정) 10월 16일 이란(원정)
2013년 : 3월 26일 카타르(홈) 6월 4일 레바논(원정) 6월 11일 우즈베키스탄(홈) 6월 18일 이란(홈)
한국을 위협할 상대는 2번시드 이란입니다. 이란은 중동의 강호로서 역대 전적 25전 9승7무9패 동률이며 1996년 아시안컵에서 우리에게 2-6 패배의 악몽을 안겨줬던 팀으로 회자됩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2경기에서는 모두 1-1로 비겼죠. 지난해 아시안컵에서는 연장 끝에 윤빛가람 결승골로 이란을 1-0으로 제압했지만 후반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을 정도로 팽팽한 접전을 펼쳤습니다. 이란의 홈 구장 아자디 스타디움은 10만 관중의 함성, 해발 1200m 고지대라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한국 국가 대표팀은 지금까지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승리한 경험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일본보다는 이란이 더 낫다는 평가입니다. 한국이 일본과 맞붙을 경우, 오히려 일본이 유리한 입장입니다. 만약 한국과 일본이 같은 조에 편성되었다면 일본은 6월 3일과 8일에 자국에서 최종예선 2경기를 치른 뒤 12일에 한국에서 세번째 경기를 치릅니다. 반면 한국은 6월 8일 카타르 원정을 마치고 4일 뒤 국내에서 일본과 경기하는 일정이 됩니다. 경기 장소는 한국이지만 오히려 일본 선수들의 컨디션이 더 좋은 상황에 놓입니다. 만약 한국이 홈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최강희호를 향한 여론의 불신이 커질 것입니다. 다행히 일본이 아닌 레바논이 A조 5번시드를 받으면서 6월 12일에 한국 원정을 치르게 됐죠.
10월 16일 이란 원정이 부담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는 이란과 두 번의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조 1위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이란 원정에서는 무승부가 최선의 결과라고 봐야 합니다. 적어도 이란의 승점 3점 획득을 막아야 하니까요. 소속팀에서 AFC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를 치르는 일부 국내파들의 체력이 변수지만(중동 원정을 떠날 수 있으므로) 유럽파-중동파 차출 부담을 덜게 됩니다. 내년 6월 18일에는 홈에서 이란과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릅니다. 한국이 7차전까지 무난한 행보를 이어갈 경우 이란과의 8차전이 결코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이란 원정 못지않게 카타르 원정도 중요합니다. 6월 8일 카타르 원정은 한국의 최종예선 첫번째 경기입니다. 시작의 중요성은 두말 할 필요 없습니다. 만약 카타르 원정에서 승리하지 못할 경우 4일 뒤 레바논과의 2차전에서 역시차에 따른 컨디션 저하를 딛고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카타르는 한국보다 한 수 아래의 팀으로 평가받지만 지난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알사드와 관련된 논란을 봐도 다소 찜찜한 상대입니다. 이란과 더불어 침대 축구에 익숙하죠.
우즈베키스탄과 레바논은 한국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입니다. 두 나라와의 역대 전적에서는 9전 7승1무1패, 8전 6승1무1패로 한국이 앞섰습니다. 다만, 지난해 11월 레바논 원정 1-2 패배를 떠올리며 방심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당시 레바논 원정 패배는 조광래 전 감독 경질의 빌미가 됐죠. 그럼에도 한국의 축구 레벨은 우즈베키스탄-레바논보다 더 앞섭니다. 그동안 아시아 축구의 강호로 쌓아왔던 자존심을 봐도 말입니다. 한국이 두 나라와의 4경기를 모두 이길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의 강점은 내년 6월에 열리는 최종예선 6~8차전 입니다. 6월 4일 레바논 원정을 치른 뒤, 11일 우즈베키스탄-18일 이란을 홈에서 상대합니다. 대략 5월말부터 소집훈련을 시작해서 6월 중순까지 대표팀을 운영하게 됩니다. 레바논 원정이 부담스럽지만 7~8차전은 국내에서 열립니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모든 에너지를 발휘할 최적의 환경입니다. 2012년 6월에 비해서 중동 원정 이후의 컨디션 관리가 쉬워집니다. 2012년 6월 8일~12일 간격은 4일에 불과하며, 카타르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면서 역시차까지 존재합니다. 반면 2013년 6월 4일~11일 간격은 일주일 입니다.
여론의 조편성 반응은 긍정적입니다. 최악의 조편성을 면했으니까요. 하지만 최상의 조편성까지는 아닙니다. 이란-레바논-카타르는 중동입니다. 한국은 중동 원정을 치를 때마다 많은 고생을 했습니다. 중동 특유의 높은 온도와 텃세를 비롯해서 편파판정, 관중의 몰상식한 행동, 잔디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항상 힘든 경기를 펼쳤죠. 다만, B조에도 중동이 세 팀이나 있습니다. 호주 원정은 모든 선수들에게 힘들 수 밖에 없죠.
그럼에도 월드컵 본선은 조 2위까지 주어집니다. 조 3위는 플레이오프를 치러야겠지만 2위까지는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짓습니다. 한국이 최종예선 준비를 착실하게 잘하면 브라질의 관문이 열리게 됩니다.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는 조 1위 4승4무의 성적으로 본선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오는 6월 8일부터 시작되는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8회 연속 본선 진출이 확정될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