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대표팀이 최강희호 출범 이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25일 오후 2시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진행된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4:2로 승리했습니다. 이동국이 전반 18분과 46분에 골을 터뜨렸고 후반 시작 19초 뒤에는 김치우가 골을 추가했습니다. 후반 33분 라키모프, 후반 37분 안드레예프에게 실점했지만 후반 46분 김치우의 왼발 프리킥 골로 한국이 승리를 굳혔습니다. 이동국과 김치우는 2골씩 넣었습니다. 오는 29일에는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6차전 쿠웨이트전을 치릅니다.
이동국 2골, 전북 선수들이 펄펄 날았던 전반전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라인업은 이렇습니다.
한국 : (4-1-4-1) 김영광/박원재-곽태휘-이정수-최효진/김상식/한상운-김두현-김재성-이근호/이동국
우즈베키스탄 : (3-5-2) 네스테로프/타지에프-이스마일로프-필리포시아/카파제-킬리세프-안드레예프-카사노프-에르질야코프/나시모프-샤드린
전반전에는 한국의 공격 기회가 많았지만 한 가지 장면을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전반 15분 김재성이 한국 진영에서 동료 선수들과 볼을 주고 받을 때 우즈베키스탄 포어체킹에 걸려 볼을 빼앗기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상대팀의 후속 공격이 진행되지 못한 것이 다행이지만, 허리쪽에서 패스를 차단당하면서 상대팀에게 역습을 내줄 때를 조심해야 합니다. 29일 상대할 쿠웨이트는 선 수비-후 역습으로 나오면서 우즈베키스탄처럼 포어체킹을 시도할 테니까요.
한국의 첫 골은 전반 18분에 터졌습니다. 김재성이 우즈베키스탄 진영의 중앙에서 빠른 타이밍의 종패스를 연결한 것이 이근호-김두현 패스로 이어졌고, 이동국이 박스 안에서 이스마일로프와 맞닥뜨릴 때 돌아서는 동작을 취하면서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특히 이동국이 최강희호 출범 이후 첫 골을 넣은 것은 상징성이 있습니다. 전임 감독 시절에는 전술적 선택에 의해 외면받았지만 최강희 감독과의 궁합이 잘 맞음을 선제골로 보여줬습니다. '대표팀에서는 여전히 이동국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죠. 허정무호-조광래호 No.1 공격수는 박주영이었지만 최강희호 No.1 공격수는 어쩌면 이동국일지 모릅니다. 박주영의 실전 감각 저하를 감안해서 말입니다.
하지만 한국은 왼쪽 윙어 한상운을 활용한 공격이 활발하지 못했습니다. 전반 25분 왼쪽-가운데-오른쪽 공격 방향에서 12-33-55(%)를 기록했습니다. 이근호가 위치한 오른쪽에 공격이 많았지만 왼쪽을 공략하지 못하면서 단조로운 패턴을 일관했습니다. 패스 전개 과정에서 우즈베키스탄 수비 속도보다 늦어지면서 우리의 공격 템포가 떨어지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한상운은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선수입니다. 김두현-김재성-이근호도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췄던 관계는 아니죠. 선수들의 호흡이 완성되지 않았음을 뜻합니다.
다만, 김상식의 패싱력은 칭찬해야 합니다. 전반 32분 하프라인에서 한상운에게 로빙패스를 띄워주면서 공격 기회를 제공했고, 34분에는 중원에서 논스톱으로 로빙패스를 올린 것이 김두현의 드리블 돌파에 이은 슈팅으로 이어졌습니다. 김두현 슈팅이 높게 뜨고 말았던 아쉬움이 있었지만 김상식 패스가 있었기에 위협적인 공격 기회가 연출됐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날카로운 볼 배급을 과시했죠. 왼쪽 측면에서는 박원재가 무난한 모습을 보였죠. 전반 38분 오버래핑에 이은 대각선 패스가 정확하게 향했고, 우즈베키스탄 오른쪽 공격을 제어하는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이동국-김상식과 더불어 전북 선수들이 전반전에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습니다.
전반 막판에는 한국이 일방적인 공세를 펼쳤습니다. 왼쪽 공격 빈도가 많아지면서 한상운의 폼이 살아났습니다. 공격 전개 과정에서 패스미스가 줄어들고 빠른 타이밍의 패스가 끊임없이 공급되면서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이 수비하느라 정신 없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한상운-이동국의 손발이 맞기 시작했죠. 전반 46분에는 이동국이 추가골을 넣었습니다. 이근호가 박스 오른쪽에서 한상운의 왼쪽 크로스를 헤딩으로 떨군 뒤, 근처에서 접근했던 이동국이 오른발 슈팅으로 골을 터뜨렸습니다. 전반전에만 2골을 넣는 킬러 본능을 과시했습니다.
김치우 2골, 그러나 아쉬웠던 2실점
한국은 후반 시작과 함께 5명을 교체 투입했습니다. 김상식-한상운-이근호-이정수-김재성을 대신해서 김신욱-최태욱-하대성-조성환-김치우가 조커로 나섰습니다. 그리고 후반 시작후 19초만에 김치우가 골을 터뜨렸습니다. 문전으로 쇄도하는 과정에서 김신욱의 오른발 크로스를 헤딩골로 밀어 넣었습니다. 골 상황 이전에는 김신욱 헤딩 패스-최태욱 왼쪽 횡패스-이동국 오른쪽 횡패스에 이은 김신욱 크로스 과정이 빠르게 전개되면서 우즈베키스탄 선수들의 시선을 유도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김치우가 반대쪽 방향으로 접근하면서 헤딩골을 터뜨렸습니다. 2009년 4월 북한전 이후 2년 10개월만에 대표팀에서 골맛을 봤습니다.
후반전에는 4-2-3-1로 전환하면서 김신욱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용한 것이 눈에 띱니다. 김신욱은 이동국 아랫쪽에서 연계 플레이에 초점을 맞추면서 김치우-최태욱 같은 윙어들과 동일선상을 유지했죠. 때로는 최전방으로 접근하면서 투톱으로 변형됐습니다. 활동 폭을 넓게 잡으면서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의 마크를 따돌리는 효과를 노렸죠. 후반 12분에는 이동국이 벤치로 들어가고 신형민이 교체 투입했습니다. 김신욱과 김두현이 각각 원톱,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라가면서 신형민-하대성 더블 볼란치가 형성 됐습니다. 김신욱 원톱 체제를 시험하겠다는 뜻입니다.
후반 22분 점유율에서는 69-31(%)로 앞섰습니다. 일방적인 공세를 펼쳤죠. 우즈베키스탄의 수비 위주 플레이에 위축되지 않고 빠르고 세밀한 볼 배급이 이루어지면서 3:0으로 앞서는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후반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선수들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둔화되었지만 4일 뒤 쿠웨이트전을 감안하면 잔여 시간에 무리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3:0 굳히기가 오히려 수비력 약화로 이어졌습니다. 후반 33분에 수비 집중력이 흔들리면서 라키모프에게 실점했습니다. 우즈베키스탄이 왼쪽 크로스를 통해서 골맛을 봤죠. 후반 37분에는 안드레예프에게 페널티킥 골을 허용하면서 3:2가 됐습니다. 조성환 파울이 페널티킥의 빌미가 됐습니다. 후반 33분, 37분 실점이 쿠웨이트전에서 재현되지 않도록 90분 동안 강도 높은 수비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후반 46분에는 김치우가 왼발 프리킥으로 추가골을 넣으면서 한국이 4:2로 승리했습니다.
한국의 우즈베키스탄전 승리는 대표팀에서도 닥공(닥치고 공격)이 가능함을 알렸습니다. 최강희 감독의 닥공이 대표팀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성취했습니다. 전북 닥공의 중심이었던 이동국은 대표팀 복귀전에서 2골을 넣으면서 최강희호에 어울리는 공격수임을 입증했습니다. 2실점에 대해서는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면 무실점 승리보다 더 나은 결과였다고 보여집니다.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수비 집중력 저하가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 경각심을 느끼게 됐죠. 4일 뒤에 벌어질 쿠웨이트전 승전보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