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널은 최근 프리미어리그 4경기에서 1무3패에 그쳤습니다. 지난 2일 볼턴전 0-0 무승부 이전까지 3연패를 당했죠. 리그 7위로 추락하면서 4위 첼시와의 승점 차이가 5점으로 벌어졌습니다. 지금의 내림세를 놓고 보면 빅4 수성이 어려울지 모릅니다. UEFA 챔피언스리그가 일시적인 휴식기에 접어든 시점에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많은 승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아스널은 5위 뉴캐슬-6위 리버풀에게 밀리는 실정입니다.
[사진=박주영 (C)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arsenal.com)]
이제는 시즌 후반기 대반전을 위한 변화를 꾀해야 합니다. 지금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다른 팀들에게 읽히는 경기 내용을 되풀이할지 모릅니다. 1월 이적시장에서 티에리 앙리를 2개월 임대 영입했지만 빅4 잔류를 보장하는 정답은 아닙니다. 앙리는 이번달을 끝으로 뉴욕 레드불스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적시장에서 앙리 이외에는 대형 선수 영입이 없었던 만큼, 전술 변화를 검토할때가 됐습니다.
아스널은 2009/10시즌부터 원톱 위주의 포메이션을 고수했습니다. 때로는 윙어들을 전진배치해서 4-3-3을 활용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최전방 공격수가 한 명 입니다. 올 시즌에는 로빈 판 페르시가 원톱으로서 리그 23경기에서 19골 기록하며 팀 공격을 짊어졌습니다. 그러나 판 페르시 득점력에 버금가는 공격 옵션이 없는 것이 아스널 문제점입니다. 미드필더들의 득점력이 떨어집니다. 수비쪽에서는 부상자들이 돌아오면 약점을 해소할 수 있지만, 공격에서는 판 페르시 의존증이 아스널 공격력 향상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판 페르시가 잘했습니다. 하지만 시즌 후반기에는 집중 견제를 당할 여지가 있습니다. 아스널과 상대하는 팀이라면 판 페르시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죠. 그리고 판 페르시는 올 시즌 부상 없이 많은 경기를 뛰었습니다. 본래 부상이 잦은 선수라서 휴식의 필요성이 있습니다. 이미 FA컵 4라운드 애스턴 빌라전을 소화했고 앞으로 얼마뒤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를 대비해야 합니다. 적어도 16일 AC밀란전 이전까지는 리그 경기에서 쉬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판 페르시가 부진하거나 부상 당하면 아스널에게 절망적인 시나리오 입니다.
또는 판 페르시가 과부하에 개의치 않고 리그 득점 1위의 기세를 계속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드필더들의 득점력 부족이 해결되지 않으면 아스널이 승리하는 과정이 어려울지 모릅니다. 지금의 4-2-3-1 체제에서 2선의 화력이 떨어지면 포메이션 변화를 검토해야 합니다. 판 페르시 다음으로 골 역량이 있는 선수를 제2의 공격수로 활용할 수 있죠. 판 페르시-샤먁 투톱 실험은 지난 시즌 실패로 끝났지만, 지금은 판 페르시-앙리 투톱 조합을 시도하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아스널은 2월에 앙리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2개월 임대 영입한 효과를 누려볼 때 입니다. 앙리가 없었다면 원톱 고수가 나았을지 모르겠지만요.
아스널 원톱 포기는 빅4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너무 일관된 전술을 지향했습니다. 원톱 고수는 물론이요, 짧은 패스를 위주로 템포를 빠르게 올리며 공격을 전개하는 플레이는 끈끈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팀들에게 통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리그 4경기 1무3패에 그친 것은 아스널 전술이 읽혔다는 증거입니다. 투톱을 시도할 때가 됐습니다.
아스널 투톱 전환은 박주영에게 기회입니다. 아스널이 공격수를 한 명에서 두 명으로 늘리면서 출전할 확률이 더 많아지죠. 판 페르시-앙리 투톱이 가동될 때 후반전에 교체 투입할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앙리가 원 소속팀으로 복귀할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지금의 '판 페르시 원톱' 체제에서는 벤치를 계속 지킬 수 밖에 없으니까요. 조만간 마루앙 샤막이 팀에 복귀합니다.
박주영은 올 시즌 잔여경기까지 아스널에 잔류해야 합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자신의 풀럼 임대를 반대했으니까요. 벵거 감독이 언젠가 등번호 9번 공격수를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관건은 출전 시간이죠. 한때는 "박주영은 1월에 출전한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맨유전 12분 출전에 불과했습니다. 추가 시간 5분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아스널이 투톱으로 전환하면 출전 시간이 더 늘어날 것으로 판단됩니다. 박주영은 팀의 철저한 벤치 멤버지만, 역의 관점에서는 아스널이 박주영에게 실전에 적응할 기회를 넉넉히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벵거 감독이 판 페르시에게 너무 의지했다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