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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벵거의 선택, 박주영 아닌 샤막-앙리

 

박주영이 선발 출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FA컵 3라운드(64강) 리즈 유나이티드(이하 리즈)전. 아르센 벵거 감독이 얼마전 "박주영을 1월에 출전시킬 것이다"고 밝히면서 FA컵 출전이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은 리즈전에서 결장했습니다. 모처럼 18인 엔트리에 합류했지만 교체 출전의 희망마저 물거품이 됐습니다. 지난해 11월 30일 칼링컵 8강 맨체스터 시티전 이후 약 40일째 경기에 뛰지 못했으며, 이제는 아스널의 전력 외 선수로 분류된 것 같습니다.

[사진=박주영 (C)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arsenal.com)]

리즈전에서 선발 출전한 원톱은 마루앙 샤막 이었습니다.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차출이 미루어졌기 때문이죠. 벵거 감독이 박주영보다는 샤막을 신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샤막은 리즈전에서 부진했습니다.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이겨내지 못하면서 볼을 터치할 기회가 적었습니다. 리즈가 수비 중심의 축구를 하면서 아스널 2선 미드필더들의 연계 플레이가 원활하지 못한 것도 샤막이 경기 감각을 회복하지 못했던 또 다른 요인 이었습니다. 끝내 후반 22분에 교체되고 말았죠.

샤막을 대신해서 투입한 선수는 티에리 앙리 였습니다. 리즈전을 통해 아스널 복귀전을 치렀습니다. 후반 32분에는 결승골을 터뜨리며 아스널 1-0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박스 왼쪽에서 송 빌롱이 2선에서 찔러준 스루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갈랐습니다. 상대 수비 사이의 빈 공간에 접근하면서 오프사이드 트랙을 무너뜨렸던 포지셔닝이 좋았습니다. 리즈 수비수 압박에 맥을 못췄던 샤막과 대조되는 영리한 공격 장면 입니다. 그런 앙리는 리즈전 결승골에 힘입어 앞으로 임대기간 두달 동안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그리고 박주영은 결장했습니다.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는 프란시스 코클린이 전반 32분 부상으로 일찍 교체되는 바람에 출전 확률이 줄었습니다. 어느 팀이든 전반전에 수비형 미드필더를 빼고 공격수를 투입하는 극단적인 교체 작전을 활용하는 것이 부담스럽습니다. 앙리의 후반전 출전이 예상된 상황에서 남은 조커 1장을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벵거 감독은 후반 22분 샤막, 옥슬레이드-챔벌레인을 벤치로 불러들이고 앙리, 월컷을 조커로 내세웠습니다. 특히 월컷을 조커로 띄운 것은 아스널 공격 템포를 높이면서 리즈 수비를 흔들겠다는 뜻입니다. 0-0 상황에서 검증된 선수의 투입이 필요했죠. 박주영은 어쩔 수 없이 경기에 빠졌죠.

리즈전은 박주영이 선발 출전했으면 더 좋았을 경기였습니다. 샤막은 네이션스컵에 차출되지 않아도 사실상 아스널에서의 미래가 불투명한 선수입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벤치를 지킨 시간이 길어지면서(박주영에 비해서 심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적설에 직면했습니다. 아스널이 4-2-3-1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로빈 판 페르시가 원톱 No.1을 확고히 지킨 상황에서 시즌 하반기 전망이 어두웠습니다. 아스널이 샤막을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없었다면 리즈전 선발은 박주영이 유력했을 겁니다.

하지만 벵거 감독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모로코 축구협회로부터 샤막의 네이션스컵 차출 연기 허락을 받으면서 박주영을 벤치에 앉혔습니다. 만약 차출 연기를 생각하지 않았거나 샤막에 대한 기대치가 없었으면 박주영을 선발로 내보냈겠죠. 샤막을 투입한 것은 박주영을 믿지 못한다는 뜻으로 풀이 됩니다. 현지 인터뷰에서는 박주영을 투입하겠다는 늬앙스의 반응을 나타냈지만 립서비스인 것 같습니다. 박주영이 아스널 공격 특유의 빠른 템포와 유기적인 공격 전개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전 소속팀 AS모나코에서 볼을 기다리는 플레이를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없겠지만, 모나코와 아스널 사이에서 괴리감이 컸습니다.

앙리의 임대는 박주영의 1월 이후 전망을 어둡게 했습니다. 박주영은 제르비뉴-샤막의 네이션스컵 차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입된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벵거 감독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서 최근 앙리가 아스널과 2개월 임대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 앙리는 아스널 복귀전 결승골을 터뜨리는 임펙트를 과시했습니다. 박주영이 출전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게 됐죠. 아스널은 오는 29일 애스턴 빌라와 FA컵 4라운드(32강)를 치르지만 박주영이 경기에 뛴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6시즌 연속 무관에 빠진 아스널은 FA컵을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만약 박주영이 시즌 전반기 벵거 감독과 궁합이 잘 맞았다면 앙리 임대는 없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입니다.

박주영은 2012년이 중요합니다. 국가 대표팀에서는 사령탑이 바뀌면서 주전 공격수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며, 올해 여름에는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런던 올림픽 출전이 유력한 상황입니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병역 혜택을 위해 한국의 3위 이내 입상을 이끌어야 합니다. 소속팀에서 지속적인 출전 시간을 확보하면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려야 대표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스널에서의 행보라면 앞날 대표팀 활약이 걱정됩니다. 그동안 조광래호에서는 많은 골을 터뜨렸지만 아스널에서 벤치를 지키거나 18인 엔트리에 빠졌던 시간이 점점 누적됐습니다.

이제는 다른 팀 임대가 현실적인 해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벵거 감독 반대에 부딪히면 어쩔 수 없지만, 앙리 임대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등장하면서 아스널에서 도전할 명분이 실리지 않게 됐습니다. 만약 벵거 감독이 박주영 임대까지 막으면 국내 축구팬 입장에서 야속한 마음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A팀, 올림픽팀에서도 전력적인 손해입니다. 판 페르시-앙리가 부상 당하지 않는 가정에서는 박주영 임대를 바래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