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맨체스터 더비가 남긴 4가지 교훈

 

많은 축구팬들의 주목을 받았던 FA컵 3라운드(64강) 맨체스터 더비는 맨유의 3:2 승리로 끝났습니다. 전반 10분 웨인 루니가 선제골을 넣었으며 2분 뒤에는 맨시티 수비수 빈센트 콤파니가 퇴장 당했습니다. 수적 우위를 점한 맨유는 전반 30분 웰백, 전반 40분 루니가 골을 터뜨리며 전반전에만 3골을 넣었습니다. 후반 3분 알렉산더 콜라로프, 후반 20분 세르히오 아궤로에게 만회골을 내줬지만 끝까지 리드를 지킨 끝에 4라운드(32강)에 진출했습니다. 다음 라운드에서는 또 다른 라이벌 클럽 리버풀과 격돌합니다. 맨체스터 더비가 남긴 4가지 교훈을 짚어봤습니다.

[사진=맨시티전 3-2 승리를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C) manutd.com]

1. 스콜스 복귀, 맨유의 명과 암

맨체스터 더비를 앞두고 가장 화제를 모았던 소식은 '맨유 레전드' 스콜스의 깜짝 복귀 였습니다. 경기 1시간전에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스콜스가 현역 선수로 돌아왔다는 영국발 소식들이 전해졌고, 맨유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오피셜을 띄우면서 트위터리안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죠. 그 이전까지는 맨유가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해야 한다는 외부의 주장이 줄기차게 제기되었지만 퍼거슨 감독은 내부에서 해법을 찾았습니다. 올 시즌 중원을 지휘할 적임자가 거의 전무한 상황에서 스콜스 복귀는 맨유 경기력이 향상되는 터닝 포인트가 될지 모릅니다.

스콜스는 등번호 22번을 달고 후반 14분 교체 투입되면서 7개월 만에 경기를 뛰었습니다. 30대 후반에 접어든 나이와 실전 감각 부족 때문인지 결정적 실수를 범했습니다. 후반 20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맨시티 선수에게 볼을 빼앗기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죠. 토너먼트 경기였음을 감안하면 수비 실수가 옥의 티 였습니다. 앞으로 경기를 치를수록 실전 감각이 향상 될 것으로 보이지만, 역설적으로는 맨유의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 선택이 잘못됐습니다.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하지 않은 것이 현역 은퇴한 선수가 돌아오는 상황으로 직결됐습니다. 그때 중원 옵션을 보강하지 못하면서 맨유의 시즌 전반기 경기력 기복이 심했습니다.

2. 콤파니 퇴장, 맨체스터 더비의 승부를 가르다

맨체스터 더비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콤파니 퇴장은 판정의 옳고 그름을 떠나 맨시티에게 억울했습니다. 전반 10분 루니에게 선제골을 내준 상황에서 2분 뒤에는 주장 콤파니까지 잃었으니 맨시티에게 최악의 상황이 찾아왔습니다. 10-11명의 수적 열세는 웰백-루니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는 장면으로 이어졌습니다. 경기 시작과 함께 공격 점유율을 늘리면서 맨유 진영을 두드렸던 흐름과 밀접합니다. 선수들의 무게 중심이 공격쪽으로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수비 뒷공간이 취약했습니다. 콤파니 퇴장 이후에는 수비 숫자가 부족해지면서 맨유의 역습을 차단하기가 쉽지 않았죠. 만약 콤파니가 레드카드를 받지 않았다면 경기가 어떻게 끝났을지 모릅니다.

콤파니 파울은 주심 재량에 따라 카드 색깔이 달랐다고 봅니다. 주심이 레드카드를 꺼내들기에는 콤파니 발이 볼을 터치하면서 나니를 쓰러뜨리지 않았습니다. 의도적인 양발 태클이 아닐 수도 있죠. 그런데 양발 태클은 퇴장이 맞습니다. 애매한 판정이지만 포이 주심이 판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포이 주심 입장에서는 이른 시간에 양발 태클 장면이 나오면서 라이벌전 특성상 경기가 과열되는 흐름을 방지하는 의도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럼에도 맨시티 입장에서는 서운한 판정 이었습니다.

3. 후반전, 맨유보다 인상 깊었던 맨시티 반격

맨체스터 더비는 맨유가 전반전을 3-0으로 마무리하면서 거의 승리를 굳혔습니다. 상대팀은 1명이 부족했습니다. 맨시티는 어려운 고비를 맞이했지만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후반 시작과 함께 실바-존슨을 빼고 사비치-사발레타를 투입했습니다. 미드필더 2명을 교체하고 수비수 2명을 보강하며 후방을 보완했지만, 4백에서 3백으로 전환하면서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후반 3분 콜라로프가 프리킥 골을 넣으면서 맨시티 공격이 힘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여러차례 맨유 진영을 몰아붙인 끝에 후반 20분 아궤로가 골을 터뜨렸죠. 더 이상의 골은 없었지만 1명이 빠진 상황속에서도 맨유보다 경쾌한 경기 운영을 발휘했습니다.

맨시티 후반전 반격은 맨유 공격이 둔화되면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맨유는 전반전을 3-0으로 앞섰기 때문인지 후반들어 미드필더진과 공격진 사이에서 부드럽지 못한 연계 플레이가 속출했습니다. 스콜스 투입 이후에는 지공을 고집하면서 전반전처럼 속공 연결이 잘 안됐습니다. 나니가 후반 14분 스콜스와 교체되면서 긱스가 왼쪽 윙어로 전환했던 여파가 공격 템포 약화로 이어졌죠. 상대적으로 맨시티 수비가 안정을 되찾으면서 무리없이 공격 분위기를 회복했습니다. 맨유가 지난해 10월 맨시티전 1-6 참패를 복수하기에는 후반전 공격력이 힘을 얻지 못했습니다.

4. 맨유, 맨시티전 승리로 얻은 한 가지

어쨌든 맨유는 3-2로 승리했습니다. 맨시티에게 대량 득점으로 복수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이겼다는 점에 의미를 두어야 합니다. 올 시즌 맨시티전 전적에서는 2승1패로 앞섰습니다. 이번 맨체스터 더비로 '맨시티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4월 28일에는 맨시티 홈에서 프리미어리그 36라운드 경기를 치릅니다. 그 경기는 올 시즌 리그 우승을 가리는 '사실상의 결승전'이 될 전망입니다. 만약 FA컵에서 맨시티를 이기지 못했다면 자칫 징크스 빌미가 되었을지 모릅니다. 맨체스터 최고의 클럽으로서 여전한 자존심을 지켰습니다.

그러나 맨유는 리그에서 맨시티에게 승점 3점 차이로 밀린 상황에서 2위를 기록중입니다. 지난해 12월 31일 블랙번전 2-3, 1월 5일 뉴캐슬전 0-3 패배로 2연패를 당하면서 승점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1월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이 없을 것이라고 예고했고 스콜스가 복귀했지만 맨유 경기력이 얼마만큼 달라질지 알 수 없습니다. 비디치 부상에 따른 수비 불안, 웰백-에르난데스 같은 영건 공격수들의 기복, 데 헤아가 No.1 골키퍼로 믿음감을 얻지 못했던 또 다른 약점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FA컵에서 맨시티를 제압했지만, 리그에서 맨시티를 제치고 우승컵을 품에 안으려면 아직 가야할 길이 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