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프리미어리거들의 2011/12시즌 행보는 전체적으로 침체에 빠졌다는 평가입니다. 박지성이 여전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주력 멤버로 활약중이지만 산소탱크 한 명만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이청용은 프리시즌에 정강이 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내년 3월 복귀 예정이며, 박주영-지동원은 소속팀이 내년 1월 여름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공격수 영입을 검토하면서 시즌 후반기 팀 내 입지를 장담할 수 없게 됐습니다. 아직 벤치 멤버를 면치 못한 두 선수 앞날에 숨통이 트였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됩니다.
[사진=박주영-지동원 (C) 유럽축구연맹, 선덜랜드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 safc.com)]
박주영-지동원의 좁아진 팀 내 입지는 한국 대표팀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지동원은 소속팀에서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실전 감각과 컨디션이 무뎌진 끝에 대표팀에서 인상깊은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죠. 그 여파는 조광래호 성적 부진의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박주영은 9~11월 조광래호 6경기 8골을 터뜨렸지만 내년 2월 29일 쿠웨이트전까지 A매치를 치르지 않습니다. 그때도 지금처럼 아스널에서 아스널에서 이렇다할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면 쿠웨이트전 맹활약을 장담 못합니다. 8월 일본전 부진을 떠올려봐도 말입니다.
한국이 쿠웨이트전에서 승리하려면 박주영-지동원이 소속팀에서 자리를 잡아야 합니다. 쿠웨이트전에서는 새로운 감독이 지휘봉을 잡겠지만 선수 기량을 관찰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박주영-지동원이 중용될지 모릅니다. 특히 외국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 유럽파에게 먼저 기회를 주지 않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물론 감독 전술 성향이 변수겠죠. 박주영-지동원 입장에서는 소속팀에서 출전 시간을 늘리며 다양한 장점을 과시할수록 신임 대표팀 감독의 신뢰를 얻기 쉽습니다. 소속팀에서 무르익은 감각이 대표팀까지 영향을 끼치면 한국의 쿠웨이트전 전망이 긍정적입니다.
일각에서는 박주영 임대를 주장합니다. 제르비뉴-샤막의 내년 1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차출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입된 선수지만 여전히 판 페르시가 주전 공격수 입니다. 박주영은 판 페르시의 체력 안배를 돕거나 팀이 투톱으로 전환할 때 그라운드에 투입되는 백업 공격수 성격이 짙죠. 그런데 현지 언론에서 아스널이 내년 1월에 새로운 공격수를 영입한다는 보도를 끊임없이 제기하면서 박주영 입지가 불투명합니다. 실전 감각 회복을 위해서라면 임대 자격으로 다른 팀에서 활약하는 것이 좋다는 국내 여론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박주영 임대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벵거 감독이 지난 11일 에버턴전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박주영은 후반기에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언급을 했었죠. 내년 1월부터 병행하는 FA컵에서 박주영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할지 모릅니다. 박싱데이를 마치면 판 페르시의 체력과 부상 위험성이 우려되는 만큼 박주영의 프리미어리그 출전이 성사될지 모를 일입니다. 새로운 공격수를 영입해도 그 선수가 판 페르시 백업을 받아들일지 의문입니다. 아스널은 지금까지 원톱을 유지했습니다. 판 페르시의 부상을 대비하려면 기본적으로 백업 공격수가 필요하지만요. 박주영은 그때도 아스널 백업 공격수를 면치 못할지 모릅니다.
박주영이 벵거 감독에게 강렬한 임펙트를 과시하려면 적은 출전 시간속에서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합니다. 제한된 시간에 많은 것을 보여줄 수는 없지만 공격수는 골로 말해야 합니다. 칼링컵-UEFA 챔피언스리그 출전 경기에서 나타났던 문제점을 살펴보면 순간적인 집중력이 부족한 느낌입니다. 팀의 빠른 공격 템포를 쫓아오지 못하면서 부정확한 패스를 연결하거나 골 기회를 포착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다른 팀에 임대되어도 모나코 시절보다 역동적인 경기 자세가 필요합니다. 만약 아스널에 잔류하면 실전에서 필사적으로 뛰어야겠죠.
지동원은 오닐 감독의 데뷔전이었던 11일 블랙번전에서 부진했습니다. 선덜랜드가 0-1로 밀렸던 후반 31분에 교체 투입했지만 혼자의 힘으로 상대팀의 끈질긴 수비를 뚫기에는 역부족 이었습니다. 데이비드 본, 라르손 같은 동료 선수들이 후반 막판에 골을 터뜨리면서 선덜랜드가 역전승을 거두었지만 지동원이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묻어났습니다. 선발로 출전했던 위컴이 부진했고, 세세뇽은 고질적으로 골이 부족하고, 벤트너가 부상 당한 상황에서 지동원이 오닐 감독에게 해결사 기질을 보여줬어야 합니다.
문제는 선덜랜드가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공격수를 영입할지 모릅니다.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지난 15일 스코틀랜드 레인저스 공격수 옐라비치의 선덜랜드 이적설을 제기했습니다. 옐라비치는 올 시즌 스코티시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17경기 12골)를 기록중인 공격수로서 지난 시즌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설이 제기된 이력이 있습니다. 체격 조건(187cm, 84kg)을 놓고 보면 오닐 감독의 빅&스몰 체제에서 타겟맨을 맡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선덜랜드가 공격수를 영입할 의지 여부를 떠나서, 옐라비치 이적설은 벤트너-위컴 같은 빅맨들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을 꼬집는 대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두각을 떨쳤던 한국 선수들의 공통점은 포지션이 측면 이었습니다. 박지성-이영표-설기현-이청용은 측면 옵션입니다. 반면 이동국-김두현-조원희 같은 중앙에서 뛰는 선수들은 실패했죠. 최근에는 박지성이 중앙 미드필더로 활발히 기용되었지만 윙어로 뛸때의 경기력이 더 좋은 선수입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중앙의 압박이 강한 특성이 있습니다. 박주영-지동원 같은 중앙 공격수들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려면 만만치 않은 노력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힘든 나날을 보냈고, 앞날을 알 수 없지만, 시즌 후반기 화려하게 비상하는 모습을 많은 축구팬들이 기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