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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위기의 토레스, 더 이상 자리는 없다?

 

'엘 니뇨' 페르난도 토레스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입니다. 첼시가 최근 치렀던 10경기에서 단 1경기(칼링컵 8강 리버풀전)만 풀타임 출전했으며, 7경기는 후반전 교체 출전, 2경기는 그라운드에 모습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결장 2경기 중에서 하나는 프리미어리그 1위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전, 다른 하나는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5차전 레버쿠젠전 입니다. 특히 맨시티전은 디디에 드록바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사진=페르난도 토레스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지난 여름에는 토레스가 2011/12시즌에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을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첼시로 이적했던 2010/11시즌 후반기에 부진했지만, 프리 시즌을 통해 팀에 충분히 적응하면 올 시즌 리버풀 시절의 포스를 되찾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이 있었습니다. 드록바가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과거 만큼의 경기력을 오랫동안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에 토레스 분발이 필요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첼시가 토레스를 영입하는데 이적료 5000만 파운드(약 897억원) 주급 15만 파운드(약 2억 6900만원)를 투자했던 만큼, 실전에서 믿고 맡길 수 밖에 없었죠.

그러나 토레스는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감독에게 외면을 받았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가벼운 몸 상태를 유지하면서 감독의 믿음을 얻었지만, 10월 19일 겡크전 2골 이후 거의 두 달 동안 골 침묵에 빠지면서 팀의 철저한 벤치 멤버로 전락했습니다. 최근 10경기에서 단 1경기만 선발 출전한 것은 팀 내 입지가 좁아졌음을 뜻합니다. 드록바의 내년 1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차출 공백을 메울지라도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할지 의문입니다. 다니엘 스터리지가 최전방 공격수로 전환하거나 로멜루 루카쿠가 드록바 공백을 대신할 수 있습니다.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메일>은 13일(이하 현지시간) 첼시가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토레스를 2000만 파운드(약 357억원)에 다른 팀으로 보내는 것을 검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물론 토레스 이적이 쉽게 성사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주급 15만 파운드가 걸림돌입니다. 프리미어리그 구단내에서 토레스 몸값을 충족시킬 유일한 팀은 맨시티 입니다. 팀에서 무단 이탈한 카를로스 테베스를 대신할 제4의 공격수를 원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첼시가 토레스 맨시티 이적을 승낙할지는 의문입니다. 맨시티는 첼시와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다투는 관계입니다.

다른 팀 입장에서 토레스를 영입하기에는 전술적으로 부담 됩니다. 토레스는 빠른 스피드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들면서 골을 터뜨리는 성향입니다. 리버풀에 있을때는 자신에게 킬러 패스를 찔러주는 선수들이 즐비했지만 첼시는 그렇지 않습니다. 프랭크 램퍼드와의 호흡까지 잘 안맞았습니다. 제3의 팀이 토레스를 영입하려면 팀 전술의 구심점을 토레스에게 맞춰야 합니다. 시즌 중반에 토레스 중심의 공격을 단행하는 것은 한마디로 모험입니다.

토레스가 빌라스-보아스 감독에게 다시 믿음을 얻을 여지는 충분합니다. 드록바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차출되며, 스터리지는 본인이 최전방 공격수를 선호하지만 팀 내에서 오른쪽 윙 포워드로 자리잡고 있으며, 루카쿠는 10대 유망주 입니다. 만약 첼시가 드록바 차출 이전까지 넉넉히 승점을 쌓으면 토레스에게 기회가 올지 모릅니다.

문제는 토레스가 빌라스-보아스 감독(또는 첼시)의 리빌딩에 포함된 선수가 맞느냐 입니다. 첼시의 미래를 짊어질 선수라면 로테이션 멤버로서 적잖은 출전 시간을 얻을 수 있습니다. 팀이 5000만 파운드 사나이를 내치기에는 아까운 측면이 있죠. 하지만 빌라스-보아스 감독에게 외면을 받았다면 첼시에서 더 이상 자리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드록바 차출 공백을 메우는 선수가 아니라면 이적이 구체화 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변수는 첼시의 미드필더진 구성입니다. 맨시티전에서는 메이렐레스-로메우-하미레스가 허리를 짊어졌습니다. 세 명은 램퍼드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앞으로 더 많은 호흡을 맞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팀이 1월 이적시장에서 미드필더를 보강하지 않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그런데 세 명은 박스 안쪽으로 찔러주는 패싱력이 발달되지 못했습니다. 메이렐레스-하미레스는 램퍼드 같은 플레이메이커보다는 박스 투 박스에 가깝습니다. 로메우는 중원에서 많은 패스를 연결하지만 포지션 특성상 토레스와 가까이에서 호흡을 맞출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토레스를 보조하는 움직임보다는 포백을 보호하는 역할에 치중해야 할 선수입니다.

만약 첼시가 1월 이적시장에서 램퍼드를 대체하는 플레이메이커를 영입하면 토레스에게 다시 기회가 주어질지 모릅니다. 지금까지는 마타가 왼쪽 측면과 중앙에서 공격을 풀어주는 패턴에 의지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확실한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미드필더진에서 공격진의 골을 받쳐줄 스페셜 리스트가 필요합니다. 토레스가 동료 선수로부터 도움을 얻을 수 있죠. 결국, 첼시 구단과 빌라스-보아스 감독의 선택이 토레스 운명을 좌우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