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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챔스 탈락, 무엇이 문제였나?

 

설마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났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8일 새벽에 진행된 FC 바젤 원정에서 1:2로 패하면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C조 본선에서 탈락했습니다. 벤피카, 바젤에 이어 C조 3위(2승3무1패)를 기록하며 유로파리그 32강으로 밀리게 됐습니다. C조 약체 오텔룰 갈라티를 두 번 제압했지만 벤피카-바젤과 싸웠던 4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것이 32강 탈락의 원인이 됐습니다.

특히 바젤 원정은 강팀의 저력이 요구되었던 경기였습니다. 적지에서 싸우는 어려운 순간일지라도 혼신의 힘을 쏟으며 벼랑 끝에서 벗어나야 했습니다. 하지만 후반 25분까지 이동거리 86.20-91.03(Km)의 열세를 나타내면서 상대팀보다 기동력이 부족했습니다. 바젤이 후반들어 1차 압박에서 물러서지 않으며 협력 수비를 강화하는 엄청난 움직임을 과시하면서 맨유의 공격 전개가 막히는 경기 흐름이 거듭됐습니다. 경기 전체 슈팅에서 22-12(유효 슈팅 6-5, 개) 점유율 57-43(%)로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후반 43분 존스 만회골에 그쳤습니다.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수비 불안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6경기 8실점 기록이 준수했을지 몰라도, 오텔룰 갈리티전 2경기 무실점을 기록했을 뿐 벤피카-바젤과 싸웠던 4경기에서 8골을 허용했습니다. 지난 시즌 32강 6경기 1실점과 비교하면 수비력 약화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비디치는 올 시즌 32강에서 10월 18일 오텔룰 갈라티전 풀타임, 8일 바젤전 44분 출전에 그쳤습니다. 벤피카전 2경기, 9월 바젤전에서 부상으로 결장했으며 이번 바젤전에서는 전반 44분 무릎 부상으로 교체 됐습니다. 맨유는 비디치가 빠졌을때 유독 수비가 취약했습니다.

이번 바젤전에서는 오른쪽 풀백으로 뛰었던 스몰링 수비 실수가 아쉬웠습니다. 전반 8분 바젤의 오른쪽 크로스가 올라왔을때 문전에서 비디치와 겹치면서 공중볼을 처리하려고 했으나 그라운드에서 넘어졌고, 왼쪽 측면에서 볼을 터치했던 샤키리가 노마크 상황에서 크로스를 띄우면서 선제골로 연결됐습니다. 스몰링은 애초부터 샤키리 움직임을 놓치지 말았어야 합니다. 후반 38분 결승골을 내줄때는 샤키리가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띄웠을때 문전에서 프라이를 느슨하게 마크한 것이 실점의 빌미가 됐습니다. 샤키리의 크로스 낙하 지점을 재빨리 판단하지 못했던 집중력 부족까지 겹쳤습니다.

스몰링의 원 포지션은 센터백 입니다. 비디치-퍼디난드의 장기적인 대체자로 떠올랐지만 바젤 원정에서는 경험 부족을 이겨내지 못했습니다. 지난 벤피카전에서는 존스가 자책골을 기록하면서 불안정한 수비력을 일관했죠. 스몰링-존스의 공통점은 아직 나이가 어리며 포지션 전환이 잦은 편입니다. 꾸준한 출전 시간을 확보하면서 멀티 플레이어로 활용되었지만 특정 포지션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크게 행사할 수 있는 감각이 떨어졌습니다. 특히 존스는 잉글랜드 대표팀을 포함해서 수비형 미드필더, 오른쪽 풀백, 센터백까지 도맡았습니다. 에반스의 잦은 수비 실수까지 포함하면 맨유의 센터백 육성을 짚고 가야 합니다.

[사진=웨인 루니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바젤전에서는 루니 부진까지 겹쳤습니다. 박지성이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후반 36분까지 10.952Km를 뛰는 활발함을 과시했지만, 정작 루니의 활동 폭이 좁아지면서 맨유 공격이 둔화됐습니다. 2010 남아공 월드컵 활약상을 보는 것 처럼 몸놀림이 무거웠습니다. 한때 중앙 미드필더로 뛰었을 정도로 포지션이 일관되지 못했고, 챔피언스리그까지 포함하면 최근 8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8경기째 골이 없습니다. 킬러 본능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바젤 원정에 임하면서 원톱을 소화하기가 힘들었죠.

지난 4일 애스턴 빌라전에서는 에르난데스가 경기 시작 7분 만에 왼쪽 발목을 다쳤습니다. 4주 결장 진단을 받았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베르바토프까지 부상을 당하면서 맨유가 골을 해결할 공격수를 잃게 됐습니다. 웰백도 부상 여파로 경기 감각이 꾸준하지 못했죠. 그런 상황에서 루니의 골 침묵은 바젤전 부진 여파로 이어졌습니다. 애슐리 영-나니 같은 공격형 윙어들도 득점력에서 힘을 실어주지 못했죠. 애슐리 영은 지난 2개월 동안 부상과 부진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나니는 지난 시즌과 달리 골이 부족합니다.

맨유 선수들의 부상 악령은 공격과 수비에 이어 중원에서도 되풀이 됐습니다. 시즌 초반에는 클레버리-안데르손 조합의 호흡이 무르익었으나 끝내 두 선수는 부상으로 신음했고, 캐릭-플래처-긱스의 폼이 꾸준하지 못했습니다. 측면에서는 발렌시아가 지난해 9월, 지난 여름에 큰 부상을 당했던 것이 예전처럼 과감한 공격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아쉬움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맨유의 중원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맨유는 중앙 미드필더 가용 인원이 많을 뿐, 중원에서 한 번에 결정적인 패스를 찔러주며 상대 수비진을 공략하는 플레이메이커가 없습니다. 전투적인 수비력을 자랑하는 중앙 미드필더까지 없죠. 긱스-캐릭-플래처-안데르손의 콘셉트가 두드러지지 못한 문제입니다. 지난 여름에 중앙 미드필더를 영입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애슐리 영보다는 걸출한 중앙 미드필더를 데려왔으면 더 좋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골키퍼 데 헤아는 맨유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원이었고, 존스는 미래를 염두한 영입이었지만, 지금까지 애슐리 영 영입 효과가 미미합니다.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32강 탈락 악몽은 쉽게 가시지 않을 것입니다. 시즌 후반기 유로파리그 일정을 소화하면서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 진출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안고 가야 합니다. 이제는 스쿼드 개편이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2005/06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 32강에서 좌절하면서 판 니스텔로이(현 말라가) 중심의 공격 루트를 포기했습니다. 그때처럼 체질 개선이 요구됩니다. 어떤 형태로든 32강 탈락의 책임을 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