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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수원의 라돈치치 영입, 전술 변화 신호탄

 

2011시즌 무관에 그친 수원 블루윙즈가 내년 시즌을 위한 선수 영입을 단행했습니다. 수원은 6일 낮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제난 라돈치치(28, FW) 곽광선(25, DF) 영입을 공식 발표 했습니다. 라돈치치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인천과 성남에서 활약한 몬테네그로 국적 공격수이며 내년 한국 귀화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곽광선은 2009년부터 3년 동안 강원에서 활약한 센터백이며 오재석과 트레이드 되면서 수원 선수가 됐습니다.

특히 라돈치치 영입은 수원의 2012시즌 전술 변화를 짐작하게 합니다. 기존의 3-4-3, 4-1-4-1 포메이션에서 4-4-2 전환이 유력하며 라돈치치-스테보 투톱을 활용할 것으로 보입니다.(스테보 잔류시) 두 명의 외국인 공격수는 K리그에서 잔뼈가 굵으면서 뛰어난 타겟 역량을 과시했습니다. 수원이 두 명의 빅 맨을 이용한 선 굵은 축구를 하거나 또는 측면에서 크로스를 띄우면서 골 기회를 노리는 패턴을 즐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2011시즌에 줄기차게 활용했던 전술이지만 윤성효 감독이 선호하는 패스 축구와는 거리가 멉니다. 그런데 라돈치치를 영입하면서 수원이 현실적인 노선을 굳힌게 아닌가 판단됩니다.

아마도 스테보가 라돈치치보다 밑선에서 뛰지 않을까 싶습니다. 라돈치치가 박스 안에서 활동하는 성향이라면, 스테보는 박스 부근에서 상대 수비를 바깥 공간으로 끌어내거나 또는 측면에서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테보가 다른 공간에서 움직일 때 박스 안에서 골을 해결할 적임자가 염기훈 밖에 없었던 아쉬움이 있었죠. 미들라이커 또는 투톱 전환이 필요했습니다. 수원이 라돈치치를 영입한 것은 박스 안에서 파괴력을 키우면서 스테보의 골 부담을 줄이겠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다만, 수원이 라돈치치-스테보 투톱을 가동하기에는 미드필더들의 볼 배급이 떨어집니다. 측면에서 양질의 볼을 배급할 선수가 마땅치 않습니다. 특히 염기훈의 경찰청 입대 공백을 메울 왼쪽 윙어가 없습니다. 이상호, 박종진은 주로 오른쪽에서 활약하며 이현진은 90분 뛰기에는 체력이 아쉽습니다. 왼쪽 윙어에 적합한 1~2년차 유망주가 없다면 새로운 선수를 영입할지 모릅니다. 이상호-박종진이 그동안 볼 배급의 세밀함이 떨어졌던 아쉬움을 놓고 보면, 왼쪽 윙어로 뛰는 선수의 활약상이 수원의 내년 시즌 공격력을 좌우할지 모릅니다.

수원이 4-4-2로 전환하면 중원에서는 이용래-오장은-박현범이 로테이션 형태로 출전할 것으로 보입니다. K리그가 2012년 44경기를 도입하면서 상위권팀들의 더블 스쿼드 형성이 필수입니다. 하지만 이용래-오장은 조합은 올 시즌 중원 공존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둘 다 움직임을 넓히는 성향이라면 박현범은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줄기차게 연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라돈치치-스테보 투톱이 측면과 후방에서 날라오는 공중볼을 처리할 때 중앙 미드필더가 근처에서 골을 노릴 수 있어야 합니다. 올 시즌 K리그 4골을 기록했던 오장은이 득점력을 키워야 수원의 화력이 커집니다.

그리고 라돈치치가 내년 한국 귀화에 성공하면 수원은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습니다. 팀의 취약 포지션을 보강하며 전력 강화에 나설 수 있죠. 2006년에는 이싸빅, 데니스 같은 귀화 선수를 보유하면서 외국인 선수 3명(마토, 올리베라, 실바)을 활용했던 이점을 얻었습니다.
 
수원이 기존의 원톱을 고수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라돈치치와 스테보가 로테이션 형태로 원톱을 맡거나, 스테보가 수원을 떠나면 라돈치치가 대체자로 뛸지 모릅니다. 그러나 스테보는 올 시즌 수원의 간판 공격수로서 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했으며 아직까지 다른 클럽으로 떠난다는 정황이 없었습니다. 수원의 현재 외국인 선수 중에서 잔류 가능성이 높은 선수입니다. 또 외국인 공격수끼리 로테이션 출전을 강행하는 경우는 영입 효과를 기대하기 힘든 특징이 있죠. 현재까지는 라돈치치-스테보 투톱이 유력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최근 수원팬들에게 논란이 되고 있는 오재석-곽광선 트레이드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다른 관점 입니다. 수원은 새로운 센터백이 필요합니다. 마토는 2000년대 중반에 비해 잔실수가 늘어났으며 팀에 잔류한다고 할지라도 노쇠화가 걱정됩니다. 황재원은 언제 부상에서 복귀할지 알 수 없으며, 곽희주도 시즌 막판 부상을 당했고, 그나마 최성환이 착실하게 성장했지만 센터백들이 전체적으로 발이 느립니다. 오범석이 시즌 중반부터 센터백으로 뛰었던 현실을 놓고 봤을때 또 다른 센터백이 필요했죠.

그러나 곽광선을 영입하기에는 '수원 유스' 매탄고 출신이자 지난 여름 U-20 월드컵에서 활약했던 센터백 민상기 출전 시간이 제한될지 모를 우려가 있습니다. R리그(2군리그)가 사실상 폐지되면서 민상기에게 1군 경험이 필요하죠. 그렇다고 벤치에 머물기에는 아쉽습니다. 수원의 유스 정책이 성공하려면 매탄고 출신 선수를 실전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키워야 합니다. 마토-황재원이 잔류한다는 가정에서는 센터백이 포화되었다는 느낌입니다. K리그 44경기 편성을 감안해도 수비수들은 꾸준히 호흡을 맞춰야 합니다. 수원의 오재석-곽광선 트레이드가 옳았는지는 내년에 판가름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