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선수들은 정말 열심히 싸웠습니다. 승부차기 끝에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실패했지만 4만 1,805명 홈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릴때까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축구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이 있었기에 후반전 1-2로 뒤질때 동점골을 넣기 위해 사력을 다했고, 연장전에서도 부상과 컨디션 저하를 각오하고 혼신의 힘을 다했습니다. 이동국은 왼쪽 종아리 근육 부상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총 50분 뛰었고, 정성훈과 에닝요는 연장전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꾹 참고 경기에 전념했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이기고 싶어하는 투혼을 발휘했지만요.
[사진=알사드는 2011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습니다. 그러나... (C)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 메인(fifa.com)]
하지만 2011년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는 알사드(카타르)의 몫이 됐습니다. 한국 축구팬들이 상상하기 싫었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습니다.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이 알사드의 비매너 축구를 충분히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죠. 두 팀의 챔피언스리그 4강 경기력을 놓고 보면 전북의 경기력이 더 강했습니다. 실제로는 알사드의 결승 진출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서 전북이 홈에서 이겨주길 바라는 국내 축구팬들의 기대 심리가 크게 작용했습니다. 전형적인 권선징악 스토리가 탄생하면서 여론의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새드 엔딩 이었습니다.
어떤 관점에서는 알사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운이 따랐다는 생각입니다. 8강 세파한(이란)과의 1차전에서 0-1로 패했으나 상대팀이 경기에 뛸 수 없는 선수를 투입하자 3-0 몰수승을 거두었고, 2차전에서는 1-2로 졌음에도 다득점에 의해 4강에 진출했습니다. 4강 수원과의 1차전에서는 후반 36분 최성환이 넘어져 볼이 터치라인 밖으로 나갔을때, 마마두 니앙이 독단적으로 골을 넣으면서 2-0으로 승리했습니다. 2차전에서는 0-1로 졌지만 또 다득점에서 앞서면서 결승 무대에 올랐습니다. 8강은 상대팀의 잘못이었지만 4강 수원전에서 논란이 되었던 골 장면은 알사드의 페어 플레이정신이 어긋 났습니다.
알사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원동력은 단 하나라고 봅니다. AFC 징계 발표에 의해 니앙, 압둘 카데르 케이타의 결승 전북전 출전이 허용됐습니다. 두 선수는 4강 1차전 수원전에서 물의를 일으켰죠. 특히 케이타는 관중을 폭행하는 프로 선수답지 못한 행동을 했습니다. 폭행은 엄연히 범죄인데 AFC의 징계는 관대했습니다. 두 선수가 4강 2차전에서 뛰지 못한 상태에서 AFC 발표가 있었음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징계가 없는 셈입니다. 11월 24일에 징계위원회가 열릴 것이라는 국내 언론의 보도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니앙-케이타는 전북 원정에서 알사드 우승을 공헌했습니다. 특히 케이타는 역전골을 터뜨렸죠.
만약 AFC가 정상적인 징계 조치를 했다면 니앙-케이타는 한국에 오지 않는 것이 마땅했습니다. 니앙의 골에 의해서 수원 선수들과 집단 난투극을 벌이는 원인 제공을 했고 관중을 구타하는 추태까지 부렸습니다. 그런데 고종수 코치, 스테보는 6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AFC는 알사드보다는 수원이 더 잘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수원이 당했던 피해가 전북까지 영향을 받고 말았습니다.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 니앙-케이타가 등장하지 않았다면 전북이 우승했을지 모릅니다. AFC가 중동 입김이 크다보니 K리그와 한국 축구가 이렇게 피해를 봤습니다.
개인적 생각이지만, 한국 축구가 또 다시 중동 입김에 의해 뜻하지 않은 손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챔피언스리그는 두말 할 필요 없으며 한국 대표팀까지 걱정됩니다. 중동이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팀을 배출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앞으로 벌어질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지금은 3차 지역예선 이지만)이 몹시 걱정됩니다. 심판 배정이나 중동 원정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늘어나지 않을까 말입니다. 이미 지난 9월 A매치 쿠웨이트 원정에서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을 탑승한 버스 도착이 지연되면서 조광래 감독이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나지 않을까 불안합니다.
또한 알사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아시아 축구의 퀄리티가 약해졌음을 의미합니다. '침대 축구'를 하는 팀이 아시아를 제패했죠. 스코어에서 앞설 때 습관적으로 그라운드에 누으며 시간을 지연했습니다. 특히 4강 2차전 수원전 후반 막판에는 알사드 선수가 머리를 땅에 맞닿으며 쓰러졌을 때 웃음을 보였습니다. 실제로 몸이 아프지 않거나 또는 엄살을 피웠음을 뜻합니다. 결승 전북전에서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갖가지 방법으로 시간을 끌으려 했습니다. 특히 후반 31분에는 케이타가 왼쪽 다리를 다쳤는지 하프라인쪽에서 쓰러졌으나, 들것이 들어왔을때 재빨리 몸을 움직이지 않고 그라운드에 붙어 있으려 했습니다. 5분 뒤에는 알사드 선수 두 명이 함께 넘어져 시간을 끌었죠.
흔히 브라질 축구는 삼바 축구로 비유됩니다. 프랑스는 아트 사커, 잉글랜드는 킥앤러시, 이탈리아는 빗장수비 같은 키워드를 떠올리기 쉽죠. 그렇다면 중동은 침대 축구 입니다. 알사드 뿐만 아니라 중동 전체가 침대 축구에 만연한 분위기 입니다. 이것은 잘못된 현상입니다. 경기에서 이기고 있을 때 그라운드에 누으며 시간을 지연하는 것은 비신사적인 플레이 입니다. 어느 스포츠 종목이든 정정 당당하게 승부해야 하는데 중동은 반대 성격의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중동의 침대 축구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습니다. 아무리 한국-일본-호주가 축구 선진국과 대등한 경기력을 발휘해도 중동이 달라지지 않으면 아시아 축구의 퀄리티는 정체됩니다.
알사드는 2011년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입니다. 기록은 영원하겠지만 우승팀다운 품격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침대 축구를 일삼았던 팀이 우승하는 것은 아시아 축구의 씁쓸한 현실을 말합니다. 중동 축구가 침대 축구의 심각성을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남아공 월드컵 본선 진출국을 배출하지 못했던 경기력 문제점부터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침대 축구 뿐만이 아닙니다. 페어플레이가 어긋난 니앙의 수원전 골 장면, 케이타가 관중을 폭행한 것을 봐도 아시아 챔피언으로서 떳떳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알사드는 한달 뒤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서 아시아 대표 자격으로 참가합니다. 성적이 어떨지 모르겠지만, 세계 클럽 대항전에서 페어플레이를 충실할지 의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