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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해결사 판 페르시, 인상 깊었던 지동원

 

아스널은 16일 선덜랜드를 2-1로 제압하며 프리미어리그 15위에서 10위(3승1무4패)에 올랐습니다. 경기 내용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로빈 판 페르시의 해결사 기질이 고스란히 묻어났습니다. 예측 불허의 상황에서 터졌던 판 페르시의 2골은 지금까지 고전을 거듭했던 아스널에게 적잖은 힘이 됐습니다. 한편 박주영은 18인 엔트리에 포함되었으나 결장했고, 선덜랜드의 지동원은 후반 21분 교체 투입하여 두 번의 침투패스로 팀의 공격 기회를 열어줬습니다. 하지만 선덜랜드는 17위(1승3무4패)로 떨어졌습니다.

판 페르시 2골은 적시적소의 상황에서 한 방씩 터졌습니다. 경기 시작한지 29초 만에 박스 중앙에서 제르비뉴의 왼발 횡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전문 공격수를 두지 않고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겠다는 선덜랜드의 초반을 어렵게 했죠. 후반 37분에는 왼발 프리킥 결승골을 작렬했습니다. 팀이 1-1 상황이자 선덜랜드 역습에 끌려다니는 힘든 상황에서 터졌던 값진 골 이었습니다. 그런 판 페르시는 리그 8경기 5골로 득점 4위에 진입 했습니다. 그동안 자신을 수없이 괴롭혔던 부상을 당하지 않으면 더 많은 골을 넣을 것이며, 아스널 자존심 회복의 큰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사진=선덜랜드전 2골로 아스널 승리를 이끈 로빈 판 페르시 (C)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arsenal.com)]

'판 페르시 효과'에 힘을 얻은 아스널은 경기 초반부터 공세를 펼쳤습니다. 선덜랜드의 밀집 수비를 예감했는지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넣기 위해 상대 진영에서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판 페르시가 29초 만에 선제골을 터뜨린 뒤에도 공세는 계속 됐습니다. 공격 상황에서 두 가지가 돋보였습니다. 첫째는 박스 부근 또는 안쪽에서 상대 수비 공간을 가르는 빠른 타이밍의 패스를 줄기차게 시도했습니다. 1-0으로 앞선 상태에서 볼 처리가 빨라지면서 선덜랜드 수비 뒷 공간이 뚫리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판 페르시가 전반 11분, 13분에 슈팅을 날리는 흐름으로 이어졌죠. 로시츠키의 볼 배급 타이밍이 정교하고 빨랐다면 제르비뉴는 볼을 받을때의 포지셔닝이 좋았습니다.

둘째는 아스널이 탈압박 전술을 활용했습니다. 전반 21분 코시엘니가 아스널 진영에서 롱패스를 띄운 것이 제르비뉴의 왼쪽 측면 돌파에 이은 슈팅으로 이어졌습니다. 선덜랜드가 전반 15분 이후부터 미드필더진에서 압박 강도를 높이면서 아스널 2선 미드필더들과 판 페르시의 볼 터치가 줄어들 상황에 몰렸고, 그 흐름을 읽었던 코시엘니가 제르비뉴에게 정확한 롱패스를 띄웠죠. 앞선에서 압박을 펼치기 시작했던 선덜랜드 미드필더 5명-세세뇽의 허를 찌르는 장면 이었습니다. 기존에는 짧은 패스를 수없이 주고 받으며 공격을 전개했지만 선덜랜드와의 전반 중반까지는 단번에 공격을 풀어가려는 의지가 돋보였습니다.

하지만 아스널 1-0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후방 옵션들이 선덜랜드 미드필더 5명+세세뇽 압박을 받으면서 몸의 무게 중심이 흔들리고 볼 처리가 늦어지는 문제점을 초래했습니다. 전반전에는 송 빌롱의 활동 폭이 넓어졌는데 이것이 오히려 아스널에게 독이 됐습니다. 송 빌롱이 앞선으로 나올때 로시츠키-아르테티가 근처에서 공간을 커버해야 하는데, 미드필더들이 서로 움직임을 좁히지 못하면서 선덜랜드가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습니다. 이때부터 아스널 공격은 소강 상태에 빠졌고 선덜랜드의 점유율이 늘어났습니다. 그리고 전반 31분 선덜랜드 라르손이 프리킥 동점골을 넣었죠.

그 이후에는 아스널이 수비 불안에 시달렸습니다.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의 존 디펜스가 엉성했죠. 선덜랜드 원톱으로 출전했던 세세뇽이 아스널 수비 진영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볼을 몰고 다니며 상대 수비 밸런스를 무너뜨렸죠. 세세뇽은 올 시즌 8경기에서 공격 포인트 없이 팀의 성적 부진을 초래했지만 아스널전 경기 내용은 좋았습니다. 전문 공격수가 아닌 특성 때문인지 골 생산에 실패했지만 아스널 선수를 끌고 다니는 움직임이 선덜랜드 공격의 활기를 키웠죠. 다만, 박스 안에서 볼을 끄는 동작이 아쉬웠습니다.

[사진=지동원 (C) 선덜랜드 공식 홈페이지(safc.com)]

후반 21분에는 지동원이 왼쪽 윙어로 교체 투입했습니다. 수비 가담을 위해 빠르게 뒷쪽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을 나타내면서, 후반전에 선 수비-후 역습을 펼쳤던 선덜랜드 분위기에 금새 적응했습니다. 공격시에는 두 번의 침투 패스가 인상 깊었습니다. 후반 27분 왼쪽 측면에서 콜백에게 띄워주는 침투 패스가 빠르고 정확했고, 4분 뒤에는 비슷한 공간에서 리차드슨에게 내줬던 패스가 부정확했지만 시도는 결코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스널 오른쪽 수비 뒷 공간을 가르는 장면이 선덜랜드 역습에 도움이 됐죠.

당초, 지동원은 며칠전 국내를 방한했던 브루스 감독에 의해 아스널전 선발 출전이 예고됐습니다. 그러나 브루스 감독이 지켜봤던 A매치 한국-UAE전에서 부진했고, A매치 이후에는 감기 기운이 찾아오면서 선발 출전에 실패했습니다. 컨디션이 좋았다면 선덜랜드가 아스널 원정에서 효과적인 공격 전개가 늘어나지 않을까 싶은 생각입니다. 다행히 아스널전 경기 내용은 괜찮았습니다. 팀이 1-2로 밀렸던 후반 38분에는 아스널 박스 바깥에서 안쪽으로 넘어오면서 위컴과 2대1 패스를 정확히 주고 받았죠. 위컴에게 패스 받을때 골 상황이 찾아왔으나 오프사이드를 범했습니다. 동점골을 터뜨릴 절호의 기회를 놓쳤죠. 하지만 공격을 풀어가는 기질이 넘쳐 흘렀습니다.

지동원은 아스널 판 페르시의 2골을 참고해야 할 것입니다. 공격수는 골로 말할 수 밖에 없죠. 세세뇽의 아스널전 경기 내용은 좋았지만 올 시즌 8경기 0골은 선덜랜드 공격력에 이롭지 않습니다. 지동원은 지난 첼시전에서 데뷔골을 넣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판 페르시처럼 공격수 골이 중요합니다. 그 이전에는 브루스 감독에게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받아야 겠지만, 안타깝게도 UAE전 부진이 영향을 끼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아스널전에서 경기력을 다시 회복했지만요. 지금까지는 위컴과의 출전 시간 경쟁에서 앞섰습니다. 주어진 골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면 언젠가 선덜랜드의 해결사로 떠오를 것입니다. 짧은 출전 시간이지만 앞날의 밝은 희망을 얻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