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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수원 FA컵 우승 실패, 후유증 우려된다

 

수원의 FA컵 결승 성남전 패배는 단순히 '경기에서 패했다'는 느낌과 전혀 다릅니다. 성남을 제압했다면 사상 첫 FA컵 3연패를 달성했을 것이며 2012시즌 AFC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심판의 논란성 판정 2개, 조동건 한 방에 의해 FA컵 우승의 꿈이 산산조각 깨졌습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무관까지 걱정할 처지입니다. 수원이 현실적으로 다른 대회에 비해 우승 과정이 어렵지 않았던 대회가 FA컵 이었죠. 이제는 그 기회가 날아갔습니다.

만약 수원이 FA컵에서 우승했다면 K리그 빅 클럽으로서 체면을 지켰을 것입니다. 2008년 더블 우승까지 포함하면 4년 연속 우승의 영광을 이어갔고, K리그에서는 3년 만에 6강에 진입했으며, AFC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탈락해도 FA컵 우승에 힘입어 내년에 아시아 제패를 다시 도전할 명분이 주어졌을 것입니다. 그동안 이적시장에서 빅 사이닝 영입을 멈추지 않았던 행보를 놓고 보면 우승,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은 당연히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수원의 FA컵 우승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이제 수원에게 다가온 것은 19일 알 사드(카타르)전, 23일 광주 원정, 26일 알 사드 원정, 30일 제주전 입니다. 1주일에 2경기를 치르면서 광주, 카타르 원정을 떠나는 빠듯한 일정에 직면했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주력 선수들을 풀가동하며 K리그 14위 부진을 3위로 만회하면서 체력 저하가 찾아왔고, FA컵-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면서 몇몇 선수는 대표팀 경기까지 뛰었습니다. 성남전에서 비를 맞으며 FA컵 우승을 위해 고군분투 했지만 끝내 패배했습니다. 이제는 FA컵 우승 실패에 따른 후유증이 우려됩니다.

수원은 잔여 경기에서 로테이션을 활용할 여유가 없습니다. 알사드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4강 1~2차전에서 총공세를 펼쳐야 하며, K리그 3위 사수를 위해서 광주-제주전에서도 주력 선수들의 맹활약을 기대해야 합니다. 지난 8일 전북전에서 주력 선수들을 대거 기용한 것은 K리그 3위를 지키겠다는 의도 였습니다. 지금까지는 오름세를 계속 이어가면서 체력 저하의 어려움을 이겨냈지만 이제는 성남전 패배로 다른 국면에 접어 들었습니다. FA컵 우승 실패에 1주일에 2경기를 치르는 힘든 일정이 다가오면서 선수들의 심리적인 피로가 몰려올지 모릅니다.

특히 몇몇 선수의 폼이 평소답지 못합니다. 전북-성남전 경기력을 놓고 보면 마토의 경기력 저하가 보였습니다. 정성훈-라돈치치 같은 장신 공격수와의 공중볼 경합에서 밀립니다. 성남전에서는 클리어링 실수로 실점 위기를 내주기도 했죠. 지난 8월 FA컵 4강 울산전에서도 클리어링에 실패하면서 설기현에게 실점 빌미를 내줬는데, 상대팀이 강하게 찔러주는 스루패스를 잘 걷어내지 못합니다. 과거에 이런 실수는 흔치 않았지만 3일 서울전에서 너무 많은 힘을 쏟았던 후유증이 보입니다. 슈퍼매치 최우수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마토였죠. 그나마 오범석-최성환이 버텨주면서 마토가 크게 불안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겁니다.

스테보는 박스 안에서 상대 수비를 끌어내는 움직임이 약해졌습니다. 성남전에서는 사샤-김태윤에게 막혔죠. 전북-성남전 공통점은 후반전이 시작되자 활동 폭이 넓어졌지만 상대 수비를 제끼는 동작이 유연하지 못했죠. 또한 성남전에서는 스테보가 박스 안에 머물때 좁은 공간에서 볼을 다루어야 하는 어려움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염기훈-이상호가 박스 안으로 자주 접근했지만 주변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했습니다. 원톱을 쓰는 수원 입장에서는 스테보를 비롯한 공격 옵션들이 득점력에서 꾸준히 공헌해야 하는데 10월 부터 상대 박스 부근에서 볼 배급의 세밀함이 떨어졌습니다.

이제는 알 사드와의 19일 홈 경기가 중요합니다. 이 경기에서 무실점 승리해야 2차전 원정에  따른 부담이 크지 않습니다. 만약 승리하지 못했거나 상대팀에게 최소 2실점 허용하면 2차전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야 합니다. 8강 2차전 조바한(이란) 원정과 비슷한 경기 내용을 되풀이할지 모릅니다. 당시 수원은 2-1로 승리했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힘에 부치는 어려운 경기를 펼쳤습니다. 23일 광주 원정에 이은 26일 카타르 원정은 주력 선수들이 지칠 수 밖에 없습니다. 알 사드와의 1차전에서 승리해야 성남전 패배 분위기에서 벗어나 우승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 사드에게 선제 실점을 허용하면 수원 공격이 더 힘들 겁니다. 알 사드는 이정수 소속팀이지만 엄연히 중동 클럽 입니다. '침대 축구'는 경기를 보는 사람들을 짜증나게 합니다. 경기를 뛰는 수원 선수 입장에서는 관중들보다 스트레스가 더 쌓일지 모릅니다. 알 사드가 침대 축구를 펼칠지는 알 수 없지만, 중동 축구는 경기에서 앞설 때마다 습관적으로 침대 축구를 했습니다. 그나마 조바한전을 통해 침대 축구에서 어느 정도 면역되었지만 그래도 중동 클럽은 중동 클럽 입니다. 체력 저하는 어쩔 수 없지만 FA컵 우승 실패에 따른 후유증은 어떻게든 막는 것이 수원의 숙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