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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EPL 1위' 맨유, 10월 고비 이겨낼까?

 

10월 A매치 데이가 끝나면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가 이번 주말부터 다시 시작됩니다. 프리미어리그의 10월은 시즌 초반에서 중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입니다. 맨체스터 두 팀의 '2강' 체제가 10월에도 지속될지, 3위 첼시 맹추격이 성공할지, 뉴캐슬-리버풀-토트넘 4위 경쟁, 15위 아스널 명예회복, 볼턴의 꼴찌 탈출 등 상위권과 하위권에 걸쳐 치열한 순위권 싸움이 예상됩니다. 특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슬로우 스타터를 잊고 시즌 초반 선두(6승1무)를 질주했습니다. 하지만 10월 일정이 녹록지 않은 것이 1위 수성의 고비입니다.

[사진=박지성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맨유는 15일 오후 8시 45분(이하 한국시간) 안필드에서 라이벌 리버풀과 격돌합니다. 세 시즌 연속 리버풀 원정에서 패했으며 지난 3월 6일에는 디르크 카위트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했습니다. 특히 나니가 캐러거 태클에 의해 정강이 부상을 당하고 눈물을 쏟을 정도로 맨유가 어려운 경기를 펼쳤습니다. 이번 경기에서도 리버풀 선수들의 끈질긴 저항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리버풀은 제라드 부상 복귀에 힘입어 시즌 초반에 약화되었던 공격 밸런스가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맨유는 부상으로 신음했던 비디치-클레버리가 팀 전력에 돌아왔지만 리버풀 원정이 쉽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23일 오후 9시 30분에는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 올드 트래포드에서 1위를 다툴 예정입니다. 두 팀이 이번 주말 경기에서 동반 승리할 경우, 23일 라이벌전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대의 빅 매치가 될 전망입니다. 이 경기에서 패하는 팀은 적잖은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보입니다. 두 팀 모두 23일 경기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부을 것이며, 다른 대회를 비롯해서 1주일에 2경기 치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라이벌전 패배팀은 체력적으로 더 힘들 겁니다. 심리적인 피로를 무시 못하죠. 맨유가 맨시티와의 최근 10경기에서 7승1무2패로 앞섰지만(각종 대회 포함) 상대팀 전력이 지난 시즌보다 더 강해졌습니다.

그 다음 상대는 에버턴(29일 저녁 8시) 입니다. 맨유가 손쉽게 이길 것 처럼 보이지만 에버턴 원정이라는 불안 요소가 있습니다. 최근 세 번의 에버턴 원정에서 승리가 없으며(2무1패) 지난 시즌에는 후반 막판까지 3-1로 앞섰으나 종료 직전에 2골을 허용하면서 승점 1점 획득에 그쳤습니다. '13위' 에버턴은 아르테타 아스널 이적 공백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2경기 연속 무득점 패배를 당했지만 팀으로 뭉치는 응집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맨유가 상대팀 전력이 약해서 방심하거나 수비 조직력이 불안하면 에버턴에게 고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맨유가 10월에 고전하면 맨시티에게 선두를 내줄 위험성이 있습니다. 리버풀-맨시티-에버턴이라는 만만치 않은 팀들과 맞대결을 펼치면서 머지사이드주 두 팀(리버풀, 에버턴) 원정에 취약한 면모를 안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에 맨시티가 애스턴 빌라-맨유-울버햄턴과 겨루는 것을 미루어보면, 맨유의 10월이 힘듭니다. 오는 19일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3차전 오텔룰 갈라티(루마니아) 원정, 26일에는 칼링컵 16강 올더숏 타운(4부리그) 원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주중에 약체들과 상대하지만 원정 경기라는 불리함이 있습니다. 주력 선수를 풀가동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에는 루니가 유로2012 본선 3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습니다. 지난 8일 유로 조별예선 최종전 몬테네그로전에서 상대팀 선수를 발로 걷어차면서 퇴장 당했고, 2경기 출전 정지가 추가 되면서 본선을 뛰지 못하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자신의 아버지가 승부조작 혐의로 체포되면서 심리적 불안을 느낄지 모릅니다. 자신을 잘 다독여주는 퍼거슨 감독이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슬럼프는 없겠지만 일시적인 흔들림이 없지 않습니다. 특히 리버풀-에버턴 팬들은 루니를 싫어하죠. 그런 루니의 영향력이 높은 맨유로서 새로운 불안 요소에 직면했습니다.

다만, 클레버리의 부상 복귀가 반갑습니다. 최근 경기력 저하에 시달렸던 안데르손과 중원에서 뭉치게 됐습니다. 클레버리-안데르손은 시즌 초반에 무난한 호흡을 맞췄습니다. 안데르손 입장에서는 캐릭-플래처와 짜임새 넘치는 패스 플레이를 하지 못했지만 움직임이 많은 클레버리가 들어오면서 특유의 정교한 패싱력이 살아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비디치가 부상을 회복하면서 퍼디난드와 호흡을 맞추게 됐습니다. '퍼디치'의 재결합은 캐롤, 제코, 아궤로 같은 리버풀-맨시티 공격수들을 가중시키는 효과를 맨유가 기대할 것입니다. 존스-에반스-스몰링 같은 젊은 센터백까지 포함하면 맨유 수비수 가용 인원이 많아졌습니다.

에르난데스와 웰백의 주전 경쟁도 흥미롭습니다. 특히 웰백은 리그 5경기 3골을 기록하는 성장을 나타냈습니다. 지난 1일 노리치 전에서는 후반 42분 박지성 패스를 받아 추가골을 넣으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당시 에르난데스는 상대 압박에 막혀 부진했지만 후반 19분에 투입된 웰백은 골을 터뜨렸습니다. 지난 시즌 후반에는 에르난데스가 베르바토프를 벤치로 내리는 상황이 전개됐지만, 이제는 에르난데스 조차도 웰백과 정면으로 경쟁하는 현실에 직면했습니다. 1주일에 2경기를 치르는 맨유 입장에서는, 골 감각이 무르익은 두 명의 영건 공격수에게 넉넉한 출전 시간을 제공할 명분을 얻었습니다.

박지성의 10월 전망은 리버풀전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퍼거슨 감독에게 그동안 강팀에 강했던 면모를 인정 받으면 리버풀-맨시티-에버턴전에서 적당한 출전 시간을 확보하겠지만, 리버풀전에서 선발 제외되면 주중 경기 위주로 출전할 가능성이 큽니다. 애슐리 영의 폼이 떨어진 감이 없지 않지만 꾸역꾸역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고, 클레버리가 복귀하면서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할지 의문입니다. 그럼에도 경기에 출전할 때마다 평균 이상의 활약을 펼쳤으며, 노리치전에서는 공간 창출에 힘입어 상대 밀집 수비를 끌어내며 팀 승리를 기여했습니다. 맨유의 10월이 부정적이지 않은 이유는 박지성이 앞으로 더 많은 것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