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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지동원 아스널전 선발 출전, 최상의 기회

 

스티브 브루스 선덜랜드 감독은 지난 10일 한국 방문의 일환으로 영국대사관에 방문하면서 지동원의 16일 아스널전 선발 출전을 예고 했습니다. 브루스 감독이 직접 보게 될 A매치 한국-UAE전에서 지동원이 좋은 활약을 펼친다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지도자가 경기 며칠전에 선발 출전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이례적 입니다. 브루스 감독이 지동원을 신뢰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지동원이 아스널전에 선발 출전하게 된 계기는 니클라스 벤트너 결장에서 비롯됐습니다. 아스널에서 임대된 선수로서 계약 조건상 원 소속팀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동원이 벤트너를 대체하는 성격도 있겠지만, 지금의 폼이라면 벤트너가 지동원보다 더 좋다고 볼 수 없습니다. 벤트너 외에도 스테판 세세뇽, 코너 위컴이 기대 만큼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죠. 최근에는 위컴이 사타구니 부상을 당하면서 아스널전을 전후로 복귀할 예정입니다. 경기를 앞두고 몸 상태를 점검 받겠지만 어린 선수라서 풀타임은 무리일 겁니다. 16위(1승3무3패) 부진에 빠진 선덜랜드 입장에서는 지동원 맹활약을 기대해야 합니다.

[사진=지동원 (C) 선덜랜드 공식 홈페이지(safc.com)]

그런 지동원은 선덜랜드의 프리미어리그 7경기 중에 6경기 교체 투입했으며(1경기 결장) 총 출전 시간은 102분 입니다. 공격수와 왼쪽 윙어를 오가며 1골 1도움 기록했지만 아직까지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UAE전에서 한국의 승리 주역으로 활약하면서 컨디션까지 좋다면 아스널전은 프리미어리그 첫 선발 출전 합니다. 어쩌면 이 경기가 팀의 붙박이 주전 공격수로 자리잡을 '최상의 기회'일지 모릅니다. 또한 선덜랜드는 아스널전을 중위권 진입을 시도하는 돌파구로 삼을 전망입니다.

선덜랜드가 상대할 아스널은 올 시즌 15위(2승1무4패)로 추락했습니다. 특히 프리미어리그 최다 실점 3위(16실점)에 빠지면서 강팀의 면모를 되찾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단순한 네임벨류라면 아스널이 선덜랜드를 손쉽게 이길 수 있고,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경기로서 아스널이 유리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스널의 불안한 수비력을 놓고 보면 선덜랜드의 이변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아스널은 17일 블랙번 원정에서 3-4로 패했습니다. 전반전을 2-1로 앞섰으나 후반전에 3골을 허용했고, 경기 막판 마루앙 샤막이 만회골을 넣었으나 패배를 모면하지 못했죠. 리그 19위 부진에 빠진 블랙번의 올 시즌 유일한 승리 상대가 아스널 이었습니다.

아스널 수비 불안은 현재 진행형 입니다. 지난 3일 토트넘전 2실점은 미드필더들의 수비 저지가 느슨했습니다. 송 빌롱이 센터백으로 전환하면서 상대 공격을 끊어줄 수비형 미드필더가 존재하지 않으며, 중원에서 활동하는 2명 또는 3명의 미드필더가 서로 호흡이 맞지 않아 커버 플레이가 매끄럽지 못한 문제점을 노출했습니다. 단순히 수비수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수비 불안에 빠진 아스널이라면 미드필더들이 수비에 힘을 실어줘야 합니다. 그러나 아르샤빈-제르비뉴-월컷 같은 공격형 윙어들은 수비 가담 또는 포어체킹에 소홀합니다. 팀 전체의 수비 조직력이 안좋습니다.

토트넘전에서는 바카리 사냐가 오른쪽 발목 부상을 당했습니다. 3개월 결장이 예고 되면서 19세 유망주 칼 젠킨슨이 공백을 메우게 됩니다. 하지만 젠킨슨은 당시 토트넘전에서 가레스 베일의 스피드에 밀리는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 이전 경기에서도 수비력에서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죠. 선덜랜드는 아스널 원정에서 상대팀 수비 불안을 노릴 것이 분명하며, 젠킨슨의 매치업 상대 중에 한 명을 지동원으로 설정할지 모릅니다. 지동원이 몸싸움에 약한 선수임을 감안하면 공격수보다는 왼쪽 윙어로 활약할 여지가 존재합니다. 선덜랜드 투톱은 세세뇽-위컴이 되겠죠.

하지만 세세뇽-위컴이 메르데자커-송 빌롱과 상대하기에는 무게감이 약합니다. 세세뇽은 올 시즌 모든 리그 경기에 선발 출전했으나 단 1골도 넣지 못한데다 경기 내용까지 저조합니다. 위컴은 잉글랜드의 촉망받는 18세 유망주지만 경기를 능숙하게 풀어가는 재주가 부족합니다. 얼마전에는 사타구니 부상까지 당했죠. 일각에서는 위컴의 네임벨류를 높게 평가하지만, 지금까지의 폼은 지동원보다 좋지 않습니다. 20세 선수와 18세 선수의 경험을 무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동원이 최전방에 배치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동원은 아스널 미드필더들의 수비력 부족을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스널 중원은 팀으로서 뭉치는 기질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지동원은 아스널 미드필더 뒷 공간을 파고드는 포지셔닝을 통해서 동료 선수에게 볼을 공급받아 경기를 운영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세세뇽이 그런 역할을 맡았는데 브루스 감독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죠. 지동원 선발 출전은 세세뇽 벤치 추락을 의미할지 모릅니다. 세세뇽이 지동원에게 패스를 잘 내주지 않죠. 위컴이 191cm 장신 공격수임을 감안하면 메르데자커의 매치업 상대로 나설지 모릅니다. '위컴 타겟맨-지동원 쉐도우' 배치 가능성이 있지만, 선덜랜드가 첼시전처럼 4-2-3-1을 활용하면 지동원이 원톱으로 나설지 모릅니다. 위컴의 부상을 감안할 필요가 있죠. 

그런 지동원이 어떤 역할을 맡을지 모르겠지만, 이번 주말에 다가올 아스널전이 팀 내 입지를 향상시킬 중요한 경기임을 충분히 인지할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교체 멤버로 출전했지만 어디까지 프리미어리그의 빠른 템포를 적응하는 과정이었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브루스 감독의 믿음을 얻은 것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재능이 있다는 뜻이죠. 이제는 그 기대를 지동원이 충족시킬 때가 왔습니다.

또한 아스널전은 대표팀 선배 박주영과의 '코리안 더비' 성사가 예상됩니다. 아직 박주영이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뛰지 못했기 때문에 경기 출전을 장담할 수 없지만, 최악의 부진에 빠진 아스널이라면 박주영 카드로 국면 전환을 시도할지 모릅니다. 올해 여름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지동원과 박주영의 맞대결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