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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토레스 부활? 딜레마는 계속된다!

 

첼시가 맨체스터의 두 강호보다 부족한 것은 팀 전술이 완성되지 못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는 상대 진영에서 빠른 타이밍의 패싱력과 드리블 돌파를 혼합한 '패스&무브'를 강조했고,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는 수비 축구를 탈피하고 다득점에 힘을 쏟으며 지난 시즌보다 과감한 면모를 발휘했습니다. 두 팀이 프리미어리그 2강 체제를 형성했던 또 다른 이유로 두꺼워진 스쿼드를 꼽을 수 있지만, 전술적인 힘에 의해 공격을 풀어가는 역량이 숙달 됐습니다.

[사진=페르난도 토레스 (C) 유럽축구연맹(UEFA)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반면 첼시는 다릅니다. 지난 2일 볼턴 원정에서 5-1 대승을 거두었지만 현재 순위는 3위 입니다. 5승1무1패(승점 16)의 성적이 강팀으로서 나쁜 결과는 아니지만 맨유-맨시티가 초반부터 앞서 있습니다.(6승1무, 승점 19로 동률) 지난달 19일 맨유 원정 1-3 패배가 아쉽겠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맨유-맨시티보다는 팀이 완성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안드레 빌라스-보아스 감독의 FC 포르투 시절 전술과 미루어보면, 어쩌면 첼시의 진정한 힘은 시즌 중반 또는 후반에 발휘될 것으로 보입니다. 역설적으로 빌라스-보아스 감독이 선호하는 측면 중심의 공격이 덜 익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볼턴전에서는 5-1로 승리했습니다. 맨유전에서 부진했던 프랭크 램퍼드가 해트트릭을 달성했고, 다니엘 스터리지는 2골을 넣으며 팀의 주전 공격수로 올라설 명분을 얻었습니다. 전반전에만 4골을 터뜨리는 화력을 과시했고, 그 이전이었던 지난달 24일 스완지 시티를 4-1로 제압하면서 2경기 연속 대량 득점을 올렸습니다. 첼시 공격의 폼이 올라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볼턴은 리그 꼴찌, 스완지 시티는 승격팀 입니다. 첼시가 지난 시즌 초반 약팀에 강했음을 미루어보면 스완지 시티-볼턴전 승리는 당연한 결과였죠.

지금까지의 첼시 공격을 정리하면 '토레스 딜레마'가 풀리지 않았습니다. 시즌 초반의 첼시 공격은 토레스와 불협화음을 겪었습니다. 팀 공격의 무게 중심이 측면쪽에 쏠렸으나 말루다-칼루의 기복이 아쉬웠고, 페르난도 토레스가 동료 선수와의 호흡이 잘 안맞았거나 상대 수비 견제에 시달리는 상황이 계속 됐습니다. 첼시의 스완지 시티-볼턴전 대량 득점 승리는 결과적으로 토레스가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죠. 스완지 시티전은 토레스가 전반 29분에 선제골을 넣었으나 10분 뒤 퇴장 당했습니다. 그 이후 첼시가 한때 소강상태 였으나 경기 후반부에 골을 추가했죠.

공교롭게도 토레스 리그 2골은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렸던 공통점이 있습니다. 맨유전에서는 에반스-존스 사이의 공간을 파고들때 니콜라 아넬카의 왼쪽 킬러 패스를 받아 왼발 슈팅으로 골을 넣었습니다. 스완지 시티전에서는 후안 마타의 로빙 패스를 받아 슈팅을 날리기 이전에 마타에게 집중된 상대 수비 2명의 뒷 공간에 있었습니다. 토레스를 근접 마크했던 또 다른 수비수는 견제가 느슨했죠. 역시 토레스는 수비 뒷 공간에서 골망을 흔드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 작업이 잘 안되면 경기력 난조에 빠지면서 첼시 공격이 둔화되는 문제점이 나타났습니다. 그 특징이 맨유전 이전까지 불거졌습니다. 토레스의 패턴이 여전히 단조롭다는 뜻이죠.

토레스가 징계로 빠졌던 볼턴전은 빌라스-보아스 감독의 전술이 가장 잘 묻어난 경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스터리지가 전반 1분에 코너킥 상황에서 헤딩골을 터뜨리며 기선 제압에 성공했던 요인이 있지만, 나머지 4골은 측면 공격을 활용했거나 공격수가 박스 옆쪽에서 중앙쪽으로 볼을 밀어줬던 과정 이었습니다. 기본적으로 박스 쪽에서 골 생산을 담당할 선수가 있었고, 디디에 드록바가 상대 수비를 끌고 다니면서 볼턴의 수비 집중력이 떨어졌습니다. 맨유전에서 부진했던 램퍼드가 볼턴전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던 것은 첼시의 전술적 효과에 힘입었습니다. 만약 토레스의 볼턴전 출전이 가능했다면 램퍼드 3골은 아마 없었을지 모릅니다. 토레스와 드록바는 지난 시즌에 공존 실패했죠.

그렇다고 빌라스-보아스 감독이 토레스의 선발 출전 빈도를 줄이지는 않을 겁니다. 드록바는 내년이면 34세이며 첼시는 그의 대체자로 '사실상' 토레스를 낙점하면서 5000만 파운드(약 911억원)를 투자했습니다. 지난 시즌에 드러났듯, 드록바는 말라리아 감염을 감안해도 거의 매 경기 선발 출전할 체력이 아닙니다. 첼시가 5000만 파운드를 쏟았던 결과물을 얻으려면 결국 토레스가 부활해야 하며 기본적인 출전 시간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아직까지는 토레스가 빌라스-보아스 감독 전술에 어울리는 공격수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토레스가 포함되는 첼시 공격 전술에서는 누가 구심점인지 알 수 없습니다. '토레스의 뒷 공간 활용을 도와줄 수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 입니다. 토레스가 그동안 첼시에서 부진했던 흔적은 이미 잘 알려졌지만, 다른 동료 선수들이 토레스를 잘 도와줬는지 여부도 곰곰히 생각해봐야 합니다. 아마도 토레스와 호흡이 잘 맞는 선수는 마타, 아넬카가 아닐까 싶습니다. 마타는 스페인 대표팀을 통해서 토레스 특징을 익히 알았던 선수이며, 아넬카는 지난 시즌 후반 토레스와의 호흡이 결코 나쁜 상황까지는 아니었습니다. 반면 램퍼드는 토레스와의 콤비 플레이가 유연하지 못하며, 메이렐레스-하미레스는 패싱력이 출중한 미드필더들은 아닙니다.

첼시는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드록바를 아껴야 합니다. 1978년생 동갑내기 램퍼드도 마찬가지죠. 첼시가 토레스 중심의 공격으로 바뀔 여지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토레스가 막히면 측면, 2선에서 활동하는 공격 옵션들의 득점력이 요구됩니다. 토레스의 단조로운 공격 패턴은 이미 프리미어리그에서 읽혔습니다. 과거 베니테즈 체제의 리버풀이 안고 있던 딜레마였지만, 그때의 리버풀은 토레스 득점력에 힘을 실어줄 공격 자원들이 늘 있었습니다. 지금의 첼시는 그게 안되고 있죠. 글의 앞문단에서 '완성'이라는 단어를 삽입한 것은, 첼시는 토레스 딜레마를 반드시 해결해야 합니다. 한 가지 불편한 사실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리버풀-지난 시즌의 첼시는 토레스가 팀에 몸담았을때 정규리그-유럽 대항전 우승을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