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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스널, '골잡이' 판 페르시 지켜낼까?

 

한마디로 다사다난한 아스널 입니다. 시즌 초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게 2-8로 대패하면서 이적 시장 막판 여러명의 선수를 보강했지만 아직까지 성과가 빈약합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현재 순위는 15위이며 더 이상 빅4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특히 세스크 파브레가스, 사미르 나스리 이적 공백이 여전한 치명타 입니다. 공격의 맥을 잡아줄 적임자가 없는 것이 아스널의 대표적인 약점 입니다. 그나마 몇몇 경기에서 토마스 로시츠키가 중원에서 제 구실을 다할 뿐입니다.

아스널의 잠재적 위기는 '골잡이' 로빈 판 페르시(28) 거취 입니다. 그동안 거물급 선수 영입에 인색했음을 미루어보면 판 페르시의 이적은 아스널이 강팀으로서 체면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판 페르시는 최근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의 영입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맨시티는 얼마전 경기 출전 거부로 논란을 빚었던 카를로스 테베스 문제로 골치 아픈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만약 테베스와 작별하면 판 페르시를 영입하겠다는 복안입니다. 제코-아궤로 투톱이 건재한 현 상황에서 판 페르시가 붙박이 주전을 차지할지는 의문이지만, 아스널 현 상황을 보면 판 페르시 이적은 결코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닙니다.

[사진=로빈 판 페르시 (C)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arsenal.com)]

그런 아스널은 지난 몇년간 팀의 주력급 선수들과 수없이 작별했습니다. 파브레가스-나스리를 비롯해서 가엘 클리시, 윌리엄 갈라스, 콜로 투레, 엠마뉘엘 아데바요르, 마티유 플라미니, 파트리스 비에라, 티에리 앙리 등이 대표적 입니다. 선수 인건비에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는 아르센 벵거 감독의 성향, 2006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건립에 따른 막대한 부채, 6시즌 연속 무관이 아스널 전력 강화를 힘들게 했습니다. 과거에 비하면 부채를 착실히 갚았고, 올해 여름 이적시장 막판에는 임대 선수 포함해서 5명을 영입했습니다. 하지만 우승과 인연 없는 최근의 행보가 걸림돌 이었습니다.

아스널이 파브레가스-나스리를 지키지 못한 것은 우승 실패 때문 입니다. 두 선수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인했던 부분이죠. 아스널 일원으로 활약하기에는 우승을 장담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이미 파브레가스는 FC 바르셀로나 이적 초반이었던 스페인 슈퍼컵 우승을 달성했으며 프리메라리가-챔피언스리그 우승의 꿈을 꾸고 있습니다. 나스리가 속한 맨시티는 올 시즌 초반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유와 더불어 2강 체제를 형성했죠. 맨시티는 지난 시즌 FA컵 우승에 힘입어 35년 무관을 극복했습니다. 이제는 우승의 자신감을 얻었죠. 반면 아스널의 위상은 6시즌 무관에 의해 점점 추락하고 있습니다.

어느 한 조직에서 인재들이 빈번하게 떠나는 것은 문제 있습니다.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가 현실적인 벽에 막혔거나, 실행 방안이 잘못되었거나, 구성원 역량이 부족하거나, 리더의 태만함 또는 지휘 부족, 동기부여 결여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 결과는 조직의 침체로 이어집니다. 이 문제를 아스널에 적용하면 6연속 무관이 주력 선수 이탈의 결정타가 됐습니다. 기존 선수들의 사기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지 모를 일입니다.

아스널은 불과 몇년전까지 맨유와 프리미어리그 양대 산맥을 형성했지만 현실은 무관의 연속 입니다. 올 시즌에는 사실상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실패한 분위기이며 아르센 벵거 감독마저 인정했습니다. 다음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조차 장담하지 못하는 처지입니다. 그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팀내 주력 선수가 북런던을 떠날 가능성이 없지 않으며 특히 판 페르시의 거취가 불분명 합니다. 판 페르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아스널 주축 공격수로 활약하며 지금까지 거너스를 지탱했습니다. 그러나 주력 선수들의 이적이 잦은 지금의 유럽 축구 현실에서는 판 페르시 앞날이 어찌될지 모릅니다.

판 페르시가 2012년 1월 이적시장에서 아스널을 떠날 일은 없을 겁니다. 팀의 주장으로서 시즌 중에 떠나는 것은 무리수임을 본인이 잘 알고 있겠죠. 샤막-제르비뉴 같은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이 네이션스컵에 차출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아스널은 판 페르시의 이적을 막을 겁니다. 그러나 내년 여름 이적시장이 문제입니다. 그때는 아스널의 2011/12시즌 성적이 결정되며, 판 페르시가 네덜란드 대표팀 공격수로서 유로 2012에 출전하는 시기입니다. 만약 판 페르시가 유로 2012에서 네덜란드의 선전을 주도하면 이적시장에서의 몸값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아스널이 그 시점에 판 페르시를 지켜낼지 미지수 입니다.

2012년이면 판 페르시의 나이는 29세 입니다. 더 이상 젊은 선수라고 하기에는 30대를 앞두고 있습니다. 강팀에서 뛰는 축구 선수라면 우승을 향한 욕심은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런데 아스널은 우승을 못하고 있죠. 맨시티 같은 돈과 우승이 보장되는(스쿼드를 놓고 보면) 클럽의 계속된 영입 관심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몇년간 아스널 주장으로 활약한 경험이 있는 앙리-갈라스-파브레가스는 이미 팀을 떠난 상황입니다. 불운하게도, 아스널 주장을 맡던 선수들은 어느 시점에서 벵거 감독과 작별하는 수순을 밟았습니다. 그런 흐름이라면 판 페르시의 이적은 결코 실현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아스널은 판 페르시를 지켜야 합니다. 판 페르시마저 떠나면 기존 선수들 사기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겁니다. 그들 마음에서는 '아스널에 오랫동안 충성하겠다'는 마음이 약화될지 모릅니다. 주축 선수들의 이적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극단적이면서 또는 현실적으로 표현하면, 계속 머물고 싶은 클럽이 아닌 '언젠가 떠나야 하는 클럽'이라는 안좋은 이미지를 느낄지 모릅니다. 아스널이 강팀의 명분을 유지하려면 판 페르시와 꾸준한 신뢰 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동안 부족했던 동기부여를 끌어올리는 것 부터 중요하죠. 적어도 올 시즌에는 어떻게든 빅4를 사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