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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카가와 리버풀 이적설, 루머일 뿐이다

 

'일본 축구의 신성' 카가와 신지(22, 도르트문트)가 잉글랜드 현지에서 리버풀 이적설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잉글랜드 스포츠 언론 <토크 스포츠>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카가와는 2013년 6월까지 도르트문트와 계약을 맺은 상태이며, 리버풀은 그와 계약하기 위해 1800만 파운드(약 331억원)를 지출해야 할것이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리버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AC밀란, 유벤투스와 영입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카가와 리버풀 이적설은 철저한 루머일 뿐입니다. 올해 초에는 레알 마드리드, 지난 여름에는 맨유, 이번에는 리버풀 이적설로 주목을 끌었습니다. 토크 스포츠 기사에 의하면 AC밀란, 유벤투스 팀명까지 표기됐습니다. 어떤 관점에서는 빅 클럽 시선을 사로잡는 재능있는 영건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현지 언론에서 영건이 빅 클럽 영입 관심을 받는 사례는 다반사 입니다. '이적설의 아이콘' 혼다 케이스케(CSKA 모스크바) 사례를 봐도, 일본 선수의 유럽 빅 클럽 이적설은 루머로 끝난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난해 여름에는 엔도 야쓰히토(감바 오사카)의 리버풀 이적설이 제기되었죠. 일본 선수들의 유럽 진출이 많아진 것과 다른 개념입니다.

[사진=카가와 신지 (C)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uefa.com)]

리버풀이 한국, 일본 선수를 영입한다는 루머는 지난해부터 줄기차게 이어졌습니다. 한국의 박주영-기성용-이청용-지동원이 그랬고 일본은 혼다-엔도-카가와 이름이 거론됐습니다. 일각에서는 리버풀의 메인 스폰서 스탠다드 차타드가 아시아 마케팅 차원에서 한국 또는 일본 선수에 관심을 가진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는 사실은, 리버풀은 아직까지 한국과 일본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습니다. 둘 중에 하나였을 겁니다. 두 나라 축구 선수의 이적설은 어디까지 루머였거나 아니면 영입 관심이 현재 진행형 단계였겠죠. 박주영과 지동원의 경우는 다른 프리미어리그 팀에 안착했습니다.

카가와는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에 어울리는 선수입니다. 일본 대표팀에서는 혼다와 공존하기 위해서 왼쪽 윙어로 뛰고 있지만 실제로는 중앙에서 상대 수비진 사이를 파고드는 침투에 익숙합니다. 플레이메이커로서 득점력까지 장착되었죠. 2010/11시즌 도르트문트의 분데스리가 우승 멤버로 활약했었고, 일본의 2011년 아시안컵 우승을 이끌었던, 앞날의 미래가 촉망되는 선수임에는 분명합니다. 어쩌면 도르트문트의 올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성적이 카가와 앞날의 중요한 분수령이 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리버풀에게 카가와가 필요한지 의문입니다. 수아레스-캐롤 투톱을 활용하는 현 시점에서는 카가와가 4-4-2에서 뛸 자리는 없습니다. 수비력이 발달된 선수는 아니죠. 아무리 4-4-2 측면 미드필더에 배치되어도 수비력은 기본적으로 필요합니다. 카가와가 4-2-3-1 공격형 미드필더에 어울렸던 것은 도르트문트가 더블 볼란치를 활용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그런데 리버풀이 4-2-3-1로 전환하기에는 카가와 포지션이 스티븐 제라드와 겹칩니다. 리버풀이 지난 여름에 스튜어트 다우닝, 조단 헨더슨, 찰리 아담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 활용이 가능한 이적생 영입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죠.

카가와의 현재 폼이라면 프리미어리그에 통할 선수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우선, 지난 1월 아시안컵 한국전에서 오른쪽 발가락 골절 부상을 당하면서 분데스리가 시즌 후반기를 거의 뛰지 못했습니다. 지난 5월 14일 프랑크푸르트전에서 후반 42분에 출전했을 뿐이죠. 한국전 이전까지는 분데스리가 17경기에서 8골을 터뜨렸지만, 올 시즌 7경기에서는 1골에 그쳤습니다. 상대 수비 뒷 공간을 침투하는 순발력이 떨어지면서 골 침묵에 시달렸죠. 전체 슈팅 14개를 감안하면 골 결정력이 떨어졌다는 느낌입니다. 챔피언스리그 아스널전도 그랬습니다. 지난달 28일 챔피언스리그 마르세유전 활약상까지 좋지 않았죠.

카가와는 피지컬이 약한 선수입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려면 기교의 완성도를 높여야 하며 상대 수비를 따돌리기 위한 순발력이 요구됩니다.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기본이죠. 이청용이 볼턴에서 성공했던 노하우들이 이렇습니다. 지금의 카가와는 분데스리가 진출 초반에 비해 기복을 타고 있다는 인상입니다.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경기를 결정지어줄 임펙트가 떨어졌죠. 도르트문트에서 기량을 연마하면 지금보다 수준 높은 선수가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의 폼으로는 굳이 리버풀은 아니더라도 빅 클럽에 통할지는 의문입니다.

그렇다고 카가와를 과소평가 하는 것은 아닙니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분데스리가 우승 주역으로 활약했던 경험을 무시 못합니다. 시즌 후반기 일정을 거의 부상으로 날렸지만 전반기 활약상에서 강한 인상을 남겼죠. 그것도 유럽 진출 초기부터 주전으로 안착했습니다. 지금은 다소 부침이 있지만 더욱 큰 선수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습니다. 최근의 폼을 끌어올린다는 전제에서 말입니다. 앞으로 또 다른 빅 클럽 영입 루머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다분하지만, 카가와가 혼다보다 유리한 것은 22세의 나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