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1일 저녁 노리치 시티전 2-0 승리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질주했지만 중원이 불안합니다. 클레버리가 지난달 11일 볼턴전 경기 도중 왼쪽 발목 인대 부상을 당하면서 맨유의 경기력이 떨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노리치 시티전에서 안데르손의 부진을 보았듯, 맨유는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중원이 약점으로 대두됐습니다. 박지성이 몇몇 경기에서 중앙 미드필더로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맨유 중원이라는 전체적인 틀은 여론의 신뢰를 얻지 못했습니다.
[사진=노리치 시티전에서 골을 넣었으나 경기 내용에서 부진했던 안데르손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맨유의 전문 중앙 미드필더는 4명(안데르손, 캐릭, 플래처, 클레버리. 백업 선수 제외)입니다. 그러나 클레버리는 부상으로 빠졌으며, 플래처는 오랫동안 경기에 뛰지 못하면서 과거 만큼의 폼이 올라오지 못했습니다. 안데르손과 캐릭의 기복이 심한 것은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습니다. 현 시점에서 최상의 활약을 펼칠 중앙 미드필더가 없으며, 박지성-긱스의 중원 배치가 필요했던 것도 이 때문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노리치 시티전 종료 후 박지성의 중앙 미드필더 전환을 승리의 원동력을 꼽았던 것은 역설적으로 안데르손-플래처 조합의 폼이 안좋았다는 뜻입니다.
그런 맨유는 중원에서 '안데르손의 부진이 계속 된다면?', '클레버리가 또 부상 당하면?'이라는 고민을 안고 갑니다. 안데르손은 시즌 초반에 잘했습니다. 중원 단짝이었던 클레버리와 상호 보완하는 움직임을 나타내면서 커버 플레이가 매끄러워졌고, 연계 플레이가 가벼워졌던 장점을 얻었습니다. 클레버리가 기본적인 패싱력, 시야, 공격 운영, 움직임이 좋은 선수였기 때문에 안데르손의 부담이 덜 했습니다. 그러나 클레버리가 부상에서 복귀하면 '지금의 안데르손'은 시즌 초반의 페이스를 되찾아야 합니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시즌 초반보다 지친 것이 지금의 문제점이며, 이는 맨유의 경기력 하락으로 직결됐습니다.
그렇다고 긱스-박지성을 붙박이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긱스는 세 가지 약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1주일에 2경기를 소화할 체력이 아니며, 둘째는 벤피카 원정에서 움직임이 많은 상대 중앙 미드필더의 협력 수비를 받으면 맥을 못춥니다. 셋째는 FC 바르셀로나전에서 드러났던 수비력 문제였죠. 박지성은 중원 뿐만 아니라 측면에서도 필요한 선수입니다. 애슐리 영은 상대 협력 수비를 받을때 드리블 돌파가 통하지 않거나 패스가 끊기는 문제점이 최근에 나타났고, 나니도 기복이 탈 때가 있으며, 발렌시아는 오른쪽 풀백으로 전환했습니다. FC 바젤전 투톱 공격수 출전까지 포함하면, 박지성의 올 시즌 포지션은 매우 유동적입니다.
맨유가 중원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는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중앙 미드필더를 데려오는 것입니다. 중원에 특출난 인재가 없으면 선수 영입이 해답입니다. 지난 여름 이적시장을 시끄럽게 했던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 영입설이 현지 언론에서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퍼거슨 감독은 스네이더르 영입을 원치 않지만 현지 언론은 사실 관계를 떠나 영입설을 제기할 수 있죠. 굳이 스네이더르는 아니더라도 또 다른 중앙 미드필더의 맨유 이적설이 등장할지 모를 일입니다. 앞으로 맨유의 중원 딜레마가 이어지면서 성적에 영향을 받으면 선수 영입을 모색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 영입 가능성은 현실적이지 못한 부분도 있습니다. 새로운 중앙 미드필더 수혈은 퍼거슨 감독의 리빌딩이 일부분 실패했음을 뜻합니다. 안데르손은 맨유에서 5시즌 소화했습니다. 하지만 맨유가 2007년 여름에 그를 영입하는데 투자했던 비용은 1800만 파운드(약 331억원) 입니다. 안데르손은 당시 스콜스 후계자로 영입된 선수지만 1800만 파운드 가치를 실현했는지 의문입니다. 이적료에 비하면 아직 먹튀의 기운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지난 여름에 위건에서 임대 복귀된 클레버리가 스콜스 은퇴 공백을 대체한 실정이었죠.
중앙 미드필더의 포화까지 우려됩니다. 중원에 새로운 즉시 전력감이 등장하면 안데르손-캐릭-플래처-클레버리의 출전 시간이 줄어들게 됩니다. 맨유의 미드필더는 지금까지 로테이션 기용이었으며 기존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영향을 받죠. 그럴 경우에는 누군가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겠지만, 그 선수가 경기 감각을 회복하지 못하면 맨유의 전력 약화를 가져오게 됩니다. 맨유가 새로 영입할지 모를 중앙 미드필더도 로테이션이 불가피하기 때문이죠.
맨유 중원의 문제점은 지난 시즌도 그렇고 올 시즌에도 마찬가지 입니다. 가용할 선수는 많은데 지속적이면서 특출나게 잘하는 선수가 없습니다. 클레버리가 임대 복귀 되었고, 긱스-박지성 같은 측면 옵션들의 중원 배치 변화가 있었지만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중원이 불안합니다. 아무리 클레버리가 시즌 초반에 잘했지만 또 부상 당하면 맨유에게 골치 아픕니다. 고질적인 문제가 또 되풀이되는 현실이죠. 2010년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메수트 외질(당시 베르더 브레멘 소속, 레알 마드리드) 영입설이 꾸준히 제기되었고, 올해 여름에는 스네이더르 거취가 화제를 모았습니다. 지금 같은 흐름이라면, 맨유의 우승 도전이 언젠가 중대한 고비를 맞이할지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