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은 K리그 4위팀 입니다. 앞으로 6번의 K리그 잔여 경기가 남아있고, 2위 포항과 승점 7점 차를 기록하면서 현실적인 목표는 3위가 되었습니다. 3위는 6강 플레이오프에서 6위 팀과 상대하는 이점이 있습니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4~5위팀 승자와 준플레이오프에서 맞붙고, 그 경기에서 이겨야 2012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획득하게 됩니다. 그 이후에는 2위팀과 플레이오프를 치르면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다투게 됩니다. 6강 플레이오프 이후에 1주일에 2경기를 소화하는 체력적 약점을 안고 가야 합니다.
정상적인 페이스였다면, 수원은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FA컵을 병행하면서 K리그 2위권 안에 있어야 마땅했습니다.(선수 보강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 2위와 3위의 갭이 크기 때문입니다. 2위는 2012 챔피언스리그에 자동으로 진출하며 챔피언십에서는 K리그 3~6위팀 승자와 맞붙게 됩니다. 체력적인 영향을 결코 무시 못하게 됩니다. 성남의 경우에는 지난해 K리그 5위팀이자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지만 올해 아시아 무대를 밟지 못했습니다. 준플레이오프 전북전 패배에 발목 잡혔습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소화했던 체력 저하가 전북전 패배의 원인 이었습니다. 당시 성남의 전례를 수원이 떠올려야 합니다.
3위를 노리는 수원의 문제점이 바로 체력 입니다. K리그 개막 이전부터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했던, 올해 상반기에 K리그 7경기 연속 무승(1무6패) 및 14위 추락이 선수들에게 체력 부담을 안겨줬습니다. 챔피언스리그 휴식기였던 여름에 최정예 멤버들을 기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지난 8월말 FA컵 4강 울산전에서도 마찬가지였죠. 그런데 10일 성남전, 14일 조바한(이란)전에서도 주전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습니다.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조바한전은 1-1로 비기면서 '이란 원정' 2차전 체력 소모가 우려됩니다.
문제는 조바한전 뿐만이 아닙니다. 18일 강원 원정, 24일 대구 원정을 무조건 이겨야 하는 현실이죠. 5위 전남, 6위 부산과 승점 39점 동률이며 제주-경남-울산 같은 7~9위 팀들의 막판 분전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수원이 최소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보장 받으려면 강원-대구전에서 승점 3점을 보장 받아야 합니다. 지난 몇 경기에서 주전급 선수들을 대거 활용하면서, 28일 조바한 원정을 감안하면 강원-대구전은 로테이션 기용이 불가피 합니다. 그런데 로테이션은 승리를 보장하지 못합니다. 결국 후보 선수들이 분발할 수 밖에 없죠. 수원도 현 상황을 인지하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지금의 체력 문제는 일시적이지 않습니다. 조바한 원정 이후에도 고민해야 합니다. 그 다음 상대가 서울(10월 3일) 입니다. 서울은 K리그 3위팀이자 그동안의 대립 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서울전 이후에는 A매치 데이가 시작되지만, 일부 주력 선수들의 대표팀 차출이 불가피 합니다. 조광래호 대표팀 선수들 중에서 수원 선수가 가장 많았죠.(이용래-정성룡-박현범-염기훈) 그 중에 이용래-정성룡은 대표팀 주전입니다. 박현범은 여전히 K리그에서 일취월장한 경기력을 뽐내고 있으며, 염기훈의 대표팀 발탁 여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수원 선수의 대표팀 차출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수원에 대표급 기량을 지닌 선수들이 즐비하죠.
이용래-정성룡-박현범-염기훈은 7일 쿠웨이트 원정을 다녀온 뒤에 10일 성남전, 14일 조바한전에 선발 출전 했습니다. 염기훈을 제외한 3명은 두 경기에서 풀타임 뛰었고, 염기훈은 성남전에서 후반 45분 교체 되었으며 조바한전에 90분 출전하면서 실질적으로 2경기 연속 풀타임 소화한 것과 다를 바 없죠. 문제는 이용래의 과부하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미 대표팀에서는 경기력 저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염기훈은 잦은 부상 이력을 무시 못하죠. 정성룡-박현범도 계속 버텨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선수들이 10월 A매치까지 소화하면 수원의 앞날 행보가 점점 걱정됩니다. 강원-대구전 만큼은 로테이션이 필요합니다.
10월도 고비 입니다. 15일 FA컵 결승전 성남전, 16일 전북전, 23일 광주전, 30일 제주전을 치러야 합니다. 성남전, 전북전 중에 하나는 날짜 재조정이 불가피하죠. 그런데 10월 대표팀에 차출된 선수들이 소속팀에 복귀하면 FA컵 결승전에서도 뛸 것 같습니다. 2012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걸려있기 때문에 모든 총력을 쏟아야 합니다. 윤성효 감독이 얼마전에 "특정 클럽에서 대표팀 선수를 많이 차출하면 안된다"고 주장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조광래 감독이 윤성효 감독 의사를 수용하느냐 여부가 관건이죠. 하지만 이용래-정성룡이 대표팀 주전인 것이 조광래호 입장에서 고민입니다.
만약 수원이 8강 2차전 조바한 원정에서 승리하면 10월 일정은 더 골치 아픕니다. 10월 19일과 24일 경에 AFC 챔피언스리그 4강 1~2차전이 예고 됐습니다. 수원이 4강에 진출하면 세파한(이란)-알 사드(카타르) 승자와 맞붙습니다. 9월말에 이어 또 중동 원정을 치러야 합니다. 이용래-정성룡-박현범-염기훈은 세 번이나 중동길에 올라야 할지 모르죠. 11월 11일-15일 대표팀 중동 원정(UAE-레바논)까지 포함하면 선수들이 지칠 수 밖에 없습니다. 11월에는 수원이 K리그 챔피언십을 치르야합니다. 챔피언스리그 결승(날짜 미정)도 11월에 열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수원은 올 시즌 K리그 개막 이전에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 됐습니다. 2009, 2010년 6위권 내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항상 이적시장이 열리면 선수 보강에 열을 올렸습니다. 올해 여름에도 박현범, 스테보 같은 주력 선수를 영입하며 취약한 전력을 보강했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4위 진입으로 이어졌죠. 또한 수원은 지난 몇년 동안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갈망했습니다. 2001~2002년 아시안 클럽선수권, 아시안 슈퍼컵(챔피언스리그 통합 이전의 대회들)을 동시 제패하면서 '우리는 아시아의 챔피언'이라는 자부심을 가졌습니다. FA컵은 결승까지 진출했죠. 특정 대회를 포기할 상황이 아닙니다. 결국, 선수들의 후반기 체력이 수원의 2011년 최종 성적을 좌우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