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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베르바토프, 이대로 끝인가?

 

2010/11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디미타르 베르바토프(3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의 올 시즌 출전 시간은 26분 입니다. 지난달 14일 프리미어리그 개막전 웨스트 브로미치전에서 후반 19분 교체 투입했으나 그 이후 4경기 연속 결장했습니다. 부상, 체력 안배가 아닌 벤치만 지키고 있습니다. 맨유의 철저한 벤치 멤버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FC 바르셀로나전 18인 엔트리 제외에 이어 침체 기로에 놓여 있습니다. '이대로 끝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베르바토프는 지난 시즌 후반기 에르난데스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습니다. 박스 안에서 천부적인 위치 선정과 타고난 골 감각으로 단련된 에르난데스, 탱크처럼 상대 수비진을 돌격하며 팀 플레이에 힘을 실어주는 루니의 투톱 조합은 기대 이상의 시너지를 연출했습니다. 반면 베르바토프는 약팀에 강했고 강팀에 약했던, 루니와의 호흡이 2% 부족했던, 박지성의 빠른 패스를 받아내지 못하는, 2008년 10월 22일 셀틱전 이후 챔피언스리그에서 지독하게 골이 없었습니다. 맨유의 벤치 멤버로 밀렸고 바르셀로나전에서 후보 명단에 들지 못했던 수순은 현실적인 결과 였습니다.

[사진=디미타르 베르바토프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문제는 올 시즌 입니다. 아직까지 맨유에서 명예 회복할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웨스트 브로미치전 26분 출전으로는 부족합니다. 8월 아스널전까지 웰백에게 주전 공격수 자리를 내줬다면 9월 11일 볼턴전은 에르난데스, 15일 벤피카전은 챔피언스리그 였습니다. 특히 벤피카전 결장은 '퍼거슨 감독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베르바토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맨유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토너먼트에서 4-4-2를 활용했고 올 시즌에도 같은 포메이션 이었습니다. 그런데 벤피카전은 미드필더 한 명을 늘리고 공격수를 줄이면서 4-2-3-1이 됐습니다. 베르바토가 낄 자리가 없었습니다.

베르바토프의 벤피카전 결장은 퍼거슨 감독의 전술적 판단 입니다. 벤피카를 비롯한 포르투갈 빅 클럽들은 챔피언스리그 강팀 경기에서는 중앙 수비를 강화하는 전략을 취합니다. 포백과 미드필더 사이의 간격을 줄이면서 협력 수비를 강화하고, 상대 공격 옵션들보다 더 많이 뛰는 왕성한 활동량을 나타냅니다. 특히 맨유전에서는 가르시아(12.048Km)-비첼(12.191Km)이 양팀 공격수와 미드필더 중에서 12Km 넘게 뛰었던 얼굴들입니다. 긱스(10.495Km)가 동점골을 넣었으나 경기 내용상 부진했던 이유입니다. 베르바토프는 상대의 강한 수비 조직을 견디기에는 순발력이 떨어지고, 빈 공간을 찾지 못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벤피카전에서 빠질 수 밖에 없었죠.

현실적으로 베르바토프가 선발 출전할 기회는 오는 22일에 진행되는 칼링컵 32강 리즈 유나이티드(이하 리즈) 전입니다. 그 이전인 19일 첼시전에는 루니-에르난데스 투톱 기용이 유력하기 때문에 선발 출전을 낙관하기 힘듭니다. 그런데 베르바토프는 2009/10시즌 FA컵 64강전 리즈전에서 부진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상대 수비수들의 밀착 견제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다른 동료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까지 겹친 끝에 맨유가 0-1로 패했습니다. 리즈가 맨유의 라이벌임을 감안해도 당시에는 3부리그 팀입니다.(현재 2부리그)

그런데 오언, 마케다, 디우프 같은 또 다른 공격수들도 리즈전 선발 출전 가능성이 있는 인물들입니다. 맨유가 올 시즌에 많은 공격수들을 보유하면서 베르바토프가 주전을 되찾을 돌파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루니-에르난데스-웰백이 공격수 1~3순위에 있는 인물들이며 4순위를 두고 베르바토프-오언-마케다-디우프가 경합을 나타내는 꼴입니다. 리즈전에 어느 공격수가 선발로 뛸지 알 수 없지만, 베르바토프의 최근 행보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답지 못합니다. 불과 몇개월 만에 팀내 공격수 4순위를 경쟁하는 처지죠.

그럼에도 베르바토프는 맨유 잔류를 원했습니다. 퍼거슨 감독도 베르바토프의 방출을 반대했죠. 하지만 베르바토프 재계약 가능성은 지난 시즌 중반부터 언급되기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이 없습니다. 만약 재계약이 계속 미루어지면, 베르바토프는 맨유와 계약 기간이 끝나는 내년 여름 자유계약 신분에 의해 다른 팀으로 떠날지 모릅니다. 맨유가 재계약에 응하지 않다는 것은 불가리아 공격수와의 인연을 끝내겠다는 의사와 다를 바 없죠. 반대로 재계약이 성사되면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은 맨유의 힘겨운 주전 경쟁을 스스로 연장하게 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베르바토프의 실전 감각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기량이 우수한 선수라도 경기에 뛰지 못하면 그만입니다. 특히 올 시즌에는 많은 경기에 출전한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이미 시즌 초반부터 벤치를 달구고 있으며 조만간 웰백이 햄스트링 부상에서 돌아올 예정입니다. 오언이 여전히 슈퍼서브로서 무궁한 가치를 지닌 것(지난 여름 재계약 성공이 그 이유), 마케다-디우프는 영건이라는 이유로 어떻게든 기회를 얻을지 모릅니다. 베르바토프가 이번 시즌에 꾸준히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다음 시즌에 다른 팀에서 활약하면, 2011/12시즌 경기 출전 횟수가 적었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할지 의문입니다.

만약 올 시즌에 극적으로 명예회복에 성공하면 이야기는 다를지 모릅니다. 2007/08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첼시전 18인 엔트리에서 제외된 박지성은 꾸준한 노력 끝에 여전히 맨유맨으로 활약중입니다. 하지만 베르바토프의 나이는 30세 입니다. 루니의 건재함을 유지하면서 에르난데스-웰백 같은 영건들을 키워야 하는 맨유의 현실에서 베르바토프가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지 의문입니다. 일부 여론에서는 박지성이 결장하면 근거없는 위기론을 제기하지만, 위기라는 키워드는 베르바토프에게 매우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