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최대 관심사는 '박 선생' 박주영(26, 아스널)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 성사 여부 였습니다. 박주영이 여름 이적시장 막판에 극적으로 아스널에 입단했고, 9월초 A매치 2경기에서 4골을 터뜨리며 골잡이 본능을 되찾았습니다. 경기 직전에는 취업 비자(워크퍼밋) 문제가 해결되면서 경기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축구팬들이 기대했던 박주영의 데뷔전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박주영이 속한 아스널이 지난달 3경기 1무2패 부진을 딛고 시즌 첫 승을 달성했습니다. 10일 저녁 11시(이하 한국시간)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1/1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스완지 시티전에서 1-0으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40분 스완지 시티 골키퍼 미셸 봄이 박스 앞쪽으로 나오면서 오른손으로 낮게 볼을 굴린 것이 앙헬 랑헴의 발을 맞으면서 안드리 아르샤빈의 왼발 슈팅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아스널은 아르샤빈의 행운 골이 없었다면 무득점으로 비겼을지 모릅니다. 아스널 승리의 일등 공신을 미셸 봄으로 치켜세우고 싶을 정도로 경기력이 미흡했습니다.
[사진=아스널의 스완지 시티전 1-0 승리를 발표한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C) premierleague.com]
'시즌 첫 승' 아스널, 그러나 경기력은 낙제점
아스널은 스완지 시티전에서 4-2-3-1로 나섰습니다. 스체스니가 골키퍼, 깁스-코시엘니-메르데자커-사냐가 수비수, 램지-프림퐁이 더블 볼란치, 아르샤빈-아르테타-월컷이 2선 미드필더, 판 페르시가 공격수를 맡았습니다. 이적시장 막판에 영입된 아르테타, 메르데자커는 선발 출전했지만 박주영, 베나윤, 안드레 산투스는 벤치 멤버 였습니다. 아르테타는 파브레가스 이적 공백, 메르데자커는 베르마엘렌의 아킬레스건 부상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 주전으로 모습을 내밀었습니다. 또한 아스널이 4-4-2가 아닌 4-2-3-1을 활용하면서 박주영은 벤치를 지켜야 했습니다.
하지만 아스널 경기력은 답답했습니다. 스완지 시티의 밀집 수비를 극복하기에는 선수들의 공격 짜임새가 부족했고 일부 선수의 활약이 기대에 못미쳤습니다. 슈팅 19-12(유효 슈팅 4-2, 개) 패스 시도 563-429(패스 성공 468-333, 개)를 기록하며 상대팀보다 더 많은 공격을 시도했지만, 아르샤빈 행운 골 이외에는 연계 플레이에 의해 상대 골망을 흔든 장면이 없었습니다. 상대팀 실수를 놓치지 않은 아르샤빈의 재치가 돋보였지만, 아스널이라는 팀의 네임벨류라면 약팀을 상대로 적어도 2~3골 넣는 면모가 필요합니다. 무수한 슈팅과 패스를 시도했지만 전체적인 공격 분위기가 정적 이었습니다.
아스널은 스완지 시티의 박스쪽을 비벼줄 공격 옵션이 부족했습니다. 스완지 시티가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음을 감안해도, 공격 옵션들이 상대 진영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빠른 볼 처리에 의한 패스를 연결하며 골을 노리는 것이 마땅했습니다. 그러나 아르테타는 경기 흐름을 결정지을 임펙트가 부족했고 판 페르시는 상대 수비에게 봉쇄 당했습니다. 아르테타가 상대 미드필더 사이를 파고들면서 패스에 관여하고, 때로는 침투를 시도하며 골 기회를 창출했어야 하는데 주력이 느리고 활동량이 떨어집니다. 패스 80개를 시도했지만(71개 성공) 대부분이 잔패스였죠.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패싱력의 세밀함과 대담함이 결여되면서 판 페르시와 공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아르테타는 동료 선수들과 발을 맞출 시간이 적었습니다. 하지만 분발해야 합니다. 파브레가스처럼 정확한 패싱력을 주무기로 삼는 테크니션 미드필더지만, 에버턴과 아스널은 다른 팀 입니다. 에버턴이 실용적인 팀 컬러라면 아스널은 오랫동안 공격에 치우치는 색깔 속에서 약팀들의 밀집 수비에 시달렸던 어려움에 직면했습니다. 아르테타가 아스널에서 맹활약을 펼치려면 거너스 공격을 필사적으로 제어하려는 상대팀의 끈질긴 수비에 적응하면서 자신만의 영향력을 행사해야 합니다. 파브레가스가 그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아스널의 에이스로 도약했다면 아르테타는 에버턴 시절의 포스를 뛰어 넘어야 합니다. 좀 더 과감하고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판 페르시와 공존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정작 아스널의 문제는 램지-프림퐁 이었습니다.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사이에서 상대 수비를 가르는 킬러 패스가 공급되지 못했고, 과감한 패스 보다는 의기소침한 패스들이 더 많았습니다. 근처에 있는 동료 선수와 정확한 잔패스를 주고 받는 것 까지는 좋았지만, 스완지 시티 같은 약팀과의 경기에서는 덤비는 자세가 요구됩니다. 백패스와 횡패스로 공격 전개를 늦추는 소극적인 패턴이 아스널 공격의 답답함을 초래했습니다. 두 선수는 나이가 어리지만 '배짱이 두둑한' 윌셔(부상으로 결장)와 비슷한 또래 입니다. 아스널은 수비형 미드필더 쪽에서 주전과 백업의 기량 차이가 큽니다.
특히 프림퐁 부진은 아스널의 새로운 고민입니다. 프림퐁은 리버풀과의 2라운드에서 불안정한 경기 운영을 일관한데다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습니다. 스완지 시티와의 4라운드에서도 부진했습니다. 원투 패스 과정에서 퍼스트 터치 불안으로 팀의 공격 기회를 날렸고, 상대 공격시 위험한 지역에서 프리킥을 허용했고, 램지와 더불어 과감한 패스에 소극적이었고, 쓸떼없이 볼 터치가 길어지면서 팀의 공격 템포가 늦어지고 상대팀의 수비 타이밍을 벌어주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후반 28분에 코클린과 교체된 것은 문책성이 짙습니다.
후반 16분 교체 투입된 베나윤 폼도 아쉬웠습니다. 왼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는 패턴을 취했으나 아르테타와 동선이 겹쳤고, 뒷쪽으로 내주는 패스들이 많았습니다. 리버풀 시절 만큼의 번뜩이는 공격이 살아나지 못했죠. 아르테타와 더불어 기존 동료 선수와 발을 맞춘 시간이 부족했고, 아르테타-램지-프림퐁에 비하면 열심히 뛰었지만, 공격의 실마리를 잡으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또한 아스널은 후반 중반부터 박스쪽에서의 연계 플레이가 끊어지는 현상이 속출했는데, 팀 전력이 안정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합니다. 시즌 첫 승을 달성했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