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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의 토레스 영입은 지금까지 실패작

 

애초부터 무리수 였습니다. 첼시가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페르난도 토레스 영입에 5000만 파운드(약 862억원)를 투자했던 선택 말입니다. 당시까지는 호비뉴(현 AC밀란)가 2008년에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하면서 기록했던 3250만 파운드(약 560억원)가 프리미어리그 최다 이적료였지만 첼시가 그 기록을 새롭게 경신했죠. 특정 선수 영입에 5000만 파운드를 쏟은 것은 한마디로 도박입니다. 문제는 토레스가 첼시 이적 전까지 슬럼프에 시달렸던 선수였습니다. 지금도 로만 아브라모비치 첼시 구단주 선택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사진=페르난도 토레스 (C) 첼시 공식 홈페이지(chelseafc.com)]

첼시의 토레스 영입은 지금까지 실패작입니다. 토레스는 첼시에서 21경기 출전했으나 1골 2도움에 그쳤습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14경기 출전 1골 2도움, UEFA 챔피언스리그는 4경기 무득점, 그리고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경기에서도 공격 포인트가 없습니다. 3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면서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감독에게 부활의 기회를 얻었지만 끝내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이 최근 현지 언론에서 토레스의 선발 제외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안첼로티 전 감독이 첼시에서 경질된 원인을 짚어봐야 합니다. 안첼로티 전 감독은 지난 시즌 첼시가 무관에 그치면서 구단의 해고 통보를 받았습니다. 여러가지 우승 실패 원인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토레스 부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안첼로티 전 감독이 너무 믿었기 때문이죠. 토레스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부진했지만 안첼로티 전 감독은 2차전에도 선발 출전 시키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토레스가 리버풀 시절에 맨유 킬러로 명성을 떨쳤지만, '첼시의 토레스'는 자기 폼을 잃었습니다. 그런 토레스는 프리미어리그에서도 꾸준히 경기에 출전했지만 안첼로티 전 감독의 믿음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과감한 결단을 내릴때가 됐습니다. 토레스가 계속 부진하면 가차없이 벤치 멤버로 내려야 합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토레스 영입에 5000만 파운드를 투자했지만 팀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습니다. '토레스에게 더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일각의 반응이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토레스는 21경기 출전 및 올 시즌 3경기 선발 출전하며 충분한 기회를 얻었습니다. 어느 팀이든 수준급 역량과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는 선수에게 선발 출전의 기회를 부여합니다. 과거의 토레스는 잘했지만 지금의 토레스는 그렇지 않습니다.

문제는 토레스가 부진에서 탈출할 돌파구를 찾지 못했습니다. 토레스의 공격 타입이 단순하기 때문입니다. 상대 수비 사이에서 뒷 공간이 열리면 빠른 스피드로 돌진하여 골을 넣는 스타일 입니다. 그래서 타겟맨 역할에 한정될 수 밖에 없죠. 토레스의 또 다른 문제점은 볼 키핑력이 불안합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절에도 상대 수비에게 볼을 빼앗기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지금의 첼시에서도 상대 수비와 마주할때 몸의 무게 중심이 무너지거나 볼을 우물쭈물하게 처리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최전방에서 볼을 관리하기에는 '위태롭다'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그 현상이 올 시즌 초반에도 나타났습니다.

토레스는 지금까지 스타일 변화를 주기 위해서 노력을 했습니다. 올 시즌 초반의 경우에는 좌우 측면으로 이동하면서 동료 선수에게 볼을 받으려는 움직임을 취했죠. 첼시가 공격형 미드필더의 볼 배급을 사이드쪽으로 돌리면서, 윙 포워드를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동선을 트는 측면 중심의 전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토레스의 움직임과 활동 폭이 늘었습니다. 리버풀 시절에는 종으로 움직였다면 지금의 첼시에서는 횡으로 벌려주는 형태를 시도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 변화는 올 시즌 3경기 무득점 원인이 됐습니다. 횡방향으로 활동하는 선수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토레스가 자신의 빠른 스피드와 돌파력을 키우려면 종방향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지금까지 활약을 보면, 비야스-보아스 감독 전술에 어울리는 선수 같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비야스-보아스 감독이 토레스에게 횡방향 위주의 움직임만을 주문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이 지난 시즌까지 지도했던 FC 포르투에서는 4-3-3의 중앙 공격수로 뛰었던 라다멜 팔카우(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활동 범위가 넓었습니다. 측면을 비롯 2선 중앙에 적극적으로 내려와서 후방에 있는 동료 선수와 간결한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상대 수비 압박을 뚫는 역할을 했습니다. 경기 상황을 읽는 지능과 너른 시야가 발달되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물론 토레스와 팔카우는 서로 다른 성향의 공격수들이죠. 지금의 첼시도 비야스-보아스 감독의 전술이 정착되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선수들이 측면 중심의 전술에 적응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토레스의 또 다른 걸림돌은 잦은 사타구니 부상입니다. 리버풀 시절에는 사타구니가 안좋았던 선수였죠. 축구를 했거나 운동을 오랫동안 하셨던 분들이라면 허벅지 안쪽 근육에 무리가 찾아올때를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인대가 늘어나는 경우도 있죠. 무리하게 경기에 뛰면 사타구니에 무리가 따를 수 있습니다. 첼시에서는 사타구니 부상을 당하지 않았지만 과도하게 경기에 뛰거나 활동량이 점점 늘어나면 언젠가 사타구니에 이상이 생길지 모릅니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이 토레스 출전시간을 조절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 아쉬운 것은, 토레스 활약보다는 지난 1월 첼시의 토레스 영입 결단 이었습니다. 2010/11시즌 전반기 리버풀에서 의기소침했던 토레스를 수혈한 것은 2006년 안드리 셉첸코(디나모 키예프) 영입과 유사했습니다. 셉첸코는 당시 프리미어리그 최다 이적료였던 3000만 파운드(약 517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고 첼시에 입성했지만 돈의 가치에 어울리는 활약을 펼치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운동 능력이 전성기 시절보다 떨어진 상태에서 첼시로 이적했죠. 셉첸코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영입을 원했고, 토레스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각각 조세 무리뉴 전 감독, 안첼로티 전 감독이 원했던 선수들은 아니었죠. 어쩌면 토레스의 부침은 예견되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토레스에게는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3경기는 끝났지만 아직 35경기 남았습니다. 챔피언스리그-칼링컵-FA컵은 아직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비야스-보아스 감독에 의해 선발에서 제외되더라도 명예회복의 기회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제는 달라질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경기에서 골을 넣더라도 자만해서는 안됩니다. 21경기 1골의 설움을 극복하려면 꾸준히 골을 터뜨려야 합니다. 월드컵 우승 경력이 있는 27세 공격수의 빅 클럽 몰락이 계속되는 것은 그리 반가운 현상은 아닙니다. 토레스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논외하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