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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리버풀 수아레스, EPL에서 각광받는 이유

 

많은 사람들은 루이스 수아레스(24, 리버풀)의 실력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16강 한국전 2골이 대표적이죠. 당시 한국이 경기 흐름을 주도했으나 수아레스가 태극 전사들의 골문을 갈랐던 두 방이 우루과이의 승리 원동력이 됐습니다. 특히 두 번째 골 장면은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가 아닌 스스로 골을 해결지었던 장면입니다. 박스 왼쪽에서 한국 수비의 견제에 흔들리지 않고 오른발로 감아찼던 슈팅이 포물선을 그리면서 한국의 비수를 꽂았죠. 이것이 수아레스의 클래스 였습니다.

수아레스는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골을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알리고 팀의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그때의 임펙트라면 '재능이 넘치는' 그 이상의 기질을 보유했음을 축구팬들이 알았을 것입니다. 한국전에만 반짝했던 것도 아닙니다. 남아공 월드컵 대회 기간 동안 발군의 스피드와 테크닉으로 상대 수비를 따돌리며 우루과이에게 지속적인 골 기회를 열어줬습니다. 월드컵에서 과시했던 활약상이라면 유럽 빅 클럽에서 성공할 잠재력이 충분했습니다. 지난 1월 안필드에 입성했던 수아레스가 지금은 리버풀에 없어선 안 될 '대체 불가능' 공격수로 거듭난 것은 일찌감치 예견 됐습니다.

[사진=리버풀 8월 이달의 선수상을 수상한 루이스 수아레스 (C)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liverpoolfc.tv)]

수아레스 열정은 아무도 못말려

수아레스는 지금까지 리버풀에서 17경기 7골 5도움을 기록했습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는 3경기 2골, 칼링컵까지 포함하면 4경기 3골 2도움을 올렸습니다. 스탯상으로는 '준수했던' 표현이 어울립니다. 하지만 수아레스의 진가는 스탯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그동안 리버풀 경기를 꾸준히 봤던 사람들은 수아레스 열정에 감탄할 것입니다. 특정 위치에 연연하지 않고 전사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진영을 누비며 리버풀의 공격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상대 수비 입장에서는 귀찮을 수 밖에 없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공간을 파고들거나 슈팅을 노리는 승부근성은 그의 진면목입니다.

사실, 수아레스의 열정적인 경기 자세는 리버풀 이적 전까지 국내 여론에서 과소평가 됐습니다. 우리가 예전에 알고 있던 수아레스는 화려한 발재간과 저돌적인 돌파를 주무기로 골을 창출하는 개인 파괴력이 강한 선수였습니다. 아약스의 간판 공격수로서 무수한 골을 넣으며 네덜란드리그를 정복했지만 남아공 월드컵 남미 예선에서는 개인 플레이에 집착한 감이 없지 않았습니다. 측면 또는 쉐도우로서 동료 공격수를 도와줄 때가 있기 때문에 이기적인 공격수라고 속단할 수는 없지만, 네덜란드리그 득점왕이라는 이유로 저평가되기도 했죠. 훈텔라르-케즈만-알베스 같은 네덜란드리그 득점왕 출신 선수들이 빅 리그에서 부진했죠.

그 계보는 수아레스의 리버풀 활약상에 의해 이제는 과거속의 추억으로 남게 됐습니다. 유럽 빅 리그에서 뛰는 많은 공격수들은 누구나 개인 파괴력이 있습니다. 그런데 수아레스는 테크니션, 킬러의 면모와 더불어 또 하나의 장점이 있었습니다. 상대 수비진에서 끊임없이 공격 기회를 노리는 끈질긴 열정입니다. 때로는 4-2-3-1의 왼쪽 윙어로서, 어떨때는 타겟맨으로서, 원톱과 투톱을 가리지 않고 빈 공간에 접근하여 후방에 있는 동료 선수에게 볼을 받으려는 능동적인 움직임을 취합니다. 볼을 잡을때는 돌파 또는 개인기를 통해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유형이죠. 그런 움직임이 다른 공격수들에 비하면 많습니다. 지친 기색없이 경기에 임하기 때문이죠.

현대 축구에서는 만능형 공격수가 각광 받고 있습니다.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상대팀 선수의 성향을 읽을 기회가 많아졌습니다. 1~2가지의 장점으로는 역부족입니다. 애스턴 빌라의 벤트는 골잡이로서 박스 안에서의 골 결정력이 뛰어난 선수지만, 프리미어리그 최정상급 공격수로 치켜 세우기에는 득점력과 무게를 맞춰줄 또 다른 장점이 없습니다. 상대 수비 뒷 공간에 집착하는 토레스가 첼시에서 부진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상대 수비를 제압하는 기량의 완성도가 높으면서, 여러가지 장점을 보유했고, 실전에서 다양한 역할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하는 공격수가 실전에서 유리합니다. 수아레스가 쫓아가는 진화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수아레스는 언젠가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을지 모릅니다. 리버풀에서 폼이 절정에 오른 것이 그 이유입니다. 앞으로 리버풀과 상대할 팀은 수아레스에게 1:1 상황을 허용하지 않기를 바랄 겁니다. 협력 수비로 수아레스와 맞서거나, 수아레스가 볼을 잡기 이전에 커트하거나 혹은 돌파 방향을 미리 선점하는 수비 방식을 취할 것입니다. 또한 수아레스는 지난해 여름 남아공 월드컵, 올해 여름 코파 아메리카에 출전하여 휴식을 누릴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매 경기마다 경이적인 기동력을 발휘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수아레스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공격수는 캐롤입니다. 캐롤은 191cm의 높은 신장을 활용한 포스트플레이를 통해 상대 수비를 힘으로 제압합니다. 리버풀과 맞대결 펼치는 팀의 수비수들이 힘들 수 밖에 없죠.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수비 가담이 필요하지만 공격이 경직되는 단점이 있습니다. 리버풀에는 출중한 공격 재능을 자랑하는 미드필더들이 즐비하죠. 수아레스가 상대 수비를 농락하거나, 공간에 제한을 받지 않으며 그라운드를 마음껏 누빌 여건이 충분합니다. 무언가 보여주겠다는 자신감까지 충만하죠.

수아레스의 또 다른 장점은 예측 불가능한 공격을 펼칩니다. 지난 3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에서 카위트의 골을 어시스트했던 장면이 대표적 예 입니다. 박스 안쪽 좁은 공간에서 4명의 선수를 제치고 카위트에게 볼을 연결했습니다. 상대 수비가 몰려있는 쪽에서 돌파를 시도하는 과감함은 '독단적이다', '개인 플레이에 의존한다'는 쓴소리를 듣기 쉽습니다. 그런데 수아레스는 볼을 다루는 솜씨가 완성됐습니다. 그 능력의 우수함을 이용하여 상대 수비에 주늑들지 않고 한 명씩 차례로 제치면서 카위트에게 골 기회를 열어주는 창의력을 쏟아냈습니다. 카위트가 당시 경기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하며 리버풀의 승리를 이끌었지만 또 하나의 주역은 수아레스 였습니다. 

그런 수아레스에게는 특별한 동기부여가 있습니다. 리버풀의 프리미어리그 빅4 재진입, 그리고 우승을 이끄는 것입니다. 지난 시즌 하반기 '달글리시 효과'를 누리면서, 올해 여름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단행했던, 제라드가 부상에서 곧 돌아올 리버풀은 점점 강해질 것입니다. 지난 두 시즌 동안 4위권 밑으로 밀렸던 아픔이 있었지만 이제는 명문 구단에 걸맞는 성적을 누릴 적기가 찾아왔습니다. 그 중심에는 수아레스가 있습니다. 리버풀 8월 이달의 선수상을 차지했던 지금의 페이스라면 그의 맹활약은 계속 이어질 것 같습니다. 현 시점에서 프리미어리그를 빛내는 슈퍼 스타로 도약한 것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