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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 아스널 '난세의 영웅'으로 거듭나라

 

어떤 분들은 박주영 아스널 이적에 불편함을 느낄지 모릅니다. 박주영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A매치 일본전 부진 및 아스널 이적 과정이 다소 시끄러웠던 이유 뿐만은 아닙니다.(그러나 하이재킹은 유럽 축구에서 흔히 있는 사례) 정확히는 2005년 FC서울 입단 이후부터 안티팬들이 꾸준히 존재했습니다. 과거 청소년대표팀 시절에 '축구천재'로 주목을 받으며 한국 축구를 빛낼 스타로 떠올랐지만 그동안 부침이 많았죠. 지난 시즌 AS 모나코 강등 및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 실패까지 포함됩니다. 병역 문제를 이유로 싫어하거나 조롱하는 분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박주영은 위기의 아스널을 구해야만 합니다. '반드시 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혹자는 '박주영이 프리미어리그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하지만 박주영의 축구 인생에서는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유럽의 빅 클럽에서 뛰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릅니다. 매 경기 매 순간이 피와 살이 되는 경험입니다. 아스널에서 화려하게 꽃피우기를 원하고 있겠죠. 아스널 또한 다를 바 없습니다. 겉으로는 세계적인 명문 클럽이지만 실상은 프리미어리그 빅4 탈락 위기 및 라이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전 2:8 대패를 당했습니다. 빅4를 사수하려면 '난세의 영웅'이 나타나야 합니다.
 
박주영 영입 공식 발표를 앞둔 아스널은 현실적으로 이적생 효과를 기대해야 합니다. 아르센 벵거 감독은 지난 27일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3명의 선수를 영입하고 싶다. 최전방을 강하게 해줄 선수와 미드필더, 수비수를 찾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적시장 루머에 의하면 스타드 렌에서 뛰는 얀 음빌라(미드필더) 첼시의 알렉스, 볼턴의 게리 케이힐, 에버턴의 필 자기엘카, 페네르바체의 안드레 산토스(이상 수비수)가 아스널과 연결됐습니다. 기존 선수로는 파브레가스-나스리 이탈과 부상-징계 선수 공백을 메우기 힘들며 그동안 중앙 수비가 불안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뉴캐슬-리버풀-맨유전 1무2패, 2골 10실점 부진을 끝내려면 박주영 같은 이적생들이 분발해야 합니다.
 
그런 박주영이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의 선택을 받은 이유는 아스널이 공격수 이탈자 공백을 대비하기 위해서 입니다. 벵거 감독은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에서 공격수 영입 시사와 더불어 마루앙 샤막, 제르비뉴 같은 아프리카 국적의 공격 옵션들이 내년 초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차출된다는 언급을 했습니다. 시즌 중에 A매치 대륙 대항전이 펼쳐지기 때문에 유럽 클럽 입장에서는 전력 손실이 불가피 합니다. 올해 초 아시안컵에서 박지성이 없었던 맨유, 이청용이 빠졌던 볼턴의 당시 경기력 저하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빅4를 지켜야 하는 아스널 입장에서는 박주영 영입이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유리몸' 로빈 판 페르시의 잠재적인 부상 공백까지 대비해야죠.

하지만 판 페르시가 부상 당하지 않으면 박주영은 윙어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가야 합니다. 과거에 2선 미드필더로 뛰었던 경험은 있었지만 지금의 아스널에서는 수비력을 요구하게 됩니다. 아스널이 맨유에게 대패를 당했던 원인 중에 하나는 아르샤빈-월컷 같은 측면 옵션들을 수비로 내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트라오레-젠킨슨 같은 경험이 부족한 풀백들이 어려움에 처해야만 했습니다. 아스널이 수비를 강화하려면 측면 공격수도 밑으로 내려와서 협력 수비를 펼쳐야 합니다. 박주영은 수비력이 단련되지 않은 선수이기 때문에 2선에서 자기 역량을 발휘하기 힘들죠. 아스널이 9월 이후 원톱을 고수한다는 전제에서는 박주영은 판 페르시와 경쟁해야 합니다. 물론 아스널도 박주영을 공격수로 데려왔지만요.

아스널하면 '공격 축구' 입니다. 날카로우면서, 경기 상황에 따라 강약을 조절하며, 상대 수비 배후 공간을 단번에 무너뜨리는 패스를 기초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컬러를 오랫동안 유지했습니다. 그 면모는 지금까지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후방에서 찔러주거나 동료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에 의해 어김없이 골을 넣었던 공격수들이 존재했기 때문입니다. 니클라스 벤트너가 유망주 레벨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골 결정력 기복이 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아스널이 정체 현상에 빠진 원인은 공격 축구 특유의 본색을 잃었습니다. 파브레가스-나스리가 공존했던 시절에는 우승을 못했습니다. 초지일관 공격 축구를 거듭했던 흐름이 상대팀에게 읽혔습니다. 아스널은 박주영이 팀 공격의 새로운 에너지가 되기를 기대할 겁니다. 기존 스쿼드로는 파브레가스-나스리 공백을 메우면서, 위기의 아스널을 구할 아이콘이 마땅치 않습니다. 판 페르시의 건재, 유망주 성장 만으로는 부족함이 있습니다. 아스널 신성이었던 잭 윌셔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습니다. 아스널 재정 여건상 특출난 플레이메이커를 영입하기 힘든 현실에서는 결국 박주영을 기대해야 합니다.

박주영은 아스널에서 성공할 자질이 충만합니다. 모나코에서 '박 선생'으로 불리며 팀의 어려운 환경속에서 희망같은 존재가 되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동료 선수의 활발한 공격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에 익숙하죠. 아쉽게도 모나코에서의 세 번째 시즌은 팀의 강등이라는 불운을 맞이했지만 개인 기록에서는 유럽 진출 이후 최다 득점이었던 12골을 넣었습니다. 시즌 전반기 왼쪽 윙어로 내려가면서 골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못했고, 공격수 전환 이후에도 팀의 용병술 부재와 선수들의 클래스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음을 감안하면 12골 값어치가 큽니다. 일각에서 페널티킥 4골을 운운하며 박주영을 비하하지만, 모나코내에서 킥력이 좋았기 때문에 페널티킥을 담당했던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그런 박주영이 아스널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모나코에 비하면 동료 선수와 연계 플레이를 주고 받으며 골을 노리는 기회는 많을 겁니다. 지금의 아스널이 예전과 비교하면 전력이 약하지만, 벵거 감독의 고집스러운 성격상 공격 축구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박주영 머리에 의존하는 모나코의 롱볼 축구 보다는 아스널의 패스 축구가 더 효율적이죠. 공격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아스널 입장에서는 박주영의 강점인 제공권 장악능력을 반길 것입니다. 판 페르시가 모나코 시절의 박주영처럼 헤딩을 자주하는 타입은 아니죠. 자금의 아스널에서 자신의 특색을 실전에서 최대한 쏟아내는 선수는 몇 안됩니다.

기존의 아스널 컬러와 다른 장점(공중볼)이 있으면서 기교까지 갖춘, 허약한 전력의 모나코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던, 지금의 박지성처럼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성장할 수 있는 박주영이라면 성적 부진에 빠진 아스널에서 '난세의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