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라드' 기성용(22)은 셀틱의 주축 선수입니다. 지난해 이맘때까지 벤치를 지켰으나 약점이었던 수비력 개선에 성공하면서 출전 시간을 늘렸고, 셀틱의 공격 템포에 적응하더니 이제는 팀의 공격을 주도하는 유형으로 진화했습니다. 올 시즌 초반에는 2골을 넣으며 득점력에 눈을 뜬 모습을 보였습니다. 공격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여 골을 넣는 다재다능한 경기를 펼치며 닐 레넌 감독의 마음을 사로 잡았습니다. 그런 레넌 감독이 기성용을 향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영입 관심에 경계의 시선을 보내는 것은 당연합니다. 셀틱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이기 때문이죠.

기성용이 셀틱을 떠나 잉글랜드에 진출하는 시나리오는 반갑습니다. 박지성처럼 세계 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위상을 과시하려면 잉글랜드가 제격이죠. 스페인-이탈리아-독일 리그도 있지만 기성용이 영어에 능통한 선수임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스코틀랜드 리그는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 15위를 기록하며 유럽에서 인지도가 높지 않으며, 셀틱의 과거는 화려했지만 지금은 유럽 대항전에서 두각을 떨치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자국리그에서는 라이벌 레인저스에게 리그 3연패를 허용했죠. 기성용이 셀틱에 오랫동안 머물기에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럽 현지 언론에서 기성용이 잉글랜드 클럽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보도를 했습니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기성용에게 영입 관심을 나타냈던 구단은 리버풀-토트넘-블랙번-애스턴 빌라 입니다. 셀틱은 기성용 이적료를 1000만 파운드(약 179억원)으로 책정하며 몸값을 불렸습니다. 기성용이 떠나지 않도록 잉글랜드 클럽들의 재정 부담을 키웠죠. 앞으로 열흘 뒤 이적시장이 마감하면 그 사이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프리미어리그 클럽이 셀틱이 원하는 수준의 이적료를 지불하면 기성용 이적이 성사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셀틱에게 최소 1000만 파운드를 쏟을 프리미어리그 클럽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리버풀은 중원이 포화되었고, 토트넘은 엠마뉘엘 아데바요르 임대를 노리면서 라파엘 판 데르 파르트의 중앙 미드필더 전환 가능성이 있으며, 블랙번은 올 시즌 강등 후보이며, 애스턴 빌라의 전력은 마틴 오닐 전 감독 시절보다 약해졌습니다. 셀틱의 기성용 잔류 의지까지 확고합니다. 레인저스의 리그 4연패를 저지하려면 우수한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기성용이 올 시즌 꾸준한 맹활약을 과시하며 셀틱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끄는 임펙트를 과시하면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영입 공세를 받으며 1000만 파운드 이상의 가치를 실현할지 모릅니다. 올해 여름 셀틱을 떠나지 않아도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기성용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입장입니다. 어쩌면 런던 올림픽은 병역 혜택을 받을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릅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와일드카드로 참가할 수 있지만 경기에 나설지 의문이죠. 지난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셀틱의 반대로 출전이 무산 됐습니다. 현실적으로 런던 올림픽 3위 이내 입상을 목표로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소속팀에서의 꾸준한 경기 출전은 기본입니다.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 이전까지 셀틱에서 결장을 거듭하며 실전 감각이 떨어진 상태에서 대회를 임했던 어려움을 떠올려야 합니다. 그 관점에서는 다른 팀 이적보다 셀틱이 낫습니다.

기성용의 잉글랜드 진출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또 하나의 시작입니다. 낯선 팀에서 주전 경쟁을 해야 하는 현실이죠. 프리 시즌을 전후해서 팀을 옮겼다면 새로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며 경기력을 끌어 올렸지만 지금은 프리미어리그의 개막이 완료 됐습니다. 20개 팀들의 스쿼드 구성이 거의 끝났죠. 반면 셀틱은 다릅니다. 기성용에게 붙박이 주전이 보장되는 팀 입니다. 자신처럼 나날이 일취월장한 경기력을 발휘하는 셀틱의 미드필더가 흔치 않죠. 올 시즌에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거의 매 경기 선발 출전할 입지입니다. 런던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남아공 월드컵 시절보다 수월함을 느낄 겁니다.

그리고 기성용은 홍명보호와 뚜렷한 인연이 없었습니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던 2009년 U-20 월드컵,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하지 못했습니다. U-20 월드컵은 대표팀 중복 차출을 방지하기 위한 교통 정리, 광저우 아시안게임은 셀틱의 반대가 이유였습니다. 유일하게 홍명보호에서 뛰었던 경기는 2009년 12월 19일 올림픽대표팀 일본전 후반 교체 투입 이었습니다. 국가 대표팀에서는 구자철-김보경-지동원 같은 또래 선수들과 함께 뛰었지만 하나의 팀으로서 홍명보호 세대들과 발을 맞출 기회가 적었습니다. 런던 올림픽에서 홍명보호의 허리를 지탱하려면 기본적으로 소속팀에서의 꾸준한 경기 출전이 필요합니다.

특히 구자철이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면서 홍명보호의 새로운 불안 요소로 등장했습니다. 구자철은 홍명보호의 주장이자 에이스 입니다. 하지만 볼프스부르크에서 이렇다할 선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고 최근에는 발목 인대 부상으로 장기간 결장이 불가피 합니다. 시즌 초반 주전 경쟁에서 밀렸죠. 부상에서 회복해도 지속적인 출전 기회를 얻을지 의문입니다. 만약 구자철의 실전 감각이 돌아오지 않으면(그런 일이 없기를 바래야겠지만) 홍명보호가 그의 자리를 대체할 현실적 대안은 기성용입니다. 기성용은 유럽 무대에서 절정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죠.

또한 기성용의 다른 팀 이적이 자칫 잘못하면 감독의 전술적 선택에 의해 벤치를 지킬 수 있다는 점도 염두해야 합니다. 아무리 프리미어리그 클럽이라도 감독의 전술 능력이 떨어지는 구단은 분명 있을겁니다. 조만간 셀틱을 떠나 잉글랜드 무대에 진출하여 꾸준히 선발 출전하고 런던 올림픽에서 한국의 선전을 이끄는 '이상적인' 시나리오라면 더 없이 좋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엄연히 다릅니다. 이동국-김두현-조원희 같은 중앙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했음을 인지해야 합니다. 박지성-이영표-이청용-설기현은 측면에서 뛰었던 선수들이죠. 프리미어리그의 중앙 옵션은 많은 능력을 요구받게 됩니다. 기성용 셀틱 잔류가 결코 나쁜 시나리오는 아닙니다.

Posted by 나이스블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