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손흥민 1호골, 카가와를 쫓아가다

 

'슈퍼 탤런트' 손흥민(19, 함부르크)이 올 시즌 첫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골을 넣으며 힘찬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13일 저녁 1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임테크 아레나에서 진행된 2011/12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라운드 헤르타 베를린과의 홈 경기에서 후반 16분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팀의 두번째 골을 터뜨렸습니다. 지난 주말 도르트문트 원정에서 감기 몸살로 결장했던 아쉬움을 이겨낸 멋진 장면 이었습니다. 함부르크는 2:2로 비겼지만 손흥민의 골이 반가웠던 경기였습니다.

손흥민은 함부르크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습니다. 파울로 게레로가 도르트문트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하면서 손흥민이 출전 기회를 잡았죠. 하지만 함부르크의 경기력이 아쉬웠습니다. 도르트문트전에 이어 헤르타 베를린전에서도 미드필더들의 경기 장악이 부족했고 수비 조직력까지 불안 앴습니다. 원톱으로 뛰었던 믈라덴 페트리치의 몸까지 가벼운 인상을 주지 않았습니다. 전반 23분 페널티킥 골을 넣었지만 경기 내용에서는 손흥민을 비롯한 동료 선수와의 공존이 자연스럽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손흥민이 경기 내내 꾸준한 공격력을 발휘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한 방이 있었습니다. 후반 16분 하프라인 왼쪽에 있을 때 상대 선수가 패스 미스했던 볼이 함부르크 선수의 몸을 맞고 굴절되자 피터 니에마이어를 제치고 볼을 터치했습니다. 자신의 앞쪽에 빈 공간이 벌어지면서 기습적인 드리블 돌파를 감행하며 골을 노렸죠. 오른발 발등에 볼을 툭 갖다대며 중거리 골을 작렬했습니다. 특히 골 타이밍이 절묘했습니다. 후반 중반은 선수들의 경기 몰입도가 높아지지만 체력이 떨어지면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기가 어렵습니다. 감기 몸살에서 회복된지 얼마 안되었고, 19세로서 체력이 완성되지 않은 선수에게는 힘겹게 생각했을 시간대였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손흥민은 자신이 직접 골 기회를 창출하며 상대 골망을 흔들었죠.

그 이유는 손흥민의 해결사 기질이 발달되었기 때문입니다. 프리시즌 10경기 18골을 넣으면서 골 감각이 무르익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때는 공식 경기가 아니었고 약팀과의 경기가 많았지만 골을 자주 넣었던 리듬을 타게 됐죠. 당시 바이에른 뮌헨전 2골의 배경과 밀접합니다. 그래서 어느 시점에, 어떤 상황에서 골 기회를 노릴지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경기를 풀어갔고 후반 16분 자신의 앞쪽에서 공간이 열리면서 드리블 돌파를 시도했습니다. 골대 왼쪽 구석을 노리는 오른발 슈팅을 강하게 날리면서 상대 골키퍼가 막을 수 없었죠. 골이 되기전에 한 번 바운드 되면서 골키퍼가 다이빙으로 막기가 어려웠죠. 골 감각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이러한 슈팅을 보기가 힘듭니다.

특히 손흥민의 시즌 1호골은 앞으로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다는 희망을 전했습니다. 함부르크가 앞으로 32경기 남았고,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컵 1라운드를 통과한 상황이기 때문에 특별한 부상과 슬럼프가 없다면 추가적인 골 생산이 가능합니다. 지난 1월 아시안컵 차출 이후 체력적 어려움에 빠지면서 경기력이 부진했던 지난날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또한 게레로-페트리치 이외에는 마땅한 중앙 공격 옵션이 없는 함부르크 입장에서 손흥민 맹활약이 필요합니다. 특히 게레로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4주 동안 결장하면서 시즌 초반 만큼은 손흥민에게 붙박이 주전이 보장됐죠.

[사진=손흥민vs카가와 신지 (C) 함부르크, 유럽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 (hsv.de / uefa.com)]

손흥민 1호골이 반가운 또 하나의 이유는 일본 대표팀 에이스 카가와 신지(도르트문트)와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는 분위기 입니다. 손흥민이 카가와를, 카가와는 손흥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라이벌 구도가 점점 굳어지고 있습니다. 여러가지 공통점이 있죠. 한국과 일본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영건, 어린 나이에 독일 무대를 밟은 것, 철저한 기본기와 유연한 테크닉으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리는 테크니션, 함부르크와 도르트문트의 4-2-3-1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아 득점력이 출중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국 축구팬들이 손흥민의 골 폭풍이 계속 되기를 원하는 이유는 카가와의 오름세와 밀접합니다. 카가와가 지난 시즌 도르트문트의 에이스로 자리잡으면서 분데스리가 팀들의 일본인 선수 영입이 활발하게 됐죠. 그래서 일본인 선수들의 가치가 높아졌습니다. 손흥민이 결장했던 지난 주말 도르트문트-함부르크 경기에서는 게이트기에 욱일승천기를 배경으로 카가와 이미지를 삽입했던 도르트문트 팬이 TV 중계화면에 포착됐습니다. 욱일승천기는 분명히 잘못됐지만, 카가와의 독일내 인지도를 가늠할 수 있죠. 어쨌든 일본 선수들의 분데스리가 열풍은 당분간 계속 될 것으로 보이지만, 손흥민이 맹활약해야 한국 선수들의 가치가 올라갑니다. 그래서 카가와를 비롯한 일본 선수들의 분데스리가 질주에 제동을 걸며 한국 선수들의 영향력이 커지겠죠.

카가와가 분데스리가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것은 분명합니다. 독일에 진출한지 첫 시즌(2010/11시즌)만에 도르트문트의 에이스로 자리잡으며 팀의 분데스리가 우승 멤버로 활약했죠. 아시안컵 4강 한국전 부상으로 장기간 경기에 뛰지 못했지만 그 이전까지 활약상이 강렬했기에 도르트문트가 일찌감치 독주할 수 있었죠.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이적설로 주목을 받았던 배경이죠. 올 시즌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 조별 본선에 나섭니다. 자신의 가치를 유럽 무대에 널리 알릴 절호의 기회입니다.

그리고 손흥민은 헤르타 베를린전에서 시즌 첫 골을 넣으며 카가와를 쫓아가는 입장이 됐습니다. 아직은 카가와가 손흥민보다 이루어낸 것이 많죠. 카가와가 지난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를 빛냈다면 손흥민은 올 시즌 화려한 비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아직은 카가와가 손흥민보다 이루어낸 것이 많죠. 다만, 손흥민이 카가와보다 3살 적은 19세 선수인 것은 앞으로 분데스리가 및 유럽 축구에서 이루어낼 가치가 충분함을 의미합니다. 병역 문제가 변수지만 유럽 무대에서 롱런할 잠재력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물론 함부르크에서의 꾸준한 맹활약이 필요합니다. 손흥민의 분데스리가 평정을 응원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