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베베르탕, 맨유에서 피지 못한 유망주

 

언젠가부터 '베베르탕'이라는 말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관련 이슈에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베베르탕은 베베(21, 베식타스 임대) 가브리엘 오베르탕(22, 뉴캐슬)의 이름을 줄여서 부르는 단어입니다. 베베-오베르탕은 맨유 선수에 걸맞지 않은 답답한 경기를 펼쳤고, 박지성과 똑같은 측면 미드필더로 활약했으나 '박지성 경쟁자'로 부각되기에는 실력이 받춰주지 못하면서 국내 축구팬들에게 하나로 묶여서 베베르탕으로 불리게 됐습니다.

[사진=맨유를 떠난 베베-오베르탕. 축구팬들은 두 선수의 이름을 줄여 '베베르탕'이라고 합해서 부릅니다.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베베-오베르탕은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맨유를 떠났습니다. 베베는 터키 명문 베식타스로 임대되었고 오베르탕은 뉴캐슬로 이적했습니다. 물론 베베는 임대 자격입니다. 하지만 맨유가 애슐리 영을 영입한데다 매 시즌마다 쟁쟁한 선수들을 보강하면서 베베가 다시 올드 트래포드에 복귀할지는 의문입니다. 맨유에서 공격을 풀어가는데 어려움을 거듭했던 면모를 놓고 보면 맨유 복귀는 힘들 것으로 여겨집니다. 반면 오베르탕은 새로운 프리미어리그 팀에서 기량 만개를 벼르게 됐죠.

맨유 같은 빅 클럽에서 유망주가 정착하지 못하는 사례는 다반사 입니다. 오베르탕이 둥지를 튼 뉴캐슬에는 수비수 대니 심슨이 맨유 영건 출신 입니다. 지동원의 선덜랜드 동료인 필립 바슬리, 프레이져 캠벨도 과거 맨유의 영건이었죠. 눈을 더 넓히면 FC 바르셀로나의 촉망받는 재능이었던 보얀 크르키치가 이탈리아 AS로마로 이적했고, 한때 디디에 드록바 대체자로 주목받았던 다니엘 스터리지는 지난시즌 후반기 '임대팀' 볼턴에서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하고도 첼시에서의 입지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그 외에도 빅 클럽의 유망주들이 꾸준한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의 대부분은 빅 클럽의 주력 선수로 성장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했습니다. 빅 클럽에서 뛰는 선수라면 세계 수준과 맞먹을 레벨을 자랑해야 합니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과의 경쟁에서 뒤쳐지면서 기회를 얻지 못했죠. 베베-오베르탕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들의 경쟁 상대는 박지성-발렌시아-나니-긱스 였습니다. 올 시즌에는 애슐리 영-클레버리까지 가세했죠. 클레버리는 맨유의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잡는 모양새지만 지난해 맨유의 북미 투어, 왓포드-위건 임대 시절에는 윙어로 활약했습니다. 베베-오베르탕이 축구 선수로서 많은 경기에 출전하고 싶다면 맨유를 떠나는 것이 옳았습니다. 두 선수와 작별한 맨유의 선택은 옳았죠.

문제는 맨유가 베베-오베르탕을 영입하는데 총 1040만 파운드(약 183억원)를 소비했습니다. 2003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를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올드 트래포드로 데려오는데 소모했던 1220만 파운드(약 214억원)와 맞먹는 액수입니다. 맨유의 베베-오베르탕 영입은 사실상 실패적이었다는 뜻이죠. 특히 740만 파운드(약 130억원) 이적료를 기록했던 베베는 2010/11시즌 프리미어리그의 대표적인 먹튀로 꼽힙니다. 노숙자 출신, 포르투갈 3부리그 출신이 전부였던 베베의 영입은 무모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베베의 십자인대가 파열 됐습니다. 포르투갈 U-21 대표팀 일원으로 슬로바키아전에 뛰었지만 경기 도중 불의의 부상을 당했죠. 빠른 시일에 회복하더라도 원래의 기량을 되찾을지 의문입니다. 맨유에서 실패한 상태에서 터키로 임대되지 얼마 안된 상황이라 심적으로 힘들 것이 분명합니다. 올 시즌 베식타스에서의 주전 경쟁보다 부상 복귀 이후 출전 기회를 얻을지 의문입니다. 만약 베식타스에서도 정착하지 못하면 맨유의 베베 영입은 또 실패작임을 입증하는 꼴입니다.

반면 오베르탕은 뉴캐슬에서 프리미어리그 성공을 벼르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뉴캐슬에서 주전으로 자리잡을지는 의문입니다. 뉴캐슬에서 4시즌째 왼쪽 윙어로 활약했던 호나스 구티에레스의 입지는 여전히 굳건하며, 그의 백업으로서 20세 아일랜드 유망주 셰인 퍼거슨이 주전을 노리고 있습니다.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메일>이 지난 9일에 언급했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0대 유망주 중에 한 명입니다. 마땅한 붙박이 주전이 없는 오른쪽 미드필더 자리를 노려야 합니다.

어쨌든 베베-오베르탕은 훗날 추억속의 맨유 유망주로 회자 될 것입니다. 한때 박지성과 같은 팀에서 뛰었던 선수들로써 국내 축구팬들이 기억하기 쉽죠. 베베르탕이라는 수식어까지 말입니다. 비록 맨유에서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적료를 기록하며 빅 클럽의 선택을 받았던 잠재된 재능이 폭발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맨유에서 피지 못한 재능이지만 아직 젊기 때문에 유럽 무대를 호령할 축구 선수로 성공할 가능성은 무궁무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