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미국 투어 마지막 상대는 '유럽 챔피언'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 입니다. 오는 31일 오전 8시(이하 한국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바르사와 격돌합니다. 지난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바르사전 1-3 패배를 복수하는 성격이 짙습니다. 프리시즌임을 감안해도 잉글랜드와 스페인 최정상급 클럽끼리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지구촌 축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이 예상됩니다. 그래서 맨유는 바르사전 복수를 벼를 것입니다.
맨유의 바르사전이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미국 투어 4전 4승의 오름세를 이어가야 합니다. 미국 프로팀 및 '베컴-앙리가 가세했던' 올스타팀과의 경기에서 한 수 혹은 두 수 이상의 경기를 펼친 끝에 승리했었죠. 시카고전은 더운 날씨 속에 고생했지만 결과적으로 3-1 승리를 달성했습니다. 그런데 바르사를 상대로 승리하지 못하면 미국 투어에서 땀흘렸던 그동안의 과정이 빛바랠지 모릅니다. 맨유의 올 시즌 목표가 '타도 바르사'이기 때문입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 입장에서 바르사에 비기거나 패하는 것은 더 이상 용납하지 않을 일입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하고 싶으면 바르사는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사진=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FC 바르셀로나전에서 1-3으로 패했던 맨유. 미국 투어 마지막 경기에서 FC 바르셀로나와 리턴 매치를 펼치게 됐습니다. (C) 맨유 공식 홈페이지(manutd.com)]
그런 맨유와 바르사의 한 판 승부가 어느 팀의 승리로 막을 내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맨유를 누르고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던 바르사를 예상하기 쉽겠지만 이번 경기 만큼은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맨유는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뇌진탕을 당하면서 바르사전 및 다음달 7일 커뮤니티 실드 맨체스터 시티전 결장이 불가피합니다. 바르사는 '에이스' 리오넬 메시를 비롯해서 다니엘 알베스, 알렉시스 산체스 같은 코파 아메리카에 출전했던 선수들이 미국 투어에 참가하지 않습니다. 또한 맨유는 미국 투어 5번째 경기를 치르면서 컨디션을 최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는 점, 바르사는 주중에 독일 뮌헨에서 아우디컵에 참가한 뒤 미국으로 이동하는 피로 여파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맨유의 중원이 바르사를 상대로 재평가를 받게 됩니다. 맨유의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바르사전 결정적 패배가 중원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입니다. 바르사의 점유율 축구를 주도했던 사비-이니에스타 콤비의 공격력을 제어할 맨유의 살림꾼이 없었습니다. 라이언 긱스가 중원에서 수비력 약점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마이클 캐릭에게 과부하가 따랐고, 캐릭도 바르사 파상공세에 맥을 못추면서 박지성-발렌시아의 수비 가담이 늘어나게 됐습니다. 하지만 발렌시아마저 부진하면서 맨유의 밸런스가 무너진 끝에 패했습니다. 2008/09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바르사전에서도 중원의 수비력 부재를 이겨내지 못했죠.
문제는 맨유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중앙 미드필더 영입을 안했습니다. 폴 스콜스의 은퇴, 톰 클래버리의 임대 복귀 이외에는 달라진 것이 없죠. 미국 투어에서는 박지성의 중앙 미드필더 출전 비중을 늘렸지만 MLS 올스타전에서는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하면서 여전히 측면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선수임을 알렸습니다. 이적시장에는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인터 밀란) 루카 모드리치(토트넘) 사미르 나스리(아스널) 같은 다른 팀 미드필더를 영입할 것이라는 현지 언론의 보도가 있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물론 세 선수는 수비보다는 공격에서 장점이 풍부한 선수들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맨유가 스네이더르를 영입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맨유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 스네이더르 영입을 부정했지만, 그래도 맨유가 스네이더르를 영입할 것이라는 여론의 반응이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맨유가 바르사를 제치고 유럽을 제패하고 싶다면 살림꾼 영입은 필수입니다. 스네이더르 보다는 라사나 디아라(레알 마드리드, 방출 예상) 같은 타입이 더 절실합니다. 만약 대런 플래쳐의 건강 회복이 늦어지면 캐릭 수비력에 기댈 수 밖에 없으며, 문제는 캐릭은 홀딩맨이 아닙니다. 이번 바르사전도 마찬가지 입니다. 캐릭 이외에는 중원에서 수비에 힘을 실어줄 전문 중앙 미드필더가 없습니다.
바르사가 미국 투어 맨유전에서 어떤 선수들을 명단에 올릴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4-3-3의 미드필더를 형성하는 이니에스타-부스케츠-사비가 미국 투어에 참가했습니다. 세 명의 선수는 2008/09, 2010/11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맨유전에서 팀의 우승을 이끌었던 주역들입니다. 어쩌면 맨유는 이번 바르사전을 계기로 중앙 미드필더 영입을 재검토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데이비드 길 맨유 단장이 지난 26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선수 영입을) 8월에 움직일 수도 있다. 구체적인 작업은 아니지만 맨체스터로 돌아오면 상황이 신속하게 변경될 수 있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만약 맨유가 바르사전에서 중앙 미드필더에 허점을 나타내면 새로운 얼굴의 등장이 불가피할지 모릅니다.
만약 맨유가 바르사전에서 중앙 미드필더 문제점을 의식하면 박지성의 포지션을 바꿀지 모릅니다. 측면에서 중원으로 말입니다. 박지성은 지난 시즌 결승전 당시 팀의 부진 속에서도 맨유 진영을 넘나드는 상대 선수들을 끈질기게 따라 붙거나 공격을 끊으며 자기 몫을 충분히 해냈습니다. 후반전에는 4-4-2의 중앙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기면서 수비적인 역량에 힘을 실어줬죠. 긱스-안데르손-클레버리보다는 박지성의 수비력이 더 우세합니다. 왼쪽에는 애슐리 영, 오른쪽에는 루이스 나니가 있기 때문에 박지성의 중원 이동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상황이죠. 박지성 포지션 및 활약상과 더불어 맨유의 중원에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