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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테베스, 박지성 멘탈이 필요했던 공격수

 

아르헨티나 출신 공격수 카를로스 테베스(27, 맨체스터 시티, 이하 맨시티)가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톱클래스 킬러인 것은 분명합니다. 2006년 부터 지금까지 5시즌 동안 웨스트햄-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맨시티에서 괄목할 공격력을 과시하며 자신의 가치를 드높였죠. 프리미어리그 적응으로 어려움을 겪던 2006/07시즌 초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렸던 2008/09시즌을 감안해도 이름값을 충분히 해냈습니다. 2010/11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득점왕(21골)에 등극했죠.

하지만 테베스의 앞날 행보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얼마전 브라질 코린티안스 이적에 근접했던(끝내 결렬) 경우를 봐도, 맨시티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테베스를 다른 팀에 넘길 수 있음을 뜻합니다. 최근에는 세르히오 아궤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영입 관심을 나타내면서 테베스 이적 가능성이 여전히 대두되고 있습니다. 또한 이탈리아 유벤투스가 테베스 영입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여름 이적시장 마감이 40여일 남은 현 시점에서 테베스 이적설은 앞으로 끊임없이 제기 될 예정입니다.

[사진=카를로스 테베스 (C) 맨시티 공식 홈페이지 메인(mcfc.co.uk)]

테베스, 저니맨이 될까 걱정된다

최근에 불거진 테베스의 코린티안스 이적설은 잉글랜드를 떠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 자체만으로 씁쓸했습니다. 맨시티의 먹튀였던 호비뉴(현 AC밀란)와 달리 프리미어리그에서 화려한 업적을 쌓았음에도, 아직 20대 후반의 선수가 유럽을 떠나 남미로 리턴할 상황에 놓인 것은 매끄럽지 못합니다. 끝내 향수병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오랫동안 프리미어리그 간판 골잡이로 군림하는 시나리오를 스스로 포기한 셈입니다. 그동안 끊임없이 맨시티를 떠나길 바랬던 그였기에 언젠가 팀을 떠날 것이 확실했죠.

문제는 "맨시티를 떠나겠다"는 테베스의 마음이 팀 사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지난 시즌 중에는 "맨시티 이적이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발언하여 팀에 이적을 공식 요청하며 법정 소송 직전까지 몰렸습니다. 끝내 맨시티의 잔류 설득을 받아들이며 시즌 끝까지 팀에 남았지만 최근에 또 다시 이적 의향을 내비쳤습니다. 만약 맨시티에 잔류하면 주장으로서 팀원들에게 신뢰를 받을지 의문입니다. 팀의 주장으로서 몇개월째 맨시티를 떠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은 동료 선수들에게 귀감을 얻기 힘듭니다. 그 이전에는 은퇴를 시사했었죠. 아무리 아르헨티나(브라질 인접국가)가 그리워도 주장이면 주장답게 팀을 위해 헌신했어야 합니다. 특히 시즌 중에는 리스크가 컸죠.

맨시티 입장에서는 테베스를 정리하는 것이 결코 나쁘지 않습니다. 제코가 프리미어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고, 발로텔리의 기량이 덜 여물었음을 감안하면 테베스는 여전히 팀 전력에 필요합니다. 하지만 맨시티는 그동안 공격적인 선수 영입을 단행하면서 팀으로서의 응집력이 강하다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습니다. 전술적으로는 수비 조직력 향상에 힘입어 빅4 진입에 성공했지만 선수들끼리의 끈끈함에 있어서는 좀 더 숙련이 필요합니다. 이럴 때 주장의 역할이 크지만 정작 테베스는 이적 발언을 내비치며 리더로서의 책임감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아궤로 영입에 관심을 내비친 것은 테베스를 다른 팀에 넘기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 가지 주목할 것은, 테베스의 발자취 입니다. 2005년 1월 보카 주니어스에서 코린티안스에서 떠난 이후 두 시즌 이상 소속팀에 몸담지 못했습니다. 코린티안스에서 1년 6개월, 웨스트햄에서 1년, 맨유에서 2년, 지금의 맨시티에서도 2년 이었습니다. 만약 이번에 팀을 옮기면 자칫 저니맨 소리를 들을지 모릅니다. 최소 6년 6개월~7년 동안 5개 클럽에 몸담는 상황에 놓이게 되죠. 맨시티 이적까지는 미디어스포츠 인베스트먼트(MSI)소속으로서 자신의 소유권을 쥐었던 에이전트 주라브키안과 함께 지냈습니다. 지금은 맨시티 소속이지만 최근에도 주라브키안이 에이전트 역할을 행사하고 있죠. 공교롭게도 테베스 거취에 대해서 주라브키안이라는 인물은 빠짐없이 등장했던 인물입니다.

그럼에도 테베스는 충성심이 부족한 선수임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맨유 시절 팀에 잔류하겠다는 마음과 대조적이죠. 맨유 이적 초기에도 "5년 뒤 보카 주니어스로 돌아간다"는 발언을 했지만 끝내 올드 트래포드에 남고 싶었던 것이 그의 진심 이었습니다. 그런데 맨시티에서는 떠나려 했죠. 아무리 여름 이적시장에서 맨시티 잔류를 선언해도 팀에 얼마만큼 머물지 장담 못합니다. 내년 1월 이적시장에서 거취 문제가 또 불거질 존재가 바로 테베스입니다. 본인이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이미 충성심에 결함을 나타냈기 때문이죠.

테베스에게는 자신의 맨유 시절 절친이었던 박지성의 멘탈이 필요합니다. 박지성이 맨유에 오랫동안 남고 싶어하며, 팀을 위해 성실한 자세를 내비쳤던 행보는 누구나 잘 알고 있습니다. 부상 및 컨디션 저하, 경기력 부진을 이유로 결장이 빈번했음에도 팀을 떠나려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맨유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않았던 산소탱크 였음에 재계약 청신호가 켜진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물론 맨유와 맨시티 클래스는 다르지만, 적어도 맨시티는 프리미어리그의 신흥 강호로 거듭날 잠재력이 풍부하기 때문에 테베스를 비롯한 누구나 열의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테베스 만큼은 축구선수로서 자신의 위상을 확고히 다지려면 남미 리턴 보다는 맨시티 잔류가 현명합니다. 프리미어리그 및 UEFA 챔피언스리그 파급력을 무시 못하죠.

그런 테베스의 올해 나이는 27세 입니다. 축구 선수로서 지금보다 화려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는 역량이 충분합니다. 남미로 되돌아가거나 또는 다른 유럽팀으로 이동하여 저니맨이 되기에는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했던 기량이 아쉽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잉글랜드로 넘어온 타국살이는 물론 힘들겠지만 비유럽권 선수가 축구의 본고장에서 자리 잡으려면 반드시 이겨야 할 요소입니다. 만약 박지성 같은 멘탈을 보유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호평을 받았을 공격수가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앞날 거취가 어찌될지 모르지만, 수많은 축구팬들이 자신의 실력을 후하게 인정하고 있음을 테베스가 인지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