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남아공 월드컵에서 4강에 진출했던 우루과이가 '남미 국가 대항전' 코파 아메리카에서 강호 아르헨티나를 제압하는 파란을 일으켰습니다. 전반전에 1명이 퇴장 당하는 어려움을 딛고 120분 혈투 및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는 명승부를 연출했습니다.
우루과이는 17일 오전 7시 15분(이하 한국시간) 아르헨티나 산타페에 소재한 데 엘레판테스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11 코파 아메리카 8강에서 아르헨티나를 제압했습니다. 연장전 끝에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4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5분 디에고 페레스가 선제골을 넣었고 전반 17분에는 곤살로 이과인에게 동점골을 내줬습니다. 전반 38분 페레스 퇴장으로 험난한 경기가 예상되었으나 골키퍼 페르난도 무슬레라의 선방으로 위기를 넘겼습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후반 41분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퇴장 당했죠. 승부차기에서는 세번째 키커 카를로스 테베스 슈팅이 무슬레라의 선방에 막혔고, 5명의 키커가 모두 골을 성공시켰던 우루과이가 4강에 진출했습니다.
전반전, 페레즈-이과인의 장군 멍군...아르헨티나 경기력 우세
아르헨티나는 우루과이전에서 4-3-3으로 나섰습니다. 로메로가 골키퍼, 사네티-밀리토-부르디소-사발레타가 수비수, 마스체라노-메시-가고가 미드필더, 디 마리아-이과인-아궤로가 공격수를 맡았습니다. 예선 3차전 코스타리카전에 이어 우루과이전에서도 메시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렸습니다. 우루과이는 4-4-2로 맞섰습니다. 무슬레라가 골키퍼, 카세레스-빅토리노-루가노-M.페레이라(막시 페레이라)가 수비수, A.페레이라-아데발로-페레스-곤잘레스가 미드필더, 수아레스-포를란이 투톱 공격수로 뛰었습니다. 때에 따라 포를란이 2선으로 내려오고 수아레스가 선봉에 위치하는 공격 형태를 나타났죠.
경기 초반은 예상치 못한 장면이 벌어졌습니다. 개최국 아르헨티나가 아닌 우루과이가 기선을 제압했죠. 우루과이의 페레스가 전반 5분 선제골을 작렬하며 1-0으로 앞섰습니다. 포를란의 왼쪽 프리킥에 이은 카세레스의 헤딩 슈팅을 아르헨티나 골키퍼 로메로가 선방했으나 볼이 앞으로 흘렀고, 근처에 있던 페레스가 오른발 밀어넣기 골을 넣었습니다. 그 이후 우루과이는 3선을 올리면서 포어 체킹의 세기를 높이고 공격시에는 상대 진영에서 짧은 패스를 주고 받는 저돌적인 경기 운영을 펼쳤습니다. 팀 플레이 및 수비력이 취약점인 아르헨티나의 후방을 두드리며 상대의 공격을 경직시키고 공수 밸런스를 무너뜨리는 흔적이 역력했습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전반 17분 이과인이 동점골을 넣으며 1-1로 따라 붙었습니다. 메시가 오른쪽 측면에서 카세레스를 제치고 왼발 크로스를 올린 것을 이과인이 반대쪽 문전에서 쇄도하여 헤딩 동점골을 성공했습니다. 골 기회를 놓치지 않는 이과인의 집념이 대단했지만, 메시를 플레이메이커로 활용하면서 공격 전개의 효율성을 높인 바티스타 감독의 작전이 코스타리카전 부터 적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메시는 전반 22분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 2명을 제친 뒤 A.페레이라에게 백태클을 당했습니다. A.페레이라는 경고를 받지 않았지만 역설적으로는 메시가 우루과이 미드필더들과 경합하면서 공간을 파고드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우루과이 입장에서는 메시를 거칠게 막아야 했죠. 전반 25분과 26분에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 됐습니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0-1 이후 경기 분위기를 이른 시간에 뒤집은 것이 주효했습니다. 우루과이의 초반 공세 이후 후방 옵션들이 볼을 돌리고 라인을 윗쪽으로 올리면서 점유율을 되찾기 시작했죠. 그 과정에서 전방으로의 볼 배급 속도를 높이고 아궤로가 측면에서 박스쪽으로 쇄도하며 상대 수비를 허물었습니다. 얼마 뒤에는 이과인이 동점골을 넣었죠. 기선 제압에 성공했던 우루과이는 아르헨티나의 능숙한 경기 운영을 예상치 못한듯 수비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메시에게 골을 내줄때는 카세레스와 근처 동료 선수와의 협력 수비가 느슨했었죠. 그래서 우루과이는 선 수비-후 역습으로 전술을 바꿨지만 거의 대부분의 선수가 아르헨티나 파상공세를 막는데 치중하면서 공격 참여 인원이 부족했습니다. 전반 38분에는 페레스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는 위기에 빠졌습니다.
우루과이는 전반전 경기 내용이 아쉬웠습니다. 아르헨티나 공격을 막기 위해 몸을 내던지며 수비를 하는 선수들이 즐비했고, 세트 피스때는 포를란의 킥력 및 선수들의 골 의지가 돋보였습니다. 하지만 역습이 문제였습니다. A.페레이라-아데발로-페레스-곤잘레스로 짜인 미드필더들이 수비 지향적인 경기를 펼치는 흐름에서는 포를란이 전방 패스를 받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선수들과 경합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콘셉트가 애매해졌고 타겟맨이었던 수아레스가 볼을 터치할 기회가 적었죠. 카바니가 부상 당하지 않았다면 스리톱으로 경기에 나섰을지 모를 일입니다. 전반 38분 페레스 퇴장은 우루과이의 후반전 경기 내용이 어려워질 조짐을 보이게 했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분발했던 아르헨티나의 우세가 조심스럽게 예상됐습니다.
[사진=전반 5분에 선제골을 넣었으나 전반 38분 퇴장 당했던 디에고 페레스 (C)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fifa.com)]
1명 부족했던 우루과이의 끈질긴 저력, 승부차기 끝에 우루과이 승리
아르헨티나는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도 점유율에서 우세를 점했습니다. 후방에서 볼을 돌리다가 상대 허리쪽에서 빈 공간을 찾을 때 빠른 타이밍의 원터치 패스로 공격을 풀어갔습니다. 디 마리아는 후반 초반에 두 번의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며 우루과이 수비진을 흔들었죠. 우루과이가 좌우 윙어였던 A.페레이라-곤잘레스를 아데발로와 함께 스리 볼란치로 활용하면서 측면 공간이 비었고, 그 틈을 사네티가 앞선으로 파고 들었고 사발레타가 하프라인에 올라가 지공에 참여하며 아르헨티나의 측면 공격이 줄기차게 진행 됐습니다. 특히 사네티는 수비시 빠르게 후방으로 가담하며 우루과이의 역습을 끊는 농익은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가 포를란-수아레스 봉쇄에 여유를 느끼게 됐죠.
그런데 우루과이의 골문이 쉽게 열리지 않았습니다. 우루과이는 전반전에 동점골을 넣었던 이과인을 향한 협력 수비를 강화하고 메시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침투 공간을 내주지 않으려 했습니다. A.페레이라가 중원에서 전투적인 수비력을 발휘하며 아레발로의 부담을 덜어주면서 우루과이 수비가 흔들리지 않았죠. 사네티 오버래핑을 허용하는 흐름이 오히려 이과인-메시 견제에 유리했던 요인이 됐습니다. 또한 후반전에는 카세레스가 아궤로 발을 묶으면서 왼쪽 수비가 튼튼해졌죠. 역습 시에는 포를란-수아레스가 밑선으로 자주 내려오고 연계 플레이를 시도하며 골을 넣으려 했습니다. 후반 20분까지는 페레스 퇴장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했죠.
아르헨티나는 이과인 부진이 아쉽습니다. 전반전에는 동료 선수가 올려주는 패스를 최전방에서 받아내는데 주력한 끝에 동점골을 넣었습니다. 상대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도 의욕적이었죠. 그런데 후반전에는 빅토리노-루가노에게 봉쇄 당하면서 이렇다할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죠. 그래서 아르헨티나는 미드필더 및 사네티-디 마리아의 활발한 공격 전개 속에서도 박스쪽에서 확실한 피니시를 찍지 못했습니다. 이과인이 상대 수비에게 둘러 쌓이면서 볼을 터치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화근 이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후반 27분 디 마리아를 빼고 파스토레를 교체 투입 했습니다. 아궤로-파스토레-메시가 동료 선수와 함께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스위칭을 시도하며 우루과이 수비진을 혼란시키려 했습니다.
후반 30분 이후에는 아르헨티나가 우루과이와의 주력 싸움에서 앞섰습니다. 1명이 적었던 우루과이가 후반 30분까지는 잘 버텼지만 그 이후부터 체력이 떨어지면서 미드필더 뒷 공간이 여러 차례 뚫리고 역습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문제점을 남겼습니다. 파스토레 투입으로 총공세에 나선 아르헨티나의 파상공세가 계속 되었죠. 후반 32분에는 이과인이 박스 오른쪽에서 메시의 패스를 받아 터닝 슈팅을 날렸던 것이 무슬레라의 선방에 막혔습니다. 무슬레라는 후반 30분 이후 3번의 슈퍼 세이브를 기록하며 실점을 막아냈죠. 아르헨티나는 후반 38분 아궤로를 벤치로 불러들이고 테베스를 교체 투입하는 공세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3분 뒤 마스체라노가 경고 누적으로 퇴장 당하면서 두 팀의 인원 숫자가 동률이 되었고 승부는 연장전으로 향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연장전이 되자 테베스를 미드필더로 내리는 4-3-2로 전환했습니다. 테베스는 좌우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고 움직이며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거나 동료 선수들과 함께 볼을 돌렸습니다. 때에 따라 상대 진영까지 넘나드는 넓은 활동량을 과시했죠.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무슬레라의 벽을 넘지 못했습니다. 무슬레라는 메시가 시도했던 연장 전반 13분과 연장 후반 11분 슈팅을 막아내며 실점 위기에 빠졌던 우루과이를 구했습니다. 두 팀은 상대 공격을 끊으면 재빨리 반격을 시도하며 골을 넣으려 했으나 끝내 무득점에 그치면서 승부차기에 접어 들었습니다.
승부차기에서는 아르헨티나가 먼저 선축했습니다. 첫번째 키커였던 메시가 첫 골을 넣었고 우루과이의 포를란도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두번째 키커로 나섰던 부르디소-수아레스는 골을 성공시켰고, 아르헨티나의 세번째 키커로 등장했던 테베스의 오른발 슈팅이 무슬레라의 선방에 막혔습니다. 그 이후 스코티(우루과이)-파스토레(아르헨티나)-가르가노(우루과이)가 차례로 골을 넣으며 우루과이가 4-3으로 앞섰습니다. 아르헨티나의 다섯번째 키커로 나왔던 이과인의 슈팅도 크로스바를 강타한 끝에 골이 되었으나, 우루과이의 마지막 키커 카세레스가 오른쪽 골문 구석을 노린 슈팅이 적중했습니다. 우루과이가 승부차기 끝에 5-4로 아르헨티나를 제압하여 4강에 진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