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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동국 대표팀 발탁,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저는 이동국의 대표팀 발탁을 반대합니다. 지난 5월 14일 <이동국 대표팀 발탁, 솔직히 회의적이다>는 포스팅을 통해서 밝혔지만, 올해 32세의 이동국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면 35세입니다. 과거에 각급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며 혹사에 시달렸던 전례처럼,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전북의 K리그-AFC 챔피언스리그 및 대표팀을 함께 병행하는 것은 체럭적으로 무리입니다. 적어도 올해는 전북에 전념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당시 포스팅 내용입니다.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 없습니다. 그리고 이동국 본인은 전북에 전념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은 이동국을 원하고 있습니다. 6월 A매치 2경기(세르비아, 가나) 이전에 이동국 발탁을 검토했고 다음달 10일 A매치 일본 원정을 앞둔 지금도 마찬가지 입니다. 오히려 최근이 구체적 입니다. 지난 3일 전북-서울 경기를 관전하면서 "이동국을 대표팀 예비명단에 포함하겠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예비명단이기 때문에 대표팀 합류가 정식적으로 성사된 것은 아니지만 태극마크를 부여할 의지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지난해 여름 대표팀 사령탑 부임 초기에는 자신과의 축구 철학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이동국을 대표팀에서 제외했지만 1년 뒤에는 180도 바뀌었습니다.

이동국 대표팀 발탁 여부는 앞으로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얻을 것입니다. 이동국이라는 네임벨류 특성도 있지만, 올 시즌 K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는 공격수는 단연 이동국입니다. 올 시즌 16경기에서 10골 8도움을 기록했으며 지난 3일 서울전에서는 40(골)-40(도움) 클럽에 가입했습니다. 득점왕에 올랐던 2009년에는 도움이 없었지만 올해 8도움을 올리면서 만능형 공격수로 진화하는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득점 순위에서는 김정우(13경기 11골, 상주)에 이어 2위를 기록중입니다. 하지만 이동국은 전북의 1위를 이끌고 있으며 김정우가 속한 상주는 최근 4연패 입니다. 또한 이동국은 전북의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를 이끄는 선봉장 입니다. 이러한 K리그 활약상이 대표팀 발탁 여부와 맞닿게 됐습니다.

그런 이동국의 대표팀 발탁은 현실적으로 가능합니다. 한달 뒤 펼쳐질 A매치 일본 원정만을 놓고 보면 이동국이 대표팀에 복귀하는 시나리오는 부정적이지 않습니다. 기존 대표팀 공격진이었던 박주영-지동원-정조국이 일본 원정에 차출되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물론 일본 원정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지정한 A매치로서 유럽파 합류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일본전은 2011/12시즌 유럽 축구가 개막하는 시점에 진행되며 유럽파 선수들을 총동원하기 쉽지 않습니다. 유럽파들이 새 시즌을 보내면서 컨디션을 조절하거나 팀 내 경쟁을 의식할 수 밖에 없죠. 2009년 8월 박지성 및 2010년 8월 이청용-차두리의 전례처럼, 일부 유럽파가 제외된 상태에서 일본전을 치를지 모릅니다.

현 시점에서는 박주영-지동원-정조국의 일본전 발탁 여부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박주영은 8월이 되면 새로운 소속팀에서 시즌 맞이에 돌입하거나 또는 이적을 준비할지 모릅니다. 적어도 AS 모나코를 떠날 것은 분명합니다. 지동원은 선덜랜드 적응이 가장 필요합니다. 잉글랜드라는 낯선 환경과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빠른 템포에 익숙해져야 할 시점이죠. 아사모아 기안, 코너 위컴 같은 공격수들을 비롯해서 다비드 은고그(리버풀) 크레이그 벨라미(맨체스터 시티, 카디프 시티 임대 종료) 같은 선수들이 선덜랜드 이적설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정조국도 지동원과 마찬가지로 소속팀 주전 확보가 중요합니다. 오세르의 간판 공격수를 굳히려면 시즌 초반 임펙트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세 명 모두 대표팀 합류에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동국은 다릅니다. K리그에서 가장 폼이 올라있는 공격수입니다. 장점이 풍부해진 공격력과 K리그-대표팀에서의 잔뼈가 굵은 경험은 국내파 공격수 중에서 단연 독보적입니다. 득점 1위 김정우는 대표팀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이며, 이용래-기성용과의 중원 공존에 필요한 선수임을 감안할 때 일본전에서 공격수로 선발 출전할지는 의문입니다. 조광래호가 최근 A매치에서 오름세를 탔던 요인 중 하나는 4-1-4-1 정착에 따른 이용래-기성용-김정우 중원 조합의 성공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본 같은 라이벌전에서는 최전방에서 경험있는 선수가 필요합니다. 상대 수비가 만만치 않은 견제를 펼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에 이동국 같은 노련한 선수가 팀 전력에 필요할 수 있죠.

역의 관점에서는, 이동국 대표팀 합류 가능성은 젊은 K리그 공격수들의 분발을 필요하게 합니다. 이동국-김정우와 더불어 올 시즌 K리그에서 두각을 떨치는 공격수는 한상운, 양동현(이상 부산) 조동건(성남) 김동섭(광주) 박준태(인천) 염기훈(수원) 김신욱(울산)을 꼽을 수 있습니다. 얼마전에 부상에서 복귀했던 지난해 K리그 득점왕 유병수(인천)도 같은 범주에 속하죠. 이들 중에서 양동현-조동건-김동섭-김신욱-유병수가 조광래호 최전방을 맡을 수 있는 자원입니다. 조광래 감독이 원톱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선수들은 대표팀 실전 경험이 부족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대표팀 테스트 성격이라면 모르겠지만 일본전만큼은 즉시 전력감이 필요합니다. 유병수는 조광래 감독과 전술적으로 맞지 않는 특성도 있죠.

최근에는 조광래 감독이 고무열(포항)에 관심을 나타냈습니다. 고무열은 올 시즌 K리그 신인으로서 14경기 2골을 기록했으며 포항의 주전 공격수로 활약중입니다. 신장 185cm로서 제공권에 강하며 포항의 왼쪽 윙 포워드로 활약할 정도로 움직임이 많고 이타적인 역량을 겸비한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고무열은 아직 포항에서 검증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시즌 초반 4-3-3의 중앙 공격수로서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으며 최근에는 모따에게 자리를 내주었죠. 조광래 감독이 직접 지켜봤던 지난 2일 수원전에서는 윙 포워드로 나섰으나 부진했습니다. 대표팀에 뛸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더욱 훌륭한 공격수가 되려면 아직 K리그에서 여물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활약상을 놓고 보면 대표팀 합류를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만약 박주영-지동원-정조국의 일본전 차출이 힘들어지고, 세 명중에 누군가 합류해도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지난 2월 터키 원정때의 이청용이 예) 일본전 주전 공격수는 이동국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는 김정우를 원톱으로 올리거나 젊은 K리그 공격수를 과감히 기용할지 모르죠. 하지만 일본전은 한국이 이겨야 합니다. 평가전임을 감안해도 상대팀은 전통의 라이벌이자 아시안컵 우승 실패를 복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입니다. 그리고 조광래 감독은 한때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와 갈등이 불거졌다는 점에서 2014년을 보장 받으려면 일본전 승리는 꼭 필요합니다. 과연 조광래 감독이 이동국을 대표팀에 뽑을지는 알 수 없지만 K리그 공격수 중에서 가장 믿음직한 선수인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물론 조광래 감독은 박주영-지동원-정조국이 동시에 대표팀 합류가 불가능한 현상을 원치 않을 겁니다. 일본전은 엄연히 A매치 데이로서 세 선수를 모두 대표팀에 발탁할 수 있습니다. 세 선수가 나란히 대표팀에 제외되는 일은 제가 생각하는 '만약을 대비한' 극단적인 시나리오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올 시즌 K리그에서 절정의 활약을 펼치는 이동국이라면 대표팀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이동국의 대표팀 발탁이 반갑지는 않습니다.(앞에서 언급했지만) 선수 본인이 대표팀보다는 전북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변수지만 결과적으로 조광래 감독의 선택에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