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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메시 효과' 없었던 아르헨티나 개막전 졸전

 

아무리 세계 최고의 선수를 보유했지만 그 팀이 항상 이길 수는 없습니다. 축구는 개인보다는 팀이 강해야 하며, 명불허전의 기량을 자랑하는 선수라도 팀과 융화하지 못하거나 또는 팀이 도와주지 못하면 무용지물 입니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가 그 예 입니다.

'남미 국가 대항전' 코파 아메리카 개최국이자 강력한 우승후보인 아르헨티나가 개막전에서 졸전을 펼쳤습니다. 2일 오전 9시 35분(이하 한국시간) 아르헨티나 라 플라타 시립 경기장에서 진행된 2011 코파 아메리카 A조 1차전에서 볼리비아에 1-1로 비겼습니다. 후반 3분 에디발로 로하스에게 선제골을 내줬고 후반 31분에는 세르히오 아궤로가 동점골을 넣으며 패배를 모면했습니다. 경기 내용까지 불안했던 아르헨티나는 7일 콜롬비아전, 12일 코스타리카전에서 승리해야 8강 진출을 자신할 수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공격력이 저조했던 이유

아르헨티나는 볼리비아전에서 4-3-3으로 나섰습니다. 로메로가 골키퍼, 로요-부르디소-밀리토-사네티가 수비수, 마스체라노가 수비형 미드필더, 바네가-캄비아소가 공격형 미드필더, 라베찌-메시-테베스가 스리톱 공격수를 맡았습니다. 라베찌-테베스는 전반 15분 이후에는 자리를 바꾸며 공격을 전개했습니다. 볼리비아는 4-4-2를 활용했습니다. 아리아스가 골키퍼, 구티에레스-리베로-알바레스-랄데스가 수비수, 캄포스-로블레스-플로레스-바카가 미드필더, 로하스-모레노가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코파 아메리카의 우승 후보로 꼽히는 아르헨티나는 경기 내내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슈팅 15-6(유효 슈팅 7-6, 개) 파울 13-24(개)가 말하는 것 처럼 많은 공격을 시도했고, 볼리비아는 수비 축구를 지향하며 아르헨티나 공격을 파울로 끊는데 주력했습니다. 창과 방패의 전형적인 대결이었죠. 아르헨티나가 볼리비아전에서 파괴적인 공격력을 과시하려면 상대 수비진의 허를 찌르는 임펙트가 필요합니다. 볼리비아는 엄연히 남미 약체이지만 아르헨티나에 한 발 물러나면서 경기를 펼칠 것은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후반 31분 아궤로가 동점골을 넣기 전까지 무기력한 공격력을 일관했습니다. 공격진을 세계 최정상급 실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즐비했지만 팀워크가 떨어지는 문제점을 드러내며 볼리비아 밀집 수비를 뚫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공격 옵션끼리의 호흡이 안맞거나, 부정확한 볼 배급을 일관하거나, 지나치게 드리블을 시도하거나, 측면에 의존하는 답답한 경기를 펼쳤습니다. 지구촌 축구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지난해 남아공 월드컵과 다를 바 없었죠. 감독은 마라도나에서 바티스타로 바뀌었지만 볼리비아전 한 경기를 놓고 보면 자신만의 뚜렷한 색깔이 없었습니다.


[사진=리오넬 메시 (C) 코파 아메리카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ca2011.com)]

마라도나 감독의 문제점은 메시가 소유한 축구 재능을 팀 전술에 최대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메시는 4-2-3-1 또는 4-3-1-2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으나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5경기 30개 슈팅을 날리고도 무득점에 그쳤습니다. 스스로의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지만 팀원들이 도와주지 못하면서 소속팀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 포스를 발휘하지 못했죠. 경기력 회복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상대적으로 골이 부족했습니다. 바티스타 체제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볼리비아전에서는 바르사 포메이션처럼 미드필더를 역삼각형으로 배치하는 4-3-3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뛰었지만 경기 내용에서 평균 이상 활약했을 뿐입니다.

아르헨티나와 바르사의 차이는 사비-이니에스타의 존재감 유무 입니다. 바르사는 사비-이니에스타가 창의적인 패싱력과 무수한 활동량으로 경기를 조율하면서 메시 골 역량을 뒷받침하는 시스템이 오래전부터 정착됐습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는 메시가 사비-이니에스타 기능을 해야 합니다. 형식적으로는 최전방 공격수지만 경기 상황에 따라 2선으로 내려가면서 볼을 터치하는 경향이 강했죠. 마스체라노-캄비아소는 사비-이니에스타와 달리 중원에서 터프한 수비력을 발휘하는 홀딩맨입니다. 바네가는 발렌시아의 플레이메이커로 활약중이지만 상대 압박에 취약한 약점이 있습니다. 마스체라노 같은 홀딩맨이 있어야 공격적인 장점을 내뿜을 수 있지만 끝내 볼리비아전에서 아무런 결실을 거두지 못했죠. 그래서 메시가 2선에 가담하는 움직임이 많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메시가 볼을 잡을때 이후의 공격 전개의 세밀함이 떨어졌습니다. 가령, 메시가 A라는 선수에게 패스하면 B선수와 C선수가 A선수 근처로 접근하거나 상대 수비 사이를 비집으면서 침투 패스 경로를 찾아줘야 합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는 B-C 역할을 해줄 선수가 마땅치 않았습니다. 서로 개인 플레이에 의존하면서 공격의 짜임새가 떨어졌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나 맨체스터 시티의 실바 같은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노리는 공격 옵션이 없었죠. 그 과정에서 테베스-라베찌 사이의 호흡이 안맞으면서 서로의 측면 돌파에 의존하는 경기를 펼쳤습니다. 그나마 전반 32분에는 캄비아소가 박스 안쪽으로 침투해서 리바운드 슈팅을 날렸지만 골망을 가르지 못했죠.

아르헨티나는 후반 시작과 함께 캄비아소를 빼고 디 마리아를 교체 투입했습니다. 메시가 4-3-3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려갔고 디 마리아-테베스-라베찌가 스리톱을 형성했죠. 홀딩맨 1명을 줄이고 공격 옵션을 보강하면서 메시의 이타적인 능력을 활용하겠다는 바티스타 감독의 복안입니다. 메시는 슈팅보다는 패스를 내주는 플레이에 집중하며 공격수들을 보조했죠. 경우에 따라서는 바네가-마스체라노와 동일 선상에서 뛰었죠. 하지만 메시는 '골에 강한' 공격수입니다. 바르사에서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거듭났던 것은 천부적인 골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바티스타 감독은 자신의 전술로 메시의 파괴력을 축소하는 악수를 두고 말았습니다. 볼리비아와의 후반전은 메시가 전형적인 미드필더 성향으로 변하게 됩니다.

결국, 메시의 공격력은 볼리비아 수비진에게 읽혔습니다. 메시가 볼을 공급하는 형태임을 볼리비아가 알아채면서 미드필더진의 압박을 강화했죠. 전반 중반부터 시도했던 포어 체킹은 여전히 변함 없었습니다. 특히 후반 17분에는 메시가 중원에서 테베스 쪽으로 긴 스루패스를 날렸으나 상대 수비에게 차단 당했습니다. 상대 수비가 메시의 공격 패턴을 읽었다는 뜻이죠. 공격 옵션끼리의 부조화는 여전히 변함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는 후반 25분 라베찌를 빼고 아궤로를 교체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만약 바티스타 감독이 아궤로를 활용하지 않았다면 아르헨티나는 개막전 패배라는 뜻밖의 충격을 당했을 것입니다. 아궤로는 프리롤 임무를 부여받으며 최전방과 오른쪽 측면을 활발히 질주했습니다. 왼쪽에서는 디 마리아의 침투가 변함 없었죠. 전반전부터 수비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던 볼리비아가 후반 중반부터 주력이 떨어지면서, 아궤로-디 마리아의 침투를 앞세운 아르헨티나 공격력이 회복됐습니다. 그 결과 후반 31분 디 마리아의 왼쪽 크로스를 부르디소가 박스 왼쪽에서 가슴 트래핑으로 받았던 볼을 아궤로가 강력한 발리 슈팅으로 동점골을 꽂았습니다. 그럼에도 아르헨티나는 '메시 효과'를 이루지 못하고 무승부에 그치면서 개막전 졸전을 면하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