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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성인 축구보다 재미있는 유소년 클럽리그

 

개인적으로 월요일에 축구를 보러가는 스케줄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축구가 평일에는 화요일이나 수요일에 진행하기 때문이죠. UEFA 챔피언스리그 및 유로파리그 같은 경우에는 한국 시간으로 수~금요일에 펼쳐집니다. 월드컵이나 아시안컵 같은 메이져급 대회가 아닌 이상은 월요일에 축구를 볼 일은 없습니다.

그랬던 제가 지난달 27일 월요일에 재미있는 축구 경기를 바라봤습니다. 서울 은평구 구파발역 근처에 있는 은평 구립 축구장에서 '현대자동차 2011 KFA 유소년 클럽리그' 서울 북서리그 경기를 관전했습니다. 지난 봄부터 유소년 경기들을 관심 깊게 지켜봤지만 '서울 북서리그에서 월요일 경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 현장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도 야간 경기였기 때문에 무더위를 걱정할 필요 없었습니다. 또한 장마철이라서 여름 날씨 치고는 서늘했기 때문에 긴팔을 입고 경기를 봤죠. 때는 6월말 이었지만 현장에서는 마치 4월에 경기를 보는 기분 이었습니다.

하지만 월요일 관전은 쉽지 않았습니다. 당일에 일이 늦게 끝나는 바람에 경기장에 늦게 도착했죠. 유소년 클럽리그는 하루에 3경기씩 열리는데, 이 날 오후 5시에 진행된 윤화평 축구 교실-조쌍제 축구 교실의 경기를 못봤습니다. 6시에 시작된 용산구와 리틀FC서울의 두번째 경기는 전반 10분 정도 놓쳤죠. 그럼에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구파발역에서 내려서 은평 구립 축구장까지 걸어가는 길에 북한산의 안개를 보며 자연의 경이로운 풍경을 감탄했습니다. 날짜상으로는 여름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여름 분위기가 아니었던 독특한 날 이었습니다. 이때까지는 경기 분위기까지 색다를 줄은 예상 못했습니다.


'벤치가 왜 그라운드 한 가운데에 있지?'

경기장에 도착했을 때 가장 놀랬던 풍경입니다. 그라운드 바깥에 있어야 할 벤치가 한 가운데에 있었습니다. 은평 구립 운동장 그라운드가 성인 경기 규격에 맞추어졌기 때문에 유소년 선수들이 전체를 움직이기에는 체력적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유소년 클럽리그에서는 그라운드가 세로 2면 형태로 2등분 되었습니다. 벤치가 그라운드 안에 있었던 이유죠.


스마트폰 파노라마 기능으로 찍어본 사진입니다. 블로그 사이즈에 맞춰서 세로 크기를 늘렸는데, 그라운드가 이렇게 이등분 됐습니다. 왼쪽에서는 유소년 클럽리그 경기를, 오른쪽에서는 경기를 뛰지 않는 선수들이 자체적으로 훈련을 했습니다.


사진 하나만을 놓고 보면 풍경이 재미있습니다. 축구는 골대가 2개 있어야 경기를 하는데 이 날은 골대가 3개 있었습니다. 가운데 쪽에 보이는 기존 골대 하나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골대 없었으면 좋았을텐데'라고 생각하는 분이 있지 않나 싶지만, 어린이들이 골대 하나 들기에는 매우 무겁습니다. 성인 선수 15~20명이 들어도 만만치 않은 골대죠. 양 사이드에 있는 골대 2개는 유소년 축구에 맞게 사이즈가 작더군요. 밑에 바퀴가 달렸기 때문에 이동식으로 제작 됐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공으로 가운데 골대를 흔들면 점수주나?'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저 곳으로 공을 차는 어린이는 없었습니다. 그 정도로 경기에 집중했죠.



경기장 옆쪽에는 다음 경기를 대기하거나, 이미 첫경기를 마쳤던 선수들이 훈련했습니다. 관중 입장에서는 경기 및 훈련 장면을 동시에 바라보는 이채로운 풍경을 보게 됐습니다. 아무리 성인 경기를 현장에서 많이 봤던 축구팬이라도 은평 구립 축구장에서의 풍경이 익숙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유소년 선수 입장에서는 잔디를 밟을 기회가 많아지는 이점을 누리게 됩니다. 맨땅 보다는 잔디에서 훈련해야 축구 감각을 키우는데 유용하죠. 유소년 클럽리그의 효율적인 운영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은평 구립 축구장은 오르막에 위치했습니다. 그래서 평지보다 바람이 많이 불었습니다. 저녁이 되니까 기온이 급격히 추워지더군요. 긴팔을 입고 오지 않았다면 아마도 감기 걸렸을지 모릅니다. 한편으로는 무더위를 싫어했기 때문에 이렇게 서늘한 기온이 반가웠습니다. 특히 인조잔디는 날씨가 무더울 수록 체감 온도가 더욱 뜨거워집니다. 인조잔디가 열을 흡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지치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 날은 유소년 선수들이 더위에 시달릴 필요가 없었습니다. 바람이 부는 쾌적한 기온속에서 뛰었고, 잔디는 장마철이라 비를 맞았기 때문에 건조함이 없었죠. 유소년 선수들은 최상의 조건에서 축구했습니다.

그리고 축구장에는 고층 아파트들이 가까이에 위치했습니다. 은평 구립 축구장 경기 일정이 사람들에게 활발히 전파되면, 이웃 주민들이 근처에 있는 축구장을 찾기 쉬운 접근성이 좋았습니다. 아쉽게도 3년전까지 K3리그(현 챌린저스리그)에서 이 곳을 홈 구장으로 활용했던 서울파발FC가 승부조작 사건으로 해체되었던 과거가 있었습니다. 승부조작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팀이 유지되면서 지역 주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을 것이고, 서울 유나이티드-서울 마르티스와의 '서울 라이벌' 관계가 유지되었겠죠. 개인적으로 2007년 6월에 이 곳에서 두 팀의 서울 라이벌 경기를 관전했습니다. 그때는 K3리그 서울 라이벌 첫 경기라서 많은 축구팬들이 경기장을 찾았죠.


사실, 어느 팀이 경기하는지 모르고 유소년 클럽리그를 관전하러 갔습니다. 이 날 경기했던 6팀 모두 생소했기 때문이죠. 그런데 경기장에 도착하니까 어느 한 팀의 유니폼이 매우 익숙했습니다. 상의에 새겨진 글씨도 처음에는 잘 안보였습니다. '어디서 많이 봤던 유니폼인데'라고 생각했던 찰나에 스마트폰으로 찍었던 경기 일정을 보니까 리틀 FC서울 선수들 이었습니다. K리그 FC서울이 운영하는 유스팀이 유소년 클럽리그에 참가하고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리틀 FC서울과 용산구의 경기는 FC서울-인천 유나이티드가 대결한지 이틀 뒤에 진행됐습니다. 당시 서울이 미드필더진의 불필요한 지공, 데얀-몰리나 공존 실패로 어려움을 겪은 끝에 답답한 경기를 펼쳤고 경기는 1-1로 끝났습니다. 서울하면 귀네슈 체제에서 완성된 화끈한 공격 축구인데 올해는 몇몇 경기에서 살아나지 못한 모습을 보였죠. 인천전이 대표적 예 였습니다. 지하철로 은평 구립 축구장에 가기전에는 6호선 월드컵 경기장역을 지났는데, 서울의 인천전 경기가 저절로 떠올랐죠.

그런데 리틀 FC서울 선수들은 경기를 재미있게 했습니다. 좌우 측면에서 빠른 드리블 돌파로 그라운드를 휘젓는 선수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상대 공격을 끊으면 즉시 역습으로 두드렸습니다. 어린 선수들 답지 않게 볼을 다루는 솜씨가 있었습니다. 역시 프로팀에서 체계적으로 교육하니까 선수들의 경기 퀄리티가 다르더군요. 이틀전 FC서울 성인 선수들보다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했습니다. 그러면서 'FC서울의 경기력이 살아나려면 최태욱 복귀가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느 축구 경기든 윙어들의 다이나믹한 플레이가 제맛입니다.

리틀 FC서울 선수들은 2~3명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체격이 왜소했고 상대팀 선수들에게 밀리는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봤던 유소년 클럽리그에서도 체격에 의해 경기 분위기가 좌우되는 경향이 짙었죠. 그런데 볼을 능숙하게 다루는 선수들이 윙어 및 공격수를 맡으니까 경기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센터백 두 명이 클리어링을 잘했습니다. 그 선수들은 체격 조건이 좋기 때문에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됩니다.


[동영상] 리틀 FC서울의 골 장면 입니다. 상대 수비가 소유한 볼을 빼앗아 골을 연결시킵니다. 골 넣고 환호하는 분들은 리틀 FC서울 선수들의 학부모님들 입니다. 리틀 FC서울의 공격 축구와 더불어 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학부모님들의 응원입니다. 스스로 작전 지시를 내리거나 파이팅을 외치는 분들이 많으셔서 경기장 분위기가 뜨거웠습니다. 마치 리틀 FC서울 홈 구장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반전에 멋진 경기를 펼친 리틀 FC서울 선수들. 후반전 경기력이 기대됐습니다.


경기 도중 그라운드에 볼이 2개가 등장했습니다. 옆 그라운드에서 훈련했던 팀의 볼이 나타났죠. 다행히 선수 1명이 재빨리 볼을 가져가면서 수습됐습니다.



옆쪽 그라운드를 보니까 몇몇 팀들의 훈련이 진행됐습니다. 러닝패스, 드리블, 슈팅, 술래잡기 놀이 등이 계속됐죠.


특히 술래잡기 놀이는 보는 사람의 마음을 재미있게 합니다. 국가 대표팀을 비롯 K리그, 학교 축구, 조기 축구에서 쉽게 활용되는 훈련입니다. 볼 키핑-퍼스터 터치-짧은 패스-커팅 등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는 유용한 훈련입니다. 한 명이 가운데에서 술래가 되면서 볼을 빼앗느라 분주하죠.


골 넣고 환호하는 리틀 FC서울 선수들. 후반전에는 공수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면서 여러차례의 실점 위기를 막으며 공격의 탄력이 붙었습니다. 공격 템포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상대 수비를 두드린 끝에 마침내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후반전에는 리틀 FC서울 골키퍼의 활약상이 대단했습니다. 몇차례의 실점성 선방을 몸을 던져 막아냈죠. 제가 봤던 30분(전반전 10분, 후반전 20분...경기 초반 10분 못봤습니다.) 동안 단 한 개의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에 리틀 FC서울은 2골을 넣었죠. 경기 초반 10분이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리틀 FC서울이 승리했습니다.


[동영상] 리틀 FC서울 골키퍼의 선방 장면 입니다.


리틀 FC서울 선수들은 경기 종료 후 상대팀 벤치에 있는 코칭스태프를 향해 인사를 했습니다. 상대팀도 FC서울 코칭스태프에게 인사했죠. 지난달에는 서울 노원구에 있는 용원 초등학교에서 경기가 끝난 뒤 상대팀 벤치에 인사하는 유소년 축구 선수들의 풍경을 봤습니다. 최근 유소년 클럽리그에서 보편화된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경기 종료 후 학부모님들에게 인사하는 리틀 FC서울 선수들. 부모님들에게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선수들의 표정이 밝더군요. 이들 중에 누군가는 10년 뒤 FC서울을 책임질텐데 앞으로의 성장이 흥미롭게 기대됩니다.


다음 경기는 삼광FC-신북FC의 경기였습니다. 삼광FC가 노란색, 신북FC가 짙은색 유니폼 이었습니다. 경기 시작 후 몇분 동안 소강 상태였다가, 두 팀이 한 골씩 넣으니까 공격적인 접전을 주고 받더군요. 그 이후 신북FC의 우세가 계속 됐습니다.
 


[동영상] 신북FC의 세번째 골 장면 입니다. 강력한 오른발 슈팅이 일품이네요. 전반전을 3-1로 앞섰습니다.


하지만 경기장 분위기가 매우 어두웠습니다. 제가 소유한 디카로 사진을 찍기에는 좋지 않은 조건이었죠.


날씨는 점점 어두웠습니다. 그 사이에 하프타임이 있었는데요. 신북FC는 3-1로 앞서면서 여유를 부리는 풍경이었다면, 삼광FC는 감독님의 작전 지시가 계속 됐습니다. "스코어를 떠나 열심히 해보자"는 말을 주로 하셨죠. 그리고 후반전에는 사진 촬영을 포기하고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경기를 관전했습니다.


[동영상] 신북FC-삼광FC의 후반전 주요 장면입니다. 신북FC가 경기를 주도했던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공격 상황에서 패스를 받는 선수와 내주는 선수와의 호흡이 잘 맞았고, 볼을 빼앗거나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에서 열의가 느껴졌습니다. 스스로 포어 체킹을 시도하는 선수들도 있었죠. 확실히 수준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신북FC가 팀으로서 완성이 잘 된 것 같아요.


[동영상] 신북FC의 골 장면. 오른쪽 돌파에 이은 골 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신북FC의 골은 계속 됐습니다.


[동영상] 신북FC의 계속되는 골 세례.


[동영상] 신북FC가 7:1로 앞서는 장면. 후반에만 4골을 넣었습니다. 이번에도 오른쪽 측면 돌파에 의한 골 이었습니다. 특히 오른쪽 윙어를 맡았던 10번 선수의 발이 빨랐고 침투 능력이 발달 됐습니다. 왼쪽에서는 11번 선수가 펄펄 날았는데, 이전 경기를 했던 리틀 FC서울 처럼 측면 공격이 메인 이었습니다. 다만, 신북FC는 공격시 박스쪽으로 가담하여 슈팅을 노리는 전술이 반복됐습니다. 대량 득점을 노리기 위해서죠. 슈팅을 놓칠까봐 주저하는 선수들이 없었습니다. 모두들 골에 목마른 듯한 모습 이었습니다.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 입장에서 재미있는 일이죠.


[동영상] 신북FC의 8번째 골 장면. 상대팀의 프리킥이 골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공격권을 회복했고, 일사불란한 반격에 의해 8번째 골을 넣었습니다. 골 장면을 보고 "유소년 축구계의 FC 바르셀로나"라고 감탄하는 저의 목소리가 들리네요. 한마디로 '신북셀로나' 였습니다.


[동영상] 신북FC의 9번째 골 장면. 8:1 이후 상대팀에게 만회골을 내줬지만, 그 이후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고 추가골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경기는 신북FC의 9:2 승리로 끝났습니다. 흔히 K리그 1위 팀 전북을 가리켜 '닥공(닥치고 공격)'이라고 하는데, 신북이 유소년 클럽리그에서 닥공의 진수를 선보였습니다.

유소년 클럽리그는 성인 축구에 비해 골이 많이 터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골이 적은 경기가 재미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술적으로 요구되는 작전이 성인보다 발달되지 않았기 때문인지 선수들의 축구 레벨에서 스코어가 가려지는 것 같았습니다. 특히 골키퍼 및 수비수들 레벨 말입니다. 그런데 신북FC는 선수들이 공격을 주도하려는 열의가 강했습니다. 한 번 골을 넣으면 멈출 줄 모릅니다. 닥공이 습관된 선수들 같았습니다. '신북셀로나'의 위엄이 유소년 클럽리그에서 계속되면 많은 분들이 신북FC를 주목하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야간 조명이 비춰진 은평 구립 축구장 입니다. 후반전 도중에 야간 조명이 들어오더군요. 사진 촬영하는데 불편함이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카메라를 교체해야 할 시점이 다가왔음을 느끼게 됩니다.


경기 종료 후에는 옆 그라운드에서 훈련했던 은평FC 선수들이 하얀색 테이프(?)를 걷어가며 그라운드 정리를 했습니다. 그라운드 한 가운데 있었던 벤치도 원래 있던 곳으로 이동했죠. 알고봤더니 은평FC 선수들은 이날 경기가 없었더군요.


은평 구립 축구장을 떠날때 사진 한 장을 촬영했습니다. 야간 조명과 아파트, 녹색 축구장이 하나로 공존하는 모습이 운치있게 느껴집니다. 비교적 서늘했던 '여름 같지 않은 날씨'가 축구 관람하기에 딱 좋았습니다. 이틀전에 진행된 FC서울-인천 유나이티드 경기보다 흥미로웠던, 성인 축구보다 재미있었던 유소년 클럽리그 였습니다. 며칠 뒤에는 또 다른 곳에서 유소년 클럽리그를 관전할텐데 멋진 추억을 느끼고 싶네요. 비가 와도 좋으니 무더위는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날씨가 좋아야 유소년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기 때문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