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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구자철 결승골, 한국의 승리는 극적이었다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아프리카 강호' 가나를 안방에서 제압하고 A매치 3연승을 기록했습니다. 경기 종료 직전까지 가나와 치열한 접전을 주고 받은끝에 값진 승리를 경험했습니다.

한국은 7일 저녁 8시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진행된 가나와의 평가전에서 2-1로 승리했습니다. 전반 10분 지동원이 기성용의 크로스를 헤딩 선제골으로 밀어넣었고 5분 뒤에는 정성룡이 아사모아 기안의 페널티킥을 선방했습니다. 후반 17분에는 기안에게 동점골을 내줬으나 경기 종료 직전 구자철이 리바운드 슈팅으로 결승골을 터뜨리며 한국이 극적인 승리를 달성했습니다. 구자철은 한국과 가나가 1:1로 비겼던 분위기를 태극 전사의 승리로 바꾸는 해결사 기질을 발휘했습니다.

가나, 경기 초반 공세 돋보였다

한국은 가나전에서 4-1-4-1로 나섰습니다. 정성룡이 골키퍼, 김영권-이정수-홍정호-차두리가 수비수, 기성용이 수비형 미드필더, 지동원-이용래-김정우-이청용이 2선 미드필더, 박주영이 공격수로 출전했습니다. 지난 3일 세르비아전에서 왼쪽 윙어로 출전했던 이근호 대신에 지동원이 선발로 모습을 내밀었습니다. 가나는 4-2-3-1로 맞섰습니다. 킹슨이 골키퍼, 타위아-보르사-멘사-판트실이 수비수, 아난-바두가 더블 볼란치, 문타리-아사모아-아그예망이 2선 미드필더, 기안이 공격수를 맡아 A매치 한국전 3경기 연속골에 도전합니다. 2006년 한국전 2경기에서 3골을 넣었던 '한국 킬러' 입니다.

원정팀 가나는 경기 초반부터 선수들의 무게 중심을 한국 진영으로 올렸습니다. 포백이 하프라인 밑에 라인을 잡으면서 아난-바두의 활동 반경이 윗쪽으로 쏠리고, 2선 미드필더 및 기안이 개인 공격을 펼치면서 포어 체킹을 시도하는 흐름 이었습니다. 전반 5분 판트실이 오른쪽에서 스로인을 던질때는 6명의 선수가 박스 안쪽 및 근처 공간에 있을 정도로 공격적인 경기를 펼쳤습니다. 가나가 노렸던 한국전 전략은 조광래호의 수비 실수를 기습으로 노리겠다는 심산입니다. 다수의 공격 옵션들이 박스쪽을 비집으면서 골을 시도하겠다는 것이죠. 한국의 수비진은 흔들리지 않았지만 2선에서 공격을 풀기에는 상대 압박을 이겨내는 버거움에 따랐습니다.

지동원 선제골, 기성용 맹활약 인상 깊었던 전반전

한국은 가나의 포어체킹을 롱볼로 맞섰습니다. 전반 9분 홍정호가 가나 박스 오른쪽에 있던 이청용쪽으로 롱볼을 정확하게 날렸습니다. 볼은 상대 수비수 몸을 맞으면서 코너킥이 됐죠. 한국은 세트피스로 선제골을 작렬했습니다. 지동원이 기성용의 오른쪽 코너킥을 헤딩으로 밀어 넣으며 한국이 1-0으로 앞섰습니다. 2분 뒤에는 박주영이 가나 중앙에서 찔러준 전진패스를 차두리가 박스쪽에서 터치하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2선으로 내려가 후방 공격 옵션을 지원하는 박주영의 이타적인 능력, 폭발적인 오버래핑을 펼치는 차두리의 공격 본능이 맞물리면서 상대 수비 뒷 공간을 뚫는 침투 패스로 연결됐습니다. 끝내 골킥이 됐지만 공격 전개가 좋았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전반 14분 페널티킥을 허용했습니다. 홍정호가 가나 골키퍼 킹슨에게 롱볼을 받던 기안에게 파울을 범하면서 페널티킥을 내줬지만, 정성룡이 기안의 페널티킥을 다이빙으로 막으면서 실점 위기를 넘겼습니다. 기안 페널티킥의 세기가 약했습니다. 오른쪽 인사이드로 정확한 슈팅을 의도했으나 발에 힘이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볼끝이 약해지면서 정성룡이 볼의 궤적을 캐치할 수 있었죠. 또한 한국은 세르비아전에 비해 이용래-김정우의 수비 가담이 잦았습니다. 가나가 0-1 이후에도 미드필더들을 한국 진영으로 올리고 앞쪽에서 압박을 펼치면서 이용래-김정우의 수비력이 요구되었죠. 동료 선수와 협력 수비를 하지 않으면 가나 공격을 차단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경기 운영은 가나를 압도했습니다. 가나 선수들이 우리 진영으로 쏠리면 롱볼 또는 킬러 패스를 찔러주면서 역습을 노렸습니다. 역습 숫자 부족으로 2차 패스 전개가 매끄럽지 못했던 단점이 있었지만 이용래-김정우의 수비 가담이 많았음을 상기하면 가나 뒷 공간을 노리는 플레이가 좋았습니다. 또한 박주영이 활동 반경을 넓히고 동료 선수의 패스 플레이에 적극 가담하면서 공존하려는 노력을 했죠. 가나 수비수들에게 봉쇄당하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전반 22분까지는 가나와의 슈팅 숫자에서 6-3(개)로 앞섰습니다. 박스 안쪽과 바깥쪽을 가리지 않고 슈팅을 날리면서 추가골을 넣으려는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가나의 미드필더 뒷 공간이 비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기안에 의존하는 가나와는 다른 느낌이었죠.

그러나 한국은 전반 30분이 되자 경기 주도권에서 밀렸습니다. 전반 37분 공격 점유율에서는 한국이 43-57(%)로 밀렸습니다. 가나가 한국 진영을 파고들면서 여러차례 슈팅을 시도하고 정성룡이 선방하는 장면이 반복됐습니다. 이용래가 가나 선수 슈팅을 몸을 던져 막았을 정도로 한국 선수들의 압박 의지가 계속되었지만, 가나 공격 옵션들의 탄력적이면서 종패스 연결에 익숙한 움직임이 막강했습니다. 특히 이용래-기성용, 기성용-김정우 사이의 빈 공간이 가나 선수들의 공격 지점이 됐습니다. 4-1-4-1 포메이션 흐름상 어쩔 수 없는 흐름 이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수비 가담이 많아지면서 풀백이 공격에 나설 수 있었죠. 한국의 공격이 뜸했던 이유입니다.

전반 41분에는 한국이 추가골을 넣을 뻔 했습니다. 기성용이 한국 진영에서 볼을 잡을때 가나 골키퍼 킹슨이 앞쪽으로 나온 것을 재빨리 파악하며 기습 슈팅을 날렸던 볼이 가나 골대 윗그물을 맞았습니다. 한국의 경기 흐름이 밀리고 있을 때 상대 약점을 노리는 기성용의 재치넘치는 센스가 좋았습니다. 그런 기성용은 전반전에 한국 선수 중에서 가장 잘했습니다. 중원에서 길고 짧은 패스 거리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경기 흐름을 주도했죠. 특히 앞쪽으로 찔러주는 패스는 한국 진영쪽으로 몰렸던 가나 공격 옵션들이 포어 체킹으로 막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이 가나의 공세에 끌려가지 않고 반격을 노렸던 중심에는 기성용이 있었습니다.

경기력 불안 속에서 반가웠던 구자철 결승골, 한국 2-1 승리

한국은 후반 2분 이청용이 왼쪽 허벅지를 다치는 아찔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그라운드에서 쓰러질 정도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죠. 그동안 많은 경기를 치렀던 피로 여파 때문에 부상이 걱정되었죠. 후반 6분에는 기안이 한국 진영에서 문전 쇄도 후 발리 슈팅을 날린 것이 정성룡 선방으로 이어졌습니다. 이정수-홍정호가 앞쪽으로 달려드는 기안의 움직임을 막지 못하면서 슈팅을 허용했습니다. 1분 뒤에는 기안이 문전 왼쪽에서 이정수를 뿌리치고 터닝 슈팅을 시도한 볼을 정성룡이 막았습니다. 정성룡 선방까지는 좋았지만 이정수-홍정호가 기안 한 명에게 농락당하는 장면들이 아쉬웠습니다. 후반 8분에는 이근호가 이청용을 대신하여 교체 투입했습니다.

수비쪽에서 또 다른 아쉬움을 언급하면, 한국 진영에서 몇 차례 패스 미스가 벌어지면서 가나에게 볼을 빼앗기거나 역습을 내줄뻔했던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특히 김영권-홍정호의 패싱력이 불안했습니다. 공격 축구가 완성된 팀들은 수비수들이 불필요한 패스 미스를 범하지 않는데 주력합니다. 기본적인 볼 처리가 강하죠. 그런데 김영권-홍정호 같은 젊은 수비수들은 스스로 공격을 풀어가는 기질이 부족합니다. 좀 더 경험이 쌓이면서 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을 길러야 할 것입니다. 두 선수를 비한 다수의 한국 수비수들에게 필요한 능력입니다.

한국은 후반 15분 김정우를 빼고 구자철을 교체 투입했습니다. 퍼스트 터치와 패싱력이 강한 구자철의 장점을 한국의 공격 전술로 끄집겠다는 조광래 감독의 의도입니다. 가나 수비진을 뚫는 킬러 패스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후반 17분 기안에게 동점골을 내줬습니다. 가나 왼쪽 윙어 문타리가 역습 상황에서 기안에게 앞쪽으로 침투 패스를 밀어줬고, 기안이 문전으로 쇄도한 뒤 왼발 인사이드로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이정수-홍정호 센터백 조합이 기안의 빠른 순발력을 놓치고 말았죠. 기안에게 주력 싸움에서 밀렸고, 침투 공간까지 내주는, 가나 패스 전개를 읽는 판단력이 늦는 불안정한 수비력을 일관했습니다. 기안 한 명에게 농락당하는 한국 수비는 문제 있습니다.

공격도 아쉬웠습니다. 구자철을 교체 투입하면서 좁은 공간에서의 공격 전개가 원만해진 이점이 있었지만, 가나 문전을 공략하는 연계 플레이가 소극적이었고 정확도까지 약했습니다. 기안이 이정수-홍정호 조합을 뚫고 한국 문전을 공략하는 양상과 대조적입니다. 지동원이 후반 30분 왼쪽 측면에서 문전으로 상대 수비를 제치고 직접 달려들면서 패스 기회를 연출했으나 후속 공격 전개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그 전후에도 비슷한 상황들이 연출되었죠. 박주영이 킹슨-멘사 같은 가나 수비수들에게 둘러 쌓였고, 2선 미드필더들이 가나 더블 볼란치의 압박을 받으면서 박주영 근처를 활용하는 패스 전개가 약했습니다.

한국은 후반 30-36-42분에 각각 김재성-남태희-김보경을 교체 투입하면서(OUT 차두리, 박주영, 이용래) 지동원을 원톱으로 세우는 공격 변화를 취했습니다. 후반 30분 이후에는 한국의 공격적인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경기 주도권을 잡았습니다. 이근호가 왼쪽 측면에서 강한 슈팅을 날리면서 결승골을 노렸지만 가나 골망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후반 44분 박원재를 교체 투입했던(OUT 김영권) 한국은 2분 뒤에 마침내 골을 터뜨렸습니다. 지동원이 가나 진영 중앙에서 남태희의 오른쪽 크로스를 헤딩 슈팅으로 받아낸 것을 가나 골키퍼 킹슨이 막았으나, 근처에 있던 구자철이 리바운드 슈팅으로 결승골을 성공시키면서 한국이 2-1로 승리했습니다.